[Economic liberalism. 10화] 유통의 진실과 나비효과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margin short 입니다 ㅎㅎ

백일장 종료와 동시에 진짜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바빠져버려서 이틀간 글도 제대로 못쓰고 순찰도 잘 못돌고 있습니다 ㅠㅠ 오늘도 좀 늦게들어올 것 같아서 이렇게 미리 글을 업로드 해두려합니다.. 아마 오늘 밤에 좀 밀린 보팅과 글들좀 읽고 순찰하고 할 것 같네요 ㅎㅎ 얼른 주말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


유통. 유통은 사실 좋은 것입니다. 유통은 보다 광의의 분업을 가능케해줍니다. 또, 좀 더 곳곳으로 다양한 계층으로 재화가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의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다들 한번쯤 만져보셨을 미니카... 미니카 모터축과 바퀴축을 더 빠르게 회전시키고 싶어서 구리스를 잔뜩 가져다 바르면 그게 작동하면서 열이 받고, 먼지가 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덕지덕지 발라댄 구리스가 점점 시커멓고 끈덕끈덕해져 미니카의 축들을 망쳐버리게 됩니다.

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만 얘기하자면, 최초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 사이에 유통이 점점 많이끼면 낄수록 전달속도는 느려지고 채찍효과 (bullwhip effect ) 덕분에 생산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의 물량 계산에 실패하게 되고 여러 변화에 대처가 느려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있습니다. 유통이 많이 낄수록 사이사이에 유통업자들이 가져가는 유통마진이 불어나면서 최종 재화가격이 뻥튀기 된다는 것입니다. 이 뻥튀기 되는 크기가 커질수록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임금이 낮아지고 이는 다시 최저임금 인상요구의 단초가 되고 임금이 오른만큼 유통마진을 더 남겨야하고 다시 물가가 상승하고 실질임금이 낮아지고 이는 또다시 최저임금 인상요구의 단초가되고 임금이 오른만큼 유통마진을 더 남겨야하고 다시 물가가 ... 그만그만.....!!

자, 일단 그렇다면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보다 먼저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보이시나요?

바로 유통구조의 단축입니다.

유통구조가 단축되면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는지 우선 확인해볼까요?

아주 단적인 예로 , 가까이에 혹시 롯데마트가 있으신 스티미언들 께서는 저녁에 롯데마트를 한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거기 가보시면 PRICE 라는 상표명으로 롯데에서 유통구조를 싸그리 떼내서 직접 내놓는 제품들이 있는데 가격이 그야말로 "뜨악!" 합니다.

대부분의 가격대가 2~3000에 형성되있는데다가 거의 모든 종목의 제품들을 취급합니다. 정말 거의 '모든' 제품군을요. 제가 보통 PRICE 상표를 살땐 식품군이나 주방용품등을 구매하는데, 동종제품보다 가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4배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품질이나 맛에서 차이가 거의 나질 않습니다. 물론 주방용품같은 경우엔 두께라던지, 비닐같은경우 얇기라던지 조금 차이가 나는건 있어도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데다가 식품같은 경우엔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왜 저 정도 품질의 재화를 저런 거저의 가격으로 제공할까요?? 롯데가 선한 가치를 전하는 기업이라서? 아뇨;; 개뿔이 롯데가 무슨 선한가치를 전합니까...

유통마진을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요즘 노브랜드 상점들도 아주 대세이지요? 코스트코도 그랬고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그랬고 창고형 마트들이 아주 유행 처럼 번진지도 꽤 되었습니다. 창고형 마트가 왜 대세가 되었을까요? 좋은 품질인데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습니다. 왜 저렴했을까요?

역시나 유통상이 없기때문입니다. 그냥 떼온거 창고에 박아두고 파는겁니다. 유통상이 붙어서 자기 마진안붙여먹으니까요.


그럼 이 못된 유통상을 없애버려야 할까요??

잠시, 이 얘기를 하기전 이해를 돕기위해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올초에 했던 '자체발광 오피스' 라는 드라마를 아시는지요? (이 드라마는 제가 정말 너무 인상깊게 봐서 조만간에 따로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이 드라마에선 한 하청업체가 등장합니다. 그 하청업체의 사장은 하청받는 가구회사 본부장의 조카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본부장이 그 하청업체에 하청을 맡기고, 다시 그 조카인 하청업체 사장은 다른 업체에 하청을 맡기고, 다시 그 하청업체는 또 새끼 하청업체에게 또또또또또... 그렇게 해서 가장 아래의 하청업체로 도달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장 마지막 하청업체가 그 업계에서 제~일 기술력이 좋은 업체였던 것입니다.


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물론 하청업체와 유통업체의 구조는 좀 다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예시를 들어 말씀드리고자 하는것은 두 업종의 구조나 개념의 연관성이 아닙니다. 바로 저런 악독한 연결들의 연관성을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하나씩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유통업자는 분명히 존재해야 합니다.

유통업자가 없어지게 되면 우린 당장 아이스크림 하나 사러 집앞 편의점에 가는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2~30분 이상을 교외지역으로 나가 창고형 마트에 들어가 20개들이 초코바박스를 사야할 겁니다. 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꼼짝없이 자급자족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겠지요. 아니면 몇시간 트럭을 몰고 창고형 마트가 있는 주요도시로 향해야 할 것이구요.

그런데 이 좁은 땅덩이에서 유통업자는 그리 많이 필요치 않습니다. 지금 차로 서울끝에서 부산끝까지 반나절 생활권입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유통구조가 2차 3차 4차가 되야하는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유통이 무슨 4차 산업혁명인가요?

물론, 업태별 - 업종별 유통구조가 몇차에 걸쳐 필요한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생필품, 식품군은 그러한 수차에 걸친 복잡하고 다단계의 유통구조가 필요치 않습니다. 왜냐? 말씀드린대로 대한민국은 온 도시가 반나절생활권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대체 왜!! 유통구조가 이렇게 늘어난 것일까요?

첫번째로는 위 드라마에 예시를 들어드린 저런 형태가 하나의 이유입니다.

정작 최종소비자한테 적은 유통마진으로 제대로 옮겨다주는 유통업체는 가장 마진을 적게먹는 위치로 밀리고 최초 생산자와 최종 유통업체 사이엔 피라미드가 세워집니다.

제일 위엣놈은 어디 굵직한 연줄하나 있는 놈, 그 담놈은 젤 위엣놈한테 돈좀멕인놈, 그 담놈은 그 다음 위엣놈 친한후배 등등등...

물론 중간에 진짜 실력으로 승부하는 분들도 계실테고 진짜 실력좋은 사람한테 맡기는 경우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통구조가 복잡하게 붙은 시장은 이미 실력으로 판가름난 구조가 아닙니다. 실력좋고 좀 규모있다하는 유통업체 두셋만 붙어도 그 업종은 대한민국에서 유통으로는 떡을 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저 드라마의 하청업체처럼 인맥으로 끼워넣기하는 업체들이 많이 붙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런 생산도,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않고 그냥 거쳐가는 손 하나 더 얹는것만으로 돈을 버는겁니다..


어라..? 이거 창조경제아닙니까?

언뜻 그래보일 수 있는데 저 손하나 더 얹어서 아무 기술도 일도없는 사람이 버는 돈은 창조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소비자에게 높은 물가로서 전가시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엄한 놈한테 돈갖다 바치는것이죠.

두번째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행' 정신 때문입니다.

일단 돈된다 싶은 것은 다따라합니다. 얼마전에 '인형뽑기' 열풍이 불었죠?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손안대도 설치만 해두면 돈이들어온다는 이야기에 너도나도 뽑기방을 세워댔습니다. 지금은 줄줄이 망해서 뽑기기계가 중고로 헐값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유통도 마찬가집니다. 반도체 하청때도 그랬고 유통업체도 그렇고 중간에 마진떼어먹는 걸로 돈번다니까 너도나도 진입하기 시작한 겁니다. 다들 집안에 연줄하나씩 있고, 연줄이야 또 술먹고 잘 따라다녀서 만들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열심히 발버둥쳐서 중간 마진을 한자리 딱 잡아내는 겁니다.

그럼 그 유통업자들이 다 나쁜것이냐?

아니요? 절대 아니죠. 만약에 이 유통업자들을 모두 나쁜놈들이라고 욕한다면 저희 가족을 비롯한 대한민국 수백만의 자영업자들은 모두 나쁜놈이 되야합니다.

다들 벌어먹고 살려고, 내 가족하나 건사해보려고 시작한 것 뿐입니다.

왜 시작했나? 길이 열려있으니 시작한겁니다. 애초에 저 길을 터놓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입니다.

어차피 정부가 최저임금에 마음대로 칼을 댈것이었다면 왜 저 수도없이 얽히고 섥힌 유통구조는 그리도 자유롭게 놔두는것일까요?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자유시장경제에 손을대고 칼을 대서 난도질 할 것이었다면, 국회에선 도서정가제 따위를 발의해서 시장가격을 맘대로 주무를 것이었다면 왜 정부와 국회는 이들 유통부터 잡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일까요?

유통구조만 확 단축시켰어도, 지금의 노브랜드 매장이나 price 같은 유통혁신을 이뤄낸 상표들이 10년 앞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물가는 10년 뒤로 물러났겠지요. 그럼 아직도 실질임금은 높고 최저임금 상승을 이렇게 무리하게 감행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럼 어쩌라고?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최저임금인상을 시작으로 시장경제에 칼을 대기로 마음먹은 정부가 이제 유통으로 그 날선 메스를 들이대야 합니다. 그간 왜 못잡았을까요? 못잡은게 아니라 '안'잡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국회에서는 '도서정가제'같은 미친 정책을 발의해 통과시킬 정도였는데 왜 저런 유통구조엔 손도 못대고 있었을까요. 못댄게 아니라 '안'댄 겁니다.

'안'한 이유는 드라마예시로 충분히 설명드린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답이 뻔히 나와있는데도 유통구조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것이겠지요.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여파를 세금써서 보조금 뿌려가며 감당할게 아니라 저놈의 유통구조를 뜯어고쳐서 물가를 조금이라도 낮출 생각을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유통구조 뜯어고친다고해서 물가가 싸그리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지표들은 수많은 변수들에 의해 나타나는 결과치들이니 물가도 유통구조 하나에만 영향을 받진 않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보다 확연히 낮은 물가를 가져올 것입니다. 당장 노브랜드 매장의 힘을 보았듯 말입니다.

사람이 병이들면 병을 고쳐야 건강해집니다. 진통제만 죽어라 먹으면 내가 죽는지도 모른체 죽어갈 뿐입니다.

지금 '복잡한 유통구조'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고 물가라는 병이 생긴 것입니다. 그럼 '최저임금상승'같은 진통제만 먹을게 아니고 유통구조라는 바이러스부터 고쳐야 합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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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려워서 다 이해는 못했네요 ㅜㅜㅋ 팔로우했습니다!

예전부터 이상한 것이 있다고 느꼈는데 이런 구조가 있었나보네요
글고 글과는 상관없는 질문인데 혹시 저걸 합리적으로 줄이자는 의미에서 마진숏이라는 닉네임을 쓰신건가요?

이집트는 피라미드를 세웠고, 한국은 유통구조를 세웠습니다. 둘다 세운 행위는 같은데 하나는 국가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줬고 하나는 국가를 말아먹는 중이죠 ..ㅎㅎ

ㅋㅋㅋ마진 숏에 대한 철학은 '쇼트의 미학 - 닉네임의 이유' 이 글에 나와있습니다!! ^^

방금에야 읽고왔습니다 저도 비주류전공이라 동질감이 확~ ㅠㅠ

여러가지 생각할게 많은 이슈죠
다들 먹고는 살아야 하구...

맞습니다. 본문에도 적었듯 먹고살아야 하기에 모두 잡아없앨 순 없지요. 하지만 지금 최소한 높으신 인맥으로 꽉 짜여묶인 업체들이라도 과감하게 쳐내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인상까지 해가며 실질임금을 높이려는 시도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텝니다..

마지막에 병과 진통제에 비유했듯이 결국 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물가는 높아질것이고 최저시급은 계속해서 그 물가를 따라가기만 할겁니다. 그러다보면 진통제때문에 죽는지도 모르다 죽는 사람처럼, 망하는지 모르다 망하는 나라가 되버리겠지요.

부디 역대 최대폭의 최저시급인상이라는 카드를 통과시켜내며 실질임금을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만큼 그에따른 책임있는 구조개혁도 이루어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서 한 챕터를 읽은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유통구조의 단면을 정말 적절한 에시로 잘 설명해 주셨네요. 요즘 유통구조 관련해서 자주 뉴스에 다루어지는걸로 봐서는 정부도 어느 정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조금씩 더 나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인상만 해놓으면 줄줄이 도산하는 자영업체들이 줄을 이을테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최저시급 인상은 실질임금 상승을 목표로 한 정책이었는데(무슨 사람다운 삶을 유지한다느니 하는 소린 정말 멍멍소립니다.. ) , 정말로 실질임금 상승을 위해 올린 것이라면 유통구조도 손을 볼 겁니다. 만약에 끝까지 유통구조에 칼을 대지 않을경우 최저시급인상은 그저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겠지요.

제 생각엔 역대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손댈것 같지 않은데, 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서 유통구조 개혁을 시작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뿐입니다.

정독했습니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해했어요~
정말 좋은 지식 얻고 갑니다^^

유통구조는 말씀하신것처럼 정말 복잡한 문제죠.. 정부가 어떤 solution을 내놓을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1분안에 $159 버는방법에대해 포스팅했습니다. 22시간이후로는 보상이 내려가니 빨리 참여하세요 :)
https://steemit.com/kr/@markin/cryptocurrency-1-1-18-22

유통마진이 어마어마 한것은
사실이죠..
과연 이번에 잘 수술할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ㅎ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전 사실 이번에 수술할지를 떠나 메스를 들기나 할지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ㅎㅎ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유통을 조져보겠단 정부는 없었으니까요. 이번엔 파격적인 최저시급인상안을 들고나온만큼 저러한 노력도 분명히 있어야 할것이라 보았습니다 ㅎㅎ 감사드립니다 ^^

유통구조의 단순화와 플랫폼의 등장은 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조금씩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또 반대로 배달앱(?) 같이 옥상옥으로 편리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플랫폼도 생겨나니 ... 참 어렵습니다

중간에서 너무들 많이 가져가죠. 생산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소비저에게는 더 저렴한 물품을 보장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스티밋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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