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써보는 임신 일기 | 5th week. 혼돈의 서막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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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잎느님은 뭐든지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만 안심하는 철두철미 성격이다.
집 정리는 말할 것도 없고 본인 다음날 업무 준비뿐만이 아니라 다음날 출근하는 남편의 가방과 내용물에 셔츠, 바지, 속옷, 양말까지 준비가 끝나야 비로소 쉬는 성격이다. 그런 캐릭터가 계획에 없던 아이를 품고 나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나도 덩달아 놀랐기에 허둥지둥 뭘 해야 하나 알아봤더니, 정말 남편이 할 일은 별로 없더라. 와잎느님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나는 할 일이 없다 보니 괜히 미안하다.

네이버도 찾아보고 스팀잇에도 물어봤는데, 난 딱히 할 일이 없데.
ㅋㅋㅋㅋㅋㅋ 당연하지 남자가 할 게 뭐가 있엌ㅋㅋㅋ
아니 괜히 미안해서.
그럼 참든가.

참는 게 좀 어려운 게 아니잖어...

/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남편의 반응이 시큰둥해 상처받는 예비 엄마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경험해 보니 알겠다. 미친듯한 기쁨이 올라옴과 동시에 어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라는 물음이 본능적으로 동시에 터져 나오더라. 그래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머뭇거림이 겉으로 표출된다.

예비 엄마들은 너무 상처받지 말았으면 한다.
초음파 사진을 볼 때의 감동은 예비 아빠의 그것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예비 엄마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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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에 임신 남편 조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다가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조언이랄 것은 찾아보기 힘들고 폭행, 이혼, 이혼 거부, 바람, 유흥, 낙태, 사기, 채무, 보균 등등 막장에 이른 단어들이 홍수를 이룬다. 간헐적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이나 미성년자들의 고민 상담이 차라리 풋풋하고 아름다워 보일 정도다. 와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나...

인상적이었던 사연(?)이 있었다면, 남편과 이혼 소송에 들어간 상태에서 새로운 남자와 살림을 차렸는데 새로운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케이스다. 아직 이혼이 성립된 상황이 아니라 불륜인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소송 중인 남편에게 극도로 유리한 상황이란다. 쾌재를 부르는 남편과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새로운 남자 사이에서 여자는 괴롭다. 이걸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답답했다.

분명 서로 좋다고 만났던 사람들일 텐데, 무엇이 그들을 막장에 몰아넣었을까.
답을 구하러 갔다가, 물음만 안고 돌아온다.

/

와잎느님이 쏟아지는 잠을 주체를 못 한다.
일찍 잠드는 건 여느 때와 다름이 없는데,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한다. 그리고 오후 특정 시점이 되면 마치 기면증 환자처럼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린다. 아침 5시면 일어나고 낮잠을 자도 1시간을 넘기지 않았었는데, 갑자기 잠에서 허우적대니 당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 걱정이 될 정도다.

하루아침에 극단적인 변화가 오니 유경험자의 다독임이 없으면 두려울만하겠다 싶다. 구세주를 찾는 마음으로 장모님께 도움을 구하니, 그래도 많이 안심을 하는 것 같다.

엄마는 엄마에게도 능력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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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능력자가 될 와잎느님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사, 먹고 싶은 게 생겼다 하시니, 무조!껀! 아내 말을 들으라는 조언에 따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음이로다. 반짝이는 눈으로 무엇이 드시고 싶으시냐 아뢰었더니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부르시나,

베트남에는 크리스피가 아직 안 들어왔음이라.

침착하지만 빠르게, 당황했지만 목소리 떨지 않고, 백화점에 가면 글레이즈드 도넛이 있을 수도 있다며 집을 나섰다. 가는 도중 매운 게 먹고 싶다 하시어 방향을 틀었다가, 피자가 땡긴다는 말에 유턴, 국물이 생각난다 하시어 유턴 더하기 유턴은 제자리. 다시 피자.

엄청 미안해하는 와잎느님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시도 때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컨디션 때문에 몸 보다 멘탈이 먼저 다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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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덧도 시작될 기미를 보인다.
보통 4-6주 차에 시작된다는 것 같은데, 임산부의 대략 80%는 입덧을 경험한다고 한다. 아이 낳기 직전까지 겪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 16주 정도 겪는다고들 하는데 안타깝게도 와잎느님은 20% 안에 들지 못한 것 같다. 최대한 짧게 겪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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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엽산 찾아 삼만리.
태명 찾아 오만리. 태명으로는 된소리가 좋다 하여 오만가지 태명 입으로 불러보다 콩콩이? 귀엽네, 귀엽다. 콩콩이 하자 했더니 뭔 콩콩이가 그렇게 많은지... 온 세상 태아 절반은 콩콩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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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아기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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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낳아야 하는지, 베트남에서 낳아야 하는지, 흔히들 바라는 선진국이 나은지 고민이 많다. 어디가 됐든 건강하게 만났으면 하고 기도한다.

남편이 써보는 임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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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로 정해진건가요? ^^ 축하드려요. 세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같이 기도할게요. 앞으로의 과정도 시리즈로 볼 수 있는거군요! 기대하겠습니다.

의미 있는 태명으로 해야하나 아직도 갈팡질팡이에요. 이미 경험 있는 분들은 별 걸 다 고민하다 보실 거 같기도 하고요. xD

어제 갑자기 기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와!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철두철미하신 성격에 갑작스런 임신이라니 많이 놀라셨겠어요. 콩콩이랑 행복한 나날들 보내시길 바랄께요!

처음에는 놀랐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D 컨디션이 오락가락 하는 것만 아니면 참 좋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우와!!!!!!!!
마음이 너무 이쁜 이 글을 읽고나니 왠지 저도 임신하고 싶어졌어요!!!!!! 흠냥 쩝쩝 ㅋㅋㅋㅋ

앗..
예전에 에일리님 포스트에서 아이 가질 생각은 없다고 쓰신 것 본 적 있는데 심경의 변화가...?ㅎ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심경의 변화는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빠의 마음이 너무 이뻐보였습니다. 아내분에게 넘나 자상한 남편이라 보기 좋아요 😍

아.. 역시.ㅋㅋㅋ
이 때 잘해야 앞으로 평온해진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말이에요.ㅎㅎㅎㅎ 고맙기도 하고요. :))

응원드립니다!
경험이 없어서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내분 사랑하시는 마음이 마구 느껴져서 글이 정말 예쁩니다 ^^

ㅎㅎㅎ 감사합니다.
기록을 하고 싶었네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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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되어 있는 일은 없을지 모르나, 언제든 5초 대기조 해야죠.
새벽에 자다가 다리저리다하면 벌떡 일어나 다리주물러야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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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ㅎㅎ
적응중입니다. :))

지난 번 여행기 보고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신 줄 알았는데, 지금 베트남에 살고 계시는 군요.
게다가 예비 아빠까지 되셨다니, 우선 축하드립니다.
가장 좋은 건 알아서 다 해주는 거겠지만, 사람인지라 그럴 순 없잖아요.
그래도 인터넷을 참고 하는 건 워째 내용을 보니 그리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예비 엄마에게 많이 물으시고 진심으로 옆에서 같이 해주면 될 거 같아요.
차근차근 이렇게 육아일기 쓰시는 거 보니, 좋은 아빠가 되실 거 같아요.
응원합니다.^^

아 네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조언대로 계속 물어보며 필요한 것 해주려 하고 있습니다.ㅎㅎ 아직까지는 무리 없는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되기도 합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좋은 아빠 되고 싶습니다. xD 응원 감사합니다. :D

ㅎㅎ 낯선 일에 두려움도 설레임도 느껴지는 글들이네요. 병원에서 확인받으셨나보네요^^ 잠 많이 자면 좋은거같아요. 잠 많이 잔 친구 애기도 나서 순하던걸요~

댓글 보고 알려줬더니 와잎느님이 반색하는 게 기분 좋네요.ㅎㅎㅎ 너무 많이 자는 거 같아서 본인도 걱정됐었나봐요.ㅎㅎㅎ 감사합니다. :))

헤헤 아고 한편으론 걱정되셨군요. 태교 중이신거라 생각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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