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써보는 임신 일기 | 7th week. 준비, 준비, 준비.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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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참 그렇다.
막상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공감이나 이해도 힘들고, 준비는 말할 것도 없고.

20대 때는 결혼한, 곧 결혼하는 친구나 형님들이 존경스러웠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세상인데 선뜻 누군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다니. 완벽하게 준비가 되고 나서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당시 나는 그저 겁이 많았던 것 같다.

모아둔 돈이 최소 얼마는 있어야 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며, 직장에서 내 기반이 잡혀있어야 하면서 여차하면 점프할 수 있어야 하고 등등 계산기만 손에 든 채로 결혼 생활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용감하다며 바라봤던 것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상황도 사람을 만드는 법인데 아직 그걸 몰랐던 게지. 아이가 생기고 나서 영화 소울 서퍼 의 한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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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육아나 출산에 관심이 1이나 있었을까.
요즘에는 육아나 출산에 관련된 글만 보면 눈이 번쩍한다. 부모님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할 분들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 그게 그렇게 재밌다. 나만의 세계에서 공간을 한 웅큼 떼어내 공감대를 만들어가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 이라는 상태로 매일매일 멘탈이 귀결되는데, 참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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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있는 태명이 좋을까 싶었는데, 계속 말을 걸고 싶어 하염없이 불러대다 보니 그냥 콩콩이로 태명이 굳어버렸다. 와잎느님도 좋아하고, 우리 엄마는 귀엽다고 웃으시고, 아부지는 그저 웃기만 하신다. 그렇게 좋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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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님께는 안정기가 지나면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일인데 괜히 일찍 알렸다가 행여나 상심하실 일이 생길까 걱정됐다. 그러시지는 않으리라 굳게 믿지만, 혹 실수로 와잎느님에게 책임 전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이 건네질 수도 있고, 그러면 애먼 사람 졸지에 죄인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와잎느님은 천진난만하게 알려드려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 Be posi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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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잎느님도 직장 문제로는 고민이 많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분위기로 적절하게 퇴직을 알려야 하는데, 그 적절하게라는 게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 1명 선이 무너지면서 사회 전반으로 충격파가 전해진 시기임에도 우리는 휴직이 아니라 퇴직을 결심해야만 한다.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을 건네받지만, 아내의 직장만큼은 예외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퇴직 시기를 이리저리 재 봐야 하는 현실이 많이 답답하다.

왜 우리는 죄책감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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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가 한국에 있으면 여러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양육 수당도 받을 수가 있는데,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게 되면 이 수당을 받을 수가 없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아동이 해외에 90일 이상 체류 시 지원이 정지되는 것이다.

분명 대한민국 국민이요, 건보료도 내고 있는데 왜 지원이 되지 않을까. 90일 이상 장기 체류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길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석 달 넘게 해외에 나가 있으면 B급 국민 정도로 취급을 하는 것일까.

백 번 양보해서 그래 안 받는다 치고.
그럼 그동안 강탈해간 국민연금이라도 환급을 해주던가. 국민연금 환급은 또 절대 불가하다고 한다. 이유인즉 베트남은 이민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에 모든 법적 서류가 완벽히 구비되어 합법적 장기 체류 신분을 입증해도 국민연금 환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천 번 양보해서 그래 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연금 수급 시기가 됐는데, 해외에서 장기로 체류하고 계시니 연금은 드릴 수 없습니다 라고 나올까 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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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일들은 뒤로하고 콩콩이랑 건강하게 마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집중한다. 얼마 전에는 280days 라는 아이폰 앱을 알게 되어 폰에 설치했다.




예비 엄마와 예비 아빠 각각의 폰에 설치된 앱을 연동하여, 예비 엄마가 매일의 컨디션을 업데이트하면 예비 아빠는 앱으로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당일 기준으로 평균적인 태아의 상태도 알려주고, 부부 각자를 위한 해당 시기의 조언도 보여주는 고마운 앱이다.




앱만 잘 체크하면 예상치 못한 아내의 컨디션에서 비롯되는 뜬금없는 갈굼 등을 높은 확률로 회피할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 전략에 따라 오늘 입덧은 심했던 거야? 같은 스킬로 먼저 실드를 칠 수도 있으니 280일간의 생존에 매우 유용하다.

물론 아내가 입력하는 컨디션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지만, 헛다리 짚어도 용쓴다 내지는 애쓴다 라는 리액션을 끌어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으니 예비 아빠들은 네이버 같은 데서 조언 구하는 대신 이 앱을 잘 활용하는 게 훨씬 낫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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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서야 안 사실인데,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던 시기는 임신 5주 차가 아니라 6주 차였다.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특히 6주 차는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데, 모르고 지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여튼 그래서 콩콩이는 벌써 7주를 지나 8주가 되어가고 있다. :)

남편이 써보는 임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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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세금을 빼주던가...
괜히 저까지 짜증이 솟는군요-ㅅ-


축하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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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일간의 무사생존을 기원합니다!!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잠깐 짜증내다 말았어요. 짜증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일기까지 쓰시고 멋진 아빠가 되실거 같네요.
아내님과 즐거운 태교하세요^^

꼭 좋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ㅎㅎㅎㅎ
좋은 말씀 감사해요.^^

해외장기체류하면 돈도 안나오는군요 ㅠㅠ
세금은 다 쳐먹으면서 지원은 장기체류라 안된다니 뭔가 이상합니다

쩝. 어쩌겠어요 안 된다는데.ㅎㅎㅎㅎ
어차피 납부하는 세금 대비 내가 받는 혜택은 극히 미미하다...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그러려니 합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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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감사합니다. :))

건보료도 내고 계시는데 혜택이 없다니 뭔가 정책이 이상하네요 ㅠ
아내분 직장문제 잘 해결되길요~
콩콩이 소식 반가워요~ ^^

좋게 좋게 서로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어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해외 체류자가 겪는 어려움이 참 많은 거 같더라구요.
아내분 직장 문제도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그래도 이런 저런 걱정 너무 하지 마세요.
임산부에게 좋은 게 아니거든요.
280일 앱은 참 신기하네요.^^

저 앱 덕에 도움 많이 받고 있답니다.ㅎㅎㅎ
걱정 고민은 저 혼자만 하려고 합니다. xD

해외체류자들이 해택을 못 받는 부분에 대해서 세금은 안 냐고 있으니까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금은 부분은 갑자기 너무 신선하고 억울하네요 ㅠㅠ

부부가 공유할수 있는 앱!! 너무 좋은거 같아요~ 남편분이 쓰시는 임신일기라니!! 아내님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쓰시는 남편님은 자상하고 멋찌십니다!!

그쵸?
국민연금은 내는 동안에도 불만이 많았었는데, 나와 있으니 괜히 더 아깝습니다. 한 두 푼도 아니고. -.- 일기는 기록이 하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저도 그래요 ㅠㅠ 그동안 낸게 다 소용없더라구요;;;;
임신일기쓰시는 남편님 개인적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국민연금이 계륵인 게 해외에서 장기 체류중이시면 납입 안 하고 계실텐데, 나중에 받자니 진짜 코 묻은 돈 수준이거든요. 근데 이미 들어간 돈은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고. 차라리 기납입 금액을 seed money 로 삼아 굴리면 국민연금 보다야 훨씬 나을텐데. 많이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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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저는 9개월로 접어들었어요
예비아빠 화이링!!!!

역시. 다들 쓰시네요.ㅎㅎㅎ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으셨는데 건강하게 만나게 되시길 빕니다!
그나저나 첫 째도 아니고 둘 째신데, 정말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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