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쉽게 그러나 진중하게 아이들을 마주하기 그리고 밸런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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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의 레슨에서 (현재 노래와 글쓰기 두가지 수업을 하고 있다) 얻는 것들은 참 다양한데, 몇 번 언급했지만 순수한 에너지로 충전을 받는다.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맙게도 잘 따라와줘서 가르치는 아이들 대부분 1년이 넘었고, (가장 오래 가르쳤던 2년 6개월동안 수업한 한 아이는 올해 귀국했다) 그의 부모님들 과도 좋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아이들은 미래라는 말을 전에는 가슴 깊이 와닿게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는지,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지 고찰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사고방식이 있고, 똑같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몸집도 작고 약하지만 가르쳐주면 되고 틀리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면 된다. 나이가 적다고 해서 절대 함부로 대하고 쉽게 여겨질 대상이 아닌데도 이것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 사람들을 마주할때 어린이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페미니즘은 어떤 운동인지, 왜 한국에서, 또는 학교에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어른들은 가르치는지에 대해 최대한 잘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먼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간혹, 선생님, 저도 축구 하고 싶은데 왜 여자아이들은 축구부에 못들게 해요? 라고 물어본다거나 엄마 아빠 똑같이 늦게 들어오는데 왜 엄마만 집에서 또 일을 해요? 라는 질문을 내게 던질때. 참 난감하다. 어디서부터 알려주어야 하고, 어디까지 말해주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까... 그럴때 강남순 교수님의 <고래가 그랬어> 컬럼이나 그를 읽고 적어둔 나의 메모장을 찬찬히 보여주며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쉽게 그러나 진중하게, 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하면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기 마련이다.


 가르치는 것 외에도 내 삶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소용돌이 처럼 휘몰아 치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나아지려 애쓰는 부분- 바로 소수자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등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개념을 공부한다. 필요로 하는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 이러한 사유들을 나의 음악에 담고 연습하는 방향을 잡는 것. 쉽지 않지만, 내가 도전하고 더욱 발전해야 할 영역임을 잘 알고 있기에 게을리 할 순 없다. (힘든 부분이지만)


 가끔 SNS 물결에 잠시 외로움을 잊으려 몸을 맡기거나 때론 친구들, 가족들의 연락에 기운이 나기도 하고 재즈바에서 친구들과 즉흥 연주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아, 그래도 취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또는 걷기, 호흡, 요가 외에 좀 더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것 같다. 겨울이 오면 (이라고 쓰고 또 미룬다) 주말마다 근처 banlieu 로 걸으러 가볼까, 계획을 세워본다. 걸으며 호흡하고, 자연을 마시는 것처럼 내게 좋은 멘탈-육체 운동은 현재는 없는 것 같다. 무릎이 살짝 아픈데 치료를 받아야 하나.



Originally posted on Layla. Steem blog powered by EN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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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치료 받으세요

한국 방문때 받아보려구요. ^^ 하도 걸어다녀서 그런가봐요. 감사합니다.

가르치고 읽고 쓰고 연주하고 운동하고 사시는군요. 멋져요. 그래도 연애할 시간은 남기세요. ㅎㅎ

그정도 되는 셈입니다. 단조롭지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지요. 일상에세이는 주로 이렇게 평화롭습니다. 연애는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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