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명절날의 밤하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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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도중엔 늘 어두욱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조명의 빛 밑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밟으며, 그리고 울퉁불퉁한 발에 걸리는 방해물들을 피하려 땅만 쳐다보며 걷게 된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는데 세상에나, 감탄이 나올정도로 별들이 가득 수놓은 밤이 눈에 들어왔다. 매달 첫번째 일요일은 차 없는 거리인 파리는 오후시간동안 도로위 차량을 통제하는데, 그 영향일까. 공기가 맑고 깨끗해서 멀리서 비추는 에펠탑의 모습도 또렷히 보였다. 호흡을 계속해서 크게 들이마셨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젠 특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늘 마음이 어지럽거나 생각이 많아질때는 걷곤 한다. 모 유명인도 출 퇴근 외에도 늘 걷기를 생활화한다는 기사가 뜨면서 걷기운동 붐이 일어나기도 한것 같은데, 난 별 상관하지 않고 정말 외롭게 묵묵히 꾸준히 걷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닌, 그저 내 마음의 무게를 어디론가 정하지 않고 옮기는 발걸음에 두고만 싶어서. 혼자 걸을땐 누구보다 자유롭고, 정말이지 너무나 외롭다.

    명절이 되면 특히나 마음이 괜시리 마음이 공허해지는데, 그럴땐 괜시리 평소 열지 않는 카톡앱을 켜본다. 늘 연락하는 사람들과 전화로만 이야기하다 보니 카톡을 잘 쓰지 않는데,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화 앱인 카톡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의 얼굴을 보고, 문구들을 읽는 것이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친구 목록의 스크롤을 죽 내리면서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과 문구를 훑어볼 때, 지난 회상과 얽힌 많은 에피소드가 겹쳐 떠오르곤 한다. 쓸데없는 연락처는 거의 지운 상태라 끝까지 죽 보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각자의 다른 이야기(tales)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읽고 나면 다들 각자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구나, 동병상련 비슷한 감정을 느낀달까.



    가부장제적 가치가 재생산되고 자연화 되는 시간인 명절은 아직도 수많은 역할과 지위에 있어서 남성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해 자명하여 '왜'라는 물음표를 붙일 수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또한 묘하게 비교되는 친척과의 무한 구도 경쟁과 사회가 규정한 성공-실패의 기준들 또한 반복되어 나타난다. 비록 우리 가족은 다르다고 현실을 외면하는 소수에 내가 해당이 되는가, 한번쯤은 고찰해 볼 만한 일이다.

    심리적으로도 피곤하고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거나 음식 준비, 그리고 차례까지 지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헬명절’의 현상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걸까. 비록 만나서 맞이하는 '가족'의 모습은 반가운 존재일 지라도, 오랫동안 전해져온 '전통'적인 '권력과 정치의 자리' 임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명절이 만들어내는 공간들에서 다양한 권력 기제에 의한 관계의 ‘위계주의’가 작동될 뿐만 아니라, ‘정상-비정상’의 가치체제들이 활성화되고 재생산 된다 라는 강남순 교수님 칼럼의 말을 다시금 들여다 보게 하는 그 씁쓸한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럼요, 전 잘 지내죠. 건강하셔야 해요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 다 모이셨어요? 네, 여기도 아직 추워요. 이번 여름에 들어가면 뵙고 인사드릴게요. 음식 많이 하셨어요? 힘드시게 왜 또 많이 하셨어, 간단히 하시지. 얼마 길지 않은 휴일 차례 끝내면 푹 쉬세요.


    오랜만의 전화에 반갑기도 씁쓸하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내 하루를 어지럽힌다. 한국인은 '명절' 이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다시 한국 땅을 밟으면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쉴새없이 돌아가는 그 틈에 또 나를 끼워 살아갈 터. 나라고 다르지 않기에, 오랜 시간동안 지켜져온 전통의 산물을 나 혼자 깨버릴 수 없음을 알기에 적절히 타협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미 그 틀을 깨고 나와 진정한 본인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용기있는 그들처럼, 피하거나 구하거나. 둘 중 하나인 걸까.

‘낭만화’된 명절은 상업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사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의 이미지들은, 미디어들을 통해서 퍼진다. 자식의 ‘효’의 정도가 그들이 들고 가는 ‘보이는 선물’로서 증명되어야 한다. 또한, 명절을 전후한 다양한 자선 프로그램들은 고아원의 아이들, 양로원의 노인들, 거리의 노숙인들 같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주변부인들에 대한 동정과 자선을 ‘일회성 소비품’으로 소비되는 상품으로 만든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적 보장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일회성 동정과 자선으로 대체되는 이러한 상업주의화 된 명절은, 표면적 웃음 뒤에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명절의 민주화를 위하여 - 한국일보 강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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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따라 하늘이 맑고 햇빛이 참 좋았던 휴일 이였어요 ㅎㅎ 이제 명절이네요 파리에서의 명절도 ㅎㅎ 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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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교민들 외롭지 말라고 날씨가 좋았나, 생각이들어요 ^^

어제는 비가 좀 내리더만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그렇군요.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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