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아이디(닉네임)를 욕하는 것도 죄가 될까?

in #kr6 years ago (edited)

인터넷 아이디와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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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인생은 실전, 악플의 무서움에서, 블로그에 장학재단 설립자를 욕하는 글을 올렸다가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대학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연예인이나 공인 등 "사람"을 상대로 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닉네임"을 욕한 경우에도 죄가 될까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다가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상대방의 이름이나 얼굴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께서 @Lawyergt의 이름이나 얼굴을 알지 못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 @Lawyergt를 욕하는 글을 올린다면 저는 똑같이 상처받을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웹상에서 닉네임이란 자기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하지만 닉네임을 욕하거나 그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형법상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모든 죄는 그 죄를 규정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 이른바 "보호법익"이 있는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지, "닉네임"의 사회적 평가는 보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집 살림 사건

A씨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접속하여 甲이라는 아이디(ID)를 가진 피해자 乙을 가리켜 “□□□님 또 괴롭히면 너 명예훼손 띠리한다~!!! 작업 좀 작작하고... ^.~ 두 살림 하는거 온 카페가 다 알던데 제발 들키지 말고....”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고, 이에 두 살림을 차린 적 없었던 乙은 화가 끝까지 나 A씨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A씨가 욕한 것은 甲이라는 아이디(ID)였지, 피해자 乙은 아니었으므로 이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고, 명예의 주체인 사람은 특정한 자임을 요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한 바 없는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그러나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달리 이를 추지할 수 있을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08. 6. 26. 선고 2007헌마46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마. 인터넷 공간에서의 활동이 증가됨에 따라 사이버 공간상에서의 아이디와 그 배후에 있는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밀착도가 좁아지고 있기는 하나, 형법이 아직까지는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외부적인 명예만을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는 점, 인터넷 아이디만을 이용한 이른바 ‘악성 댓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현행법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우려하여 구체적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자율적인 규제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결국 이 사건과 같이 실체적인 사람에 대한 특정이 없이 인터넷상의 아이디만을 이용하여 비방의 글을 게재한 것만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의정부지법 2014.10.23 선고 2014고정1619 판결).


예외: 인터넷 아이디를 욕했더라도, 그 아이디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

그러나, 위 판결문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ID)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아이디를 욕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의 공개적인 게시판 등에서 해당 아이디로 신상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는 경우, 혹은 해당 아이디의 회원정보 등에서 트위터 같은 SNS 등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너무 화가 나서 그 아이디를 욕했는데, 그 아이디 주인 친구들이 함께 게임을 하고 있던 경우 모욕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한 줄 요약

인터넷 아이디를 욕하는 것만으로는,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그 아이디로 그 사람의 신상을 알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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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yergt님 안녕하세요. 아리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상에서 닉네임이 '실제이름,나이,지역'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욕을 안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구요!

오호, 정말 그렇겠네요ㅎㅎ

저도 딱 이생각 났어요. ㅎㅎ 법잘알 인정합니다

나이라 적었네요 ㅎㅎ.. 이름이요!

오호! 신기하네요 ㅎㅎ 처벌을 받지않는다고해서 상처를 안주는건 아니니깐 안하는게 좋겠네요!ㅎㅎ

맞아요.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서로에게 상처까지 주어선 안 되겠죠 :)

와 항상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딱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멋진글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욕하는것은 참으로 보기좋지않은것 같습니다.. 자신의 얼굴에 침뱉는일이니까요..ㅎㅎ @lawyergt 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됬습니다!! 잘보고가요!! :)

맞아요. 욕하는 것은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는 일이죠! :) 감사합니다!

오 ... 그래도 당사자는 모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텐데 법적으로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니... 신기(?)하네요

가상화폐나 가상공간이 확장된다면, 언젠가는 아이디를 욕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제재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상상해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관련하여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어요. timberbellsound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넷 아이디는 사이버 공간 밖에서 사용되는 성명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 안에서 그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특정지우는 기능을 하고, 인터넷 아이디와 그 사용자의 성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리자에게 등록되므로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인격침해행위(명예훼손·모욕)를 규제할 필요성도 매우 크다. 이 사건에서 피고소인들이 작성한 댓글의 내용이 인터넷 아이디로 지 칭된 사람 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것이라면 그 피해자는 그 아이디를 고유명칭으로 사용하는 청구인으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각하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권리보호청구권을 무시한 것이고 인 터넷 댓글의 난폭성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다(2007헌마461 반대의견 중).

궁금한 사항이었는데, 역시 판례가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역시 법조인이셔서 그런지 이런 고급정보를 뿌려주시네요 감사합니다!!!!!ㅋ

감사합니다 :)

스팀잇에서 꼭 참조할 만한 내용이네요. @홍보해

홍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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