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은 익명성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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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은 주로 나쁜 면이 부각됩니다. 인터넷에서 익명성에 기대어 심한 모욕을 퍼붓는 이들부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까지 있으며, Anonymous라는 범죄집단도 있습니다. 익명성이라는 단어는 항상 부정적인 표현과 엮여 있고 우리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다주기 쉽습니다.

하지만 Facebook에서 얼굴과 본명을 노출하고도 서슴치 않고 모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글에서 그러한 댓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도용한 사진과 도용한 이름이라 하기엔 학교, 직장까지 기입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얼굴과 이름을 그대로 노출한 친구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들과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걸 보면 아마 속임 없는 이들의 신상정보입니다.

이처럼 어차피 관계하지 않을 이들이 대상이라면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익명성의 연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집단에 속할 사람이 아니면 영원한 타인이며 영원한 타인을 상대로 노출된 신상은 범죄에 속하지 않는 이상 별 다른 제약이 되지 않습니다. 때때로 우스운 일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죽어라고 싸우던 이들이 알고보니 같은 과 동기였던 일화를 들은 적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가고, 인터넷에서는 죽도록 싸웠습니다. 이들에게 서로가 누군지 안다는 사실은 큰 제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익명성이 하나의 필명처럼 기능하기도 합니다. 본명이 아닌 필명을 이용하는 작가들에게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에 쉽게 용인 될 수 없는 파격적인 글이 자신에게 끼칠 피해를 우려해서 필명을 이용하기도 하고, 이미 확고하게 형성된 자신의 이미지가 자신의 글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서 필명을 만들기도 합니다. 단순히 자신이 쓸 글과 어울리는 어감을 지닌 필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필명을 두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용하는 닉네임도 이러한 일들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들이 그저 자신의 신상정보를 숨기기 위해 닉네임을 이용한다기엔,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적에 대해 상세히 노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생일, 참가하는 행사, 방문한 식당, 집에서 한 요리, 취미 등 끝이 없으며 이들이 해당 인터넷 공간에 애착을 가지면 가질 수록 자신의 닉네임은 자신의 본명보다도 어쩌면 큰 힘을 가진 아이덴티티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제가 스팀잇에 노출한 정보를 토대로도 저를 추적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닉네임으로 관계를 형성하는게 아니라, 진정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공간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닉네임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더라도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 등은 개인을 특정화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고 숨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경우가 사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익명성에 가까운 사례겠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머리에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전에 쓴 글이 어떤 것인지를 밝히며 자신을 특정화하는 것이죠.

물론 이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소중히 여기지 않고, 단순히 익명의 힘을 빌어 심한 모욕을 퍼붓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익명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현실이라고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를 익명의 탓으로 그저 돌리기보다는 인터넷 예절에 대해 교육하고 범죄는 익명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처벌 받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팀잇은 어떨까요? 스팀잇에서도 이미 닉네임이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으며 그 아이덴티티는 실명보다 큰 파급력을 지닙니다. 지금 누군가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본명, 얼굴, 주소, 직업, 출신학교 등을 노출하고 글을 쓴다 하여도, 그 개인이 대한민국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이가 아니라면, 그보다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큰 파동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스팀잇에서는 익명성의 부정적인 면도 크게 억제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래그를 많이 당하면 평판이 엉망이 되고, 그 계정의 글은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뮤트를 통해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실명을 드러내는 것에는 장점도 있겠지만 윤리를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익명성의 장점을 해칩니다. 지금도 오픈된 블럭체인의 특성상 누가 누구에게 보팅, 플래그 했으며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복이 두려워 함부로 목소리를 내지 못 하거나 행동하지 못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굳이 실명을 그러내서 또 하나의 제약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내는건 자유입니다. 숨기는 것도 자유입니다. 공공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자유를 누리고 싶고, 누릴 수 있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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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을 드러내는 것에는 장점도 있겠지만 윤리를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익명성의 장점을 해칩니다
때로는. 당신은 당신에 대해 얘기 하 고 싶은 것 들을 많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당신을 금지 했다.

안녕하세요 kmlee님 좋은 말씀 잘 보고 가네요. 공공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라는 부분의 범위가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작게는 합법적인 범위이겠죠.

명확한 표현이 이성의 絃줄 위에서 퉁겨지는 느낌입니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얼굴 공개든 비공개든.....
우리는 대자유의 공원 속에서 노릴 수 있겠지요.

멋진 표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이 행동의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말씀으로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글이 중구난방입니다. 필명이 하나의 아이덴티티이며 실명보다도 크게 개인을 드러낸다며 출발해서 기승전자유로 끝이 났습니다.

kmlee 님 글을 읽고 많은 부분 공감되어 제 글에도 살짝 님의 글을 언급했습니다.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현재의 스팀잇 운영체제에서는 플래그와 뮤트기능이 익명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인데, 익명성이 더 좋느냐 나쁘냐의 고민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최대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더 많이 더 넓게 보장해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지, 신상정보의 공개를 한다고 해서 더 조심성이 있다는 것은 아닐겁니다. 또한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남의 비방 공격 비윤리적인 행동의 유발이 더 심해진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맞습니다.

좋은 문장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감사하지요.

좋은의견 잘봤습니다 각자자기기준으로 활동하는것이 정답이겠지요^^ 도움이많이되는글입니다

맞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스팀잇은 계정에 대한 인지도가 있어서, 그게 익명성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일부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렇죠. 평판이 엄청 낮으면 자동으로 숨김까지 되니까요.

드러내는건 자유입니다. 숨기는 것도 자유입니다. 공공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자유를 누리고 싶고, 누릴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 말이 와닿네요~~

평소 표현력이 부족하고 투박한 글만 쓴다고 생각했는데 와닿는 표현을 할 수 있었다니 뿌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번지르르한 글보다는 투박한 표현이 어떨 때는 더 진심으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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