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이 없는 사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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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 때 꺼낼 수 있는게 아니라, 때때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능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 때때로 나타나는 기복이 심한 능력을 자신의 것이라 믿고 그 능력에 의존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게 된다. 강박적으로 최적의 능력을 발휘했던 상황을 재현하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게 아니라, 능력이 자신을 잡아먹게 된다.

기복이 없는 사람이고 싶었다.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각성을 끌어내고 억지로 움직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술을 마시고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했었는데 너무 취해서 모니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에서도 내 손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PC방으로 가는 내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보았기에 그 손놀림을 보고 더욱 놀랐다.

그렇게 스스로 기복이 없는 사람이고 싶음에도, 요즘은 계속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미루게 된다. 준비하던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또 일기나 쓰고 자료조사나 잠깐 하다 말텐데, 나는 지금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잠에 들기 어렵다. 비교적 온전한 편일 때도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졸리는데도 잠에 들지 못한 상태일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또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한참을 깨어있다가도 깊게 못 자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 사이에 컨디션이 정말로 무너졌었다. 눈을 뜨고 있는게 힘들었고 그렇다고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억지로 밀어붙였다. 잠을 못 자서 미칠 것 같아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기운을 짜내서 움직인다고 푹 잘 수 있는건 아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움직이다. 내일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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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이 있어야 더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ㅎㅎ
컨디션이 많이 무너지셨다면 새로운 취미 생활 어떠신가요!!!
스티미언 스타리그 참여하세요^^

기복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에는 일로 맞서는 무모함도 보였구요.
온전한 휴식이 참 어렵습니다...

한국인은 휴식에도 목적이 있어서 온전히 쉬지 못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공감되네요. 때로는 욕심을 내려놓을줄도 알아야할것 같습니다.

멋 진 가을 날 즐거운 나날 보내세요~^^

자꾸 몸이 가라앉을 때가 저도 있어요.
그럴때 어쩔수 없이 꼭 해야 할 일상을 억지로라도 따라 가다보면
어느덧 그 시간이 지나가더라고요.
정해진 일상의 책임이 생긴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내 자신의 신체리듬도 생기는 듯 하고요.
기운을 내세요 ~^^

가끔은 육체노동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는 것도 방법이죠. 전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가끔 전단지도 돌리고 ㅋㅋ 가즈앗!!!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잠에 들기 어렵다

저도이런 생각 했어요. 매일 의미있는 하루가 될수는 없음에도 그런 강박이....^^;;;;

즐겁기라도 해야 그런 생각을 안 하니, 이왕 아무 것도 안 하는 날에는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 줄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좋은 노래를 찾아나선다거나 ㅎㅎ

오히려 손떼고 놀러다녀오세요
비워져야 또 새로운게 들어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까요 ㅎㅎ

충분히 오래 쉬었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쉬고 나니 괜히 더 게을러지기만 한 것 같네요.

저는 김리님의 훌륭함을 믿고 여전히 김리님의 생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리듬을 다시 찾으시길 바랄게요. 바닥까지 내려가야 박차고 올라올 수 있다는 말처럼, 지금이 부상하기전의 바닥이라고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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