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1. 첫 데이트(3)

in #kr6 years ago

크기변환_KakaoTalk_Moim_4KiHCTQ2LTZlvKMgyPRyydpCeo0a89.jpg

[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오빠는 안경을 다시 쓰고 시동을 걸었다.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어..."
"먹어 보고 싶은 거 없어?"
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지민이가 알려 준 맛집이 생각났다.
"친구가 고르곤졸라 맛있었다고 하던 데가 있었는데... 사랑동이었나."
"아, 사랑동. 거기 맛집 많지. 그래. 일단 가보자."
"네. 제가 친구한테 식당 이름 물어볼게요."


21.
첫 데이트(3)

"친구도 이름이 헷갈린다는데... 식당이 길가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데요. 파스타 가게는 거기 하나밖에 없다고...."
나와 오빠는 차창 밖을 올려다보며 간판을 확인했다.
"여기 같아요. 분위기 좋아 보이는데요?"
내가 카리킨 곳은 큰 유리창 너머로 고급스런 주황색 불빛을 뽐냈다.
오빠는 금방 주차를 끝냈다.
그리고 먼저 내려서 조수석 쪽 문을 열어주었다.
오빠가 식당 문을 열어줘서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았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다줬다.

"여기 맞나봐요. 일단 고르곤졸라랑..."
"응. 파스타 하나 시킬까? 어떤 거 좋아해? 샐러드도 하나 시키자."
"음..... 전 느끼한 거 좋아해서 까르보나라도 좋은데....오빠는 어떤 거 좋아하세요?"
둘 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봤다.
"그럼 샐러드는 이걸 시키고, 파스타는 스테이크가 올려져 있는 크림 파스타로 먹자!"
"...너무 비싼 거 아니예요?"
"아냐. 제일 맛있어 보여. 이거 먹자."
"좋아요!"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떨쳐버리고 활짝 미소 지었다.

고르곤졸라는 처음 맛보는 꿀맛이었다.
세상에 그런 피자가 존재하는지 그 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빠 앞이기 때문에
손으로 먹지 않고
접시 위에 올려 얌전히 칼로 잘라가며 먹었다.
"아~ 이건 치즈 늘여가면서 손으로 먹어야 하는데~"
"그럼 그렇게 먹어.^^"
"에이~ 그래도 오빠 앞인데 여성스럽게 먹어야죠."
"응? 그냥 편하게 먹어도 돼. 나도 손으로 먹는 거 좋아해."
"정말요? 그럼 편하게 먹습니다?"
나는 손으로 고르곤졸라 한 조각을 들어올려 치즈를 쭉쭉 늘여가며 먹었다.
나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식사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빠는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자주 하던 드립을 날렸다.
"고르곤졸라가 고르곤졸~라 맛있어?"
나는 재돌샘이 그런 개그를 할 때마다 깔깔거리고 웃었었다.
그리고 그 날도 오빠 앞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고르곤조올라 맛있어요.ㅋㅋㅋ"
샐러드도 파스타도 다 정말 맛있었다.

완벽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빠가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줬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이제...들어가 봐야겠죠? 룸메가 혼자 잠을 못 잔다고 하더라구요."
"엥? 혼자 잠을 못 잔데?"
"네. 이유는 못 물어봤는데 저 나갔다 온다고 하니까 언제쯤 들어오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렇구나. 나도 내일 출근하려면 이제 내려가야지."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트를 꺼내서 오빠에게 내밀었다.
"이거 제가 쓴 건데...음 기록?인데 꼭! 읽어주세요. 그리고 제일 뒷장도 펼쳐봐요."
오빠는 내 말에 따라 제일 뒷장을 펼쳤다.
나는 오빠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서부터 써 놓은 편지도 다 읽어요~ 알겠죠?"
노트에는 지금까지 오빠에게 받은 문자뿐만 아니라
노트의 제일 뒷장부터는 내 폰에다 메모했었던 편지들을 적어두었다.
전화와 문자로는 차마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

나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번에도 오빠에게 먼저 다가가 입을 맞췄고
지금까지 했었던 어떤 키스보다도 진하게 했다.
"사랑해요."
"나두."
오빠가 '나두.' 라고 했다.
"고마워요. 조심히 내려가요."
나는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었다.
오빠는 차창을 내리더니
"먼저 들어가.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안 돼요~ 제가 오빠 보는 거 들어갈래요."
"먼저 들어가~ 네가 걱정돼서 그러지."
"아이 참~ 그럼 먼저 들어 갈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나는 손을 흔들고 가다가 휙 뒤돌아봤다.
오빠는 여전히 차창을 열고 내가 들어가는 걸 보고 있었다.
"얼른 가요~~"
나는 또 손을 흔들며 크게 입 모양을 냈다.
오빠도 손을 흔들었다.
내가 완전히 보이지 않고 나서야 오빠가 출발한 것 같았다.

방으로 들어오니 룸메는 불을 켜고 이불을 덮어쓴 채 자고 있었다.
'벌써 자는 거야? 오빠랑 조금 더 있다가 들어 올 걸.'
오빠한테 잘 들어왔다고 문자를 보내고
오빠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씻고 대충 치우고 나니 오빠에게 문자가 왔다.

잘 도착했어요 졸리긴했는데 우리 킴쑤 생각하면서 잘 왔엉
-재돌오빠

불을 끄고 누운 자리에서 또 한참 오빠와 문자를 했다.

아잉아잉 뿌잉♥
-재돌오빠

나는 오빠의 애교를 오빠가 나에게 빠져있다는 증거로 여겼다.
오빠가 현실에 눈을 뜨고 정신 차릴까봐 걱정했던 것을 잊게 해줬다.

잘자요 오빠♥
-킴쑤

막상 자려하니 머리 속 킴쑤가 잠을 못 자게 하는데 ㅋㄷㅋㄷ
-재돌오빠

나는 잠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오빠와 한 데이트.
오빠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
오빠가 드디어 날 진짜 여자로 보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가 나를 위해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를 골랐다.
고르곤졸라.....또 먹고 싶다.

다음 날 아침,
잊지 않고 오빠에게 모닝콜 했다.
그리고 나는 오빠 덕분에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어제 밤에 네가 준 일기랄까 일지랄까 그거 다 읽고 잤어 뭐랄까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 여튼 현재로는 서로가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이러한 감정을 소중히 생각하면 될거 같아 아침에 깨워줘서 고맙고 오늘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
-재돌오빠

.

.

.

첫 데이트를 떠올리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하루가 편집된 다이어리의 기록을 읽으면
잊고 살던 그때의 순간들이 머릿속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 든다.

쌍둥이가 태어난 뒤
단둘이서 하는 데이트는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직 결혼해도 연애할 때처럼 산다지만
연애할 때처럼 데이트할 시간은 없다.

늦은 밤
내가 쓴 글을 읽어보며 확인하는데
다시 첫 데이트 하는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자다가 살짝 뒤척이는 남편 얼굴에 다가가
"키스해 줘, 키스하면 안 돼?"라고 물었다.
남편은 잠결에 기가 찬 듯 웃으며 말했다.
"잠 좀 자자, 제발. 좀 자라~"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쿨쿨 잠이 들었다.

크기변환_KakaoTalk_20180523_223356526.jpg
실제 문자

크기변환_KakaoTalk_20180523_223357225.jpg
재돌샘에게 준 노트(사촌 동생에게 안 쓰는 노트 있으면 아무거나 달라고 해서 얻은 노트)

크기변환_KakaoTalk_20180523_223356956.jpg
노트에 적혀 있는 편지
[번외편] 혼잣말 2012년2월22일, 23일
[번외편] 혼잣말 2012년2월24일, 26일, 28일, 29일

_22화로 돌아올게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를 읽고 싶으시다면!

1~20화를 눌러주세요.
각 포스팅, 댓글에 있는 링크로 막힘없이 정주행 가능하답니다.



늘 감사합니다.
육퇴가 11시 30분이라니.... 하루가 무척이나 길군요.

Sort:  

Chic article. I learned a lot of interesting and cognitive. I'm screwed up with you, I'll be glad to reciprocal subscription))

오빠에 대해 써주셨네요. 종종 보러 오겠습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_^

ㅎㅎㅎ아 마음속 행복이 가득차네요. 좋은글 추천입니당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이제 두 분의 사랑이 충만해지고 있는듯 진척이 되고 있네요~
전에도 봤지만 ^^ 추억을 못버리고 다 갖고 계신게 정말 신기할 따름이에요~

히히....아직...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전 아빠를 닮아서... 뭘 잘 못 버려요 ㅎㅎ 집에 쌓여있다한들 버릴 게 없다고 여기죠...
그랬더니 뭐가 어딨는지 모를 때도 있어요 ....하하 효율적이지 못 하죠 ㅎㅎ
그래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록들이 있어서 기쁘답니다~

아우 저는 첫데이트 가물가물한데~ 이렇게 기록해두고 사진남겨두고 킴쑤님 최고^^ 쭉 읽으며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당~~ 갑자기 등장한 현실 남편에서는 큭큭. 오늘도 둥이들과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해요~~~^^ @goodfeelings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재돌샘의 말장난 개그는 이때도 여전하셨군요~ㅋㅋㅋ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재돌샘의 '신남역' 다음은 '화남역'..ㅎㅎㅎ

암튼,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음다~!!!!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남역 다음은 화남역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끝까지 지켜봐 주실거죵? 히힛.

킴쑤야...신남역, 화남역 읽는 순간...
나선결 내용 잊어묵었당...헐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신남역 화남역........세상에나...

꿀맛이었던 음식들과 달달한 데이트
그리고 아재느낌 뿜뿜나는 재돌님~
그 모든 추억이 담긴 기억들~
오늘도 추억을 기록하고 계시네요
멋집니다 두분~아니 네분^^

더 재밌게 기록해보고 싶은데 제 생각대로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기록하는 습관은 참 좋은것 같아요.
기록한것을 보다보면 지난날있었던 일들이 생각나고
무엇을 했는지 알수가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오작두 괜히 봤어...여기서볼걸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2
BTC 64117.78
ETH 3112.19
USDT 1.00
SBD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