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1. 첫 데이트(1)

in #kr6 years ago

크기변환_KakaoTalk_Moim_4KiHCTQ2LTZlvKMgyPRyydpCenTPZn.jpg
[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21.
첫 데이트(1)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재돌샘에게 겁도 없이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이 있다.
재돌샘과 내가 충분히 친하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재돌샘이 학생 중에서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백일장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다.
백일장이 열리는 날은 개천절이었고
공휴일이니까 재돌샘과 밖에서 만나 밥 한 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백일장이 열리는 곳은 재돌샘의 본가가 있는 곳이니
재돌샘이 밥을 사줄,
재돌샘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턱대고 재돌샘에게 전화를 걸었다.

"쌤! 안녕하세요?"
"누구신가요~?"
"저 킴쑤예요!"
"아~ 네가 웬일이냐?"
"어... 다름이 아니라 저... 개천절에 백일장 하러 △□초등학교 가는데요! 혹시 시간 되시면... 저 밥 사주세요!"
'밥 사주면 안 될까요?'도 아니고
'밥 사주세요!'라고 말했다.
상냥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냥 툭 하고 던져버렸다.

"...어? 허허. 안 되겠는데. 나 약속 있거든. 안 될 것 같아. 쉬는 날인데 왜 내가 너를 만나니... 하하하."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재돌샘의 목소리는
엄청 떨떠름했다.
그때야 알아차렸다.
재돌샘이 나에게 밥 사줄 이유가 없다는 걸.
그 황금 같은 쉬는 날,
재돌샘이 날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괜히 전화했다...... 내가 미쳤지.'

"아... 죄송해요. 학교에서 봐요."
"어~"

밖에서 선생님을 따로 만나면
더 반갑고
그래서 재돌샘이 나를 더 다정하게 대해주고
맛있는 점심도 먹는 데이트를 상상했는데
산산이 조각났다.

백일장 당일,
나는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좋아한다고 쫓아다녔던 선생님과 만나
선생님의 아들 둘이랑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그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

.

.

.

사촌 동생의 봄방학 마지막 날도,
대학생인 나의 방학 마지막 날도
삼일절이었다.
오후에는 기숙사로 짐을 옮겨야 했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서둘렀다.
시간이 나면 재돌샘 얼굴을 좀 보고 싶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재돌샘을 만날까 했는데
아빠가 데리러 나와서 물 건너갔다.
집에 도착해서는 재돌샘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남긴 뒤
얼른얼른 짐을 쌌다.
짐을 다 싸면 엄마에게 아무 핑계나 대고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는 재돌샘을 찾아가려고 했다.
어딘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재빠르게 기숙사에 갈 채비를 마쳐도
내 마음처럼 나갈 수가 없었다.
기숙사에 가기 전에 동생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차라리 더 늦기 전에 기숙사로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섰다.
왜냐하면, 재돌샘이 기숙사 앞으로 나를 만나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와 동생에게
짐 정리도 해야 하고
1학년 때는 신관에 살았었지만
2학년 때는 구관으로 배치 돼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찍 가야한다고 둘러댔다.
식구들과 함께 다 같이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아빠, 엄마, 동생 다같이 내 방으로 짐을 옮겼다.
방에는 이미 신입생 룸메가 와 있었다.
룸메와 짤막한 인사를 나누고 나와
아빠, 엄마, 동생을 돌려보냈다.
동생은 집에 가는 길에 마트도 가고
햄버거도 먹으러 가야한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빨리 가야겠네~?"라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아빠 차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폰을 꺼내 재돌샘에게 '오빠!'라고 문자를 보냈다.
방에 올라가 룸메랑 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재돌샘에게 나오라고 답장이 왔다.
'우와! 짱이다! 바로 오네.'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방에 들어가서 룸메에게
"내 이름은 킴쑤야. 말은 내가 편하게 해도 되겠지?
너도 괜찮으면 말 편하게 해."
재돌샘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네.^^ 전 괜찮아요. 말 편하게 하세요."
"아, 근데 난 친구랑 오늘 저녁 먹기로 해서 나갔다 올게~"
나는 가방을 대충 챙기며 룸메에게 이야기했다.
"정말요? 혹시 언제쯤 들어오세요?"
나는 몸을 돌려 룸메를 돌아봤다.
"글쎄? 왜?"
"저...혼자 잠을 못 자서요..."
"아, 그렇구나! 나 늦게라도 방에 들어올 거야.
근데 혹시 내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번호 줄래?"
울상 짓는 룸메가 의아했지만 귀엽기도 했다.

그동안 재돌샘에게 받은 문자를 적은
노트도 잊지 않고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근데 언니, 방 비밀번호는 어떡하죠?"
"아! 맞다! 비밀번호 설정해야지.
내가 급해가지고 정신이 없네ㅋㅋ"
1분이라도 일찍 재돌샘을 만나고 싶어서
내가 미리 연락해뒀는데
졸지에 재돌샘이 나를 기다리게 돼버렸다.

"혼자 자기 힘들면 먼저 연락해~
나갔다 올게."
신발을 신으며 룸메에게 일러두었다.
기숙사 밖으로 나오니 바깥 공기가 신선하고 산뜻했다.
'그러고보니...나 지금 재돌샘이랑
데이트하러 가는 거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재돌샘을 만나기 몇 미터 전.
전날 전화할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머릿속에 스쳤다.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어색한 기류가 흐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세차게도 뛰었다.
재돌샘 차가 기숙사 후문에 서 있었다.
나는 경쾌한 뜀박질로 조수석 앞에 섰다.
차창을 '똑똑' 두 번 두드렸더니
재돌샘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잠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차 문을 열었다.

재돌샘 차 조수석은 이제 확실히 내 자리였다.
재돌샘 옆자리가 다른 여자의 자리일까 고민했던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직 재돌샘과 어떤
다른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지만
앞뒤 다 떼고
그냥 조수석에 앉았을 뿐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돌샘을 올려다봤을 때,
이미 나를 보고 있는 재돌샘...

둘 다 전날 무슨 전화를 했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무슨 문자를 주고 받았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얼굴로
서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_다음편에 계속

[정주행각]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_프롤~20화(연재중)

Sort: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21. 첫 데이트(2)


나는 그 날 그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

분노의 글짓기를 하신 줄 알았는데 아래 분위기를 보니 그건 아닌가 보군요.
역시 남자는 차가 있어야 한다는 <아바타>의 교훈을 새삼 얻고 갑니다.

ㅋㅋㅋㅋ분노를 하긴 했는데 오히려 죄송했어요. 사실 개천절 전 날 연락을 해서 밥을 사달라고 했었고.... 밥을 맡겨놓은 마냥 사달라고 졸랐죠ㅋㅋ 제가 무례했다고 생각해서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어요. 재돌샘을 만날 거라고 들떠 있었다면 백일장에 집중하지 못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그럼 장원을 하지 못 했겠죠.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큰 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담번에 혹시 <아바타>가 다시 영화관에 개봉하면 꼭 다시 봐야겠어요 ㅋㅋㅋ

괜히 그동안의 일기를 모아놓은게 아니라~
킴쑤씨는 글쓰기를 타고난 사람이었군요~~
장원까지 한 인재..역시 멋져요 ^^v

헷...고맙습니다 ㅎㅎ 제가 너무 제 자랑을 해버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
타고난 재능인지는...모르겠어요ㅋㅋ 왜냐면 그게 마지막이었으니까요 ㅋㅋ
결핍?에서 오는 힘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모두가 한 마음!
장원킴쑤~대단해!!!
ㅎㅎ

꺄아~ 언니 넘 고마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넘 제 자랑이 심했죠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라님 @zaedol 님 그 선생님인거에요??!!

네 호돌님~~
킴쑤랑 재돌님이랑 부부예요~^-^

오호호호호

으흐흐흐흐

오늘 글의 교훈 두 가지.

  1. 백일장 장원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2. 자식 잘 키워봐야 소용없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 혼자만 비뚤어질 테다!!!!!!!^^;;;)

ㅋㅋㅋㅋㅋ
1번 무엇? ㅋㅋㅋㅋㅋ 칼님 대박

ㅋㅋㅋㅋ맞아요 그리 어려운게 아니예요^^
ㅋㅋㅋㅋㅋㅋ삐뚤어져도 바른 말만 하시네요?!ㅋㅋ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혹시 @zaedol 님이 그 선생님인건가요?
제가 처음 와서요^^

네~ 맞아요^^ 제가 답이 넘 늦었지요~ 죄송해요ㅠㅠ

이미 글 재주가 있었네요 장원이라 한번도 글을 잘 써보지 못한
나로써는 부럽기만 합니다.
읽는것만 좋아합니다 ^^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동경합니다!ㅎㅎ
전... 읽는 걸 힘들어해요ㅎㅎ 안타까운 일이죠ㅠㅠ 근데 요즘 스팀잇을 하니까 자꾸 읽는 연습이 되는 것 같아용 히히~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2
JST 0.029
BTC 60813.09
ETH 3389.90
USDT 1.00
SBD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