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1)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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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1)

재돌샘이 차 안에서
내 손을 먼저 잡았던 그 날.

"저거 무지개 아니예요?"
"어디?"
"저기요!"
나는 재돌샘 뒤로 보이는 하늘을 가리켰다.
"어디? 무지개 맞네. 근데 너무 희미한데?
날씨가 미쳤네..."
그 날은 해가 떴다가 비가 왔다가
또 비가 그쳤다가 해가 떠 있으면서도
빗방울이 떨어지던 이상한 날이었다.

나는 은근히 보일 듯 말 듯한
그 무지개를
자꾸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돌샘도 나와 똑같이
그런 생각을 하길 바랐다.

"저 무지개 되게 특별하지 않아요?
왠지 우리 사이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해가 금방 져버려서
무지개는 잠시 였지만
재돌샘과
나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

.

.

나는 재돌샘에게 새롭게 들은 정보를
엄마에게 들려줬다.
그리고
슬쩍 다음 날 재돌샘과 점심을 먹고 와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래. 그 미친 여자 때문에
재돌샘이 많이 힘들겠네.
내일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고,
엄마가 힘내라고 했다고 전해줘."

다음 날.
엄마가 사준 아이쉐도우와 아이라이너로
예쁘게 꾸미고 옷도 차려입었다.
'꼭 데이트 하러 나가는 것 같아.
왜 괜히 떨리지~ 어제도 봤는데...'
재돌샘은 집 앞에 나를 데리러 왔다.
재돌샘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예쁘다~"라고 말했다.
할 말이 없는지 자꾸 예쁘다고 했다.
그리고 재돌샘은 "어디갈까, 어디갈까~" 하다가
고속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
"오늘은 이리로 가도 돼?"
"네! 좋아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처럼 굳이
멀리 가면 안 된다고 재돌샘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내가 다니는 대학교 앞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여기는 니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어디가 맛있어?"

나는 맛있지만 친구들과는
가격이 부담되서 자주 못 가는 음식점을 골랐다.
둘이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나와서 좀 걷다가 카페에 들러 커피도 한 잔 했다.
학교 앞에서 재돌샘과 걸으니
다른 커플들처럼 데이트 하는 기분이었다.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뒤로
쌍쌍이 다니는 커플들이 더 부러웠었다.
내가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했었다.
있으나 마나 였던 전 남자친구...

재돌샘 차를 타고 또 집까지 같이 왔다.
돌아오는 길에 재돌샘 손을 꼭 잡고 왔다.
그 날은 내가 먼저 힘내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재돌샘은 내 손이 따뜻하다며 낯설다고 말했다.
"그냥 하는 소린데...
우리가 잘 되려면 니가 임신...같은 걸 해야...
뭐, 그런 시나리오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닐까?"
"뭐래. 어디서 그런 시나리오를...!ㅋㅋㅋㅋㅋ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예요?ㅋㅋㅋㅋㅋ"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돌샘의 아버님이 안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재돌샘은
"널보면 다 느껴져.
자식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라고 말했다.
집 앞에서 내려 줄 때
재돌샘은 저녁에 후배 결혼식 이브에 간다더니
다음 날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재돌샘은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다.
모닝콜 전화를 해주려다가
전화 소리가 들릴까 싶어 문자로 대신했다.
그 날은 눈이 안 오기로 유명한 우리 동네에
눈이 내리는 날이었고
갑자기 더 추워진 날씨 탓에 나는 감기에 걸렸었다.
자꾸 콧물이 나서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을 다 쓰고
새로 꺼낸 휴지 한 통도 다 쓸 정도였다.
재돌샘에게 내 몸상태를 알리니

냉큼 약국으로 가시오ㅠ
옆에 있고 싶게 만들래...?ㅜ

-재돌오빠

라는 문자가 왔다.
퇴근하면 나에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렜다.
사실 몸이 아프니까
재돌샘이 더 보고싶은 참이었다.
재돌샘에게 기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엄마도 허리를 삐끗했다며 몸이 좋지 않아서
우리 집에는 냉랭한 공기만 흘렀다.
아빠는 그 날따라 퇴근이 늦었다.
8시가 되어서도 기척이 없었다.
재돌샘은 퇴근하고 바로 밴드 연습을 간다고 했다.

엄마는 허리가 불편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파스라도 붙여야겠다고 했는데
마침 집에 파스가 없었다.
그 때 시간이 밤 10시가 다 되었을 쯤이었다.
"엄마 내가 나가서 파스 사올까?"
"지금 약국 열린 데가 있겠어?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됐다. 나가지마."

엄마가 허리 아프다는데
집에 파스가 없네요ㅠㅠ
-킴쑤

내가 약국가서 파스 사다줄까?
-재돌오빠

우와...엄마 아프다고 하니까
바로 파스 사온다고하고~
내가 아프다고 할 때는 약도 안 사다 줘 놓고...
-킴쑤

나는 일단 답장을 보내놓고 엄마에게
"재돌샘이 파스 사다준데!"라고 얘기했다.
엄마는
"그래? 그럼 부탁 좀 한다고, 파스 좀 사다 달라고 해봐~"

너 때문에 네 어머니도 알고 너 때문에 네 어머니 걱정도 하고 네 어머니 아프시면 네가 맘도 몸도 고생할게 뻔한데... 암튼 그런데... 넌 말을 그렇게 하냐 네가 있어서 인데
-재돌오빠

아...미안해요
난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
-킴쑤

파스만 있으면 돼?
더 필요한 거 없어?
감기약도 사갈까?
-재돌오빠

고맙습니다
전 감기약 먹었어요~
파스만 사다주세요
-킴쑤

"근데 약국 열린 데는 있나?
괜히 부탁한 거 아닐까...?"
엄마가 나를 보며 걱정스런 얼굴을 띠었다.
"글쎄..."
그런데 5분도 안되서 재돌샘에게 전화가 왔다.
"나 집 앞에 다 왔는데...
니가 나오는 게 낫겠지?"
엄마는 전화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웃음이 터졌다.
"빠르기도 하다~"
나는 그런 엄마를 향해 찡긋하고 소리 없이 웃었다.
"네~ 쌤. 제가 나갈게요."
나는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겉옷을 입었다.
엄마는 부엌에서
"집에 와서 차나 한 잔하고 가라 그래~"
라고 말했지만
"아니야. 파스만 주고 가신데."
라고 신발을 신으며 얼른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 나왔어요. 오빠 어디에 있어요?"
"나 입구."
"아, 알겠어요. 오빠 보여요."
아파트 입구에서 재돌샘이 어슬렁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약국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가로등 밑에서 마주보고 섰다.
재돌샘이 봉지를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마침 집에 파스가 없어가지고...
사러 나가기도 애매하고...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지금 약국 연 데가 있었나봐요?"
나는 재돌샘을 보고 활짝 웃었다.
"우리 집 앞에 열려 있던데?
별 말씀을. 얼른 나으시라고 전해줘."

막상 얼굴을 보니
그냥 보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늦은 시간에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 콩닥이는 일이었다.
"학교에서 그 여자... 얼굴 봤어요?"
"아니. 오늘 점심도 안 먹었어.
마주칠 일이 없었지. 뭐.
넌? 감기는 괜찮아?"
"자꾸 콧물 나요. 힝~
오늘 휴지를 얼마나 쓴지 모르겠어요."
"오빠는 괜찮아요?"
"뭐....뭐~"
재돌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컴컴한 밤에
가로등 불빛 밑으로 재돌샘과 내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눈만 마주치면 둘 다 미소가 번졌다.
혹시 이러고 있는 우리 둘을 누가 보면 어쩌나 싶어서
돌려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럼..."
재돌샘은 내 말을 잘랐다.

"한 번 안아봐도 되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재돌샘은 나를 꼬옥 안았다.
내가 재돌샘 품에 쏙 들어갔다.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심장에서 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인지
재돌샘 심장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날이 추워서 입김이 나왔다.
"아~ 따뜻하다~"
나는 재돌샘을 더 꽉 안으며 말했다.
한 5초면 풀릴 줄 알았던 포옹이었는데
재돌샘이 계속 나를 안고 있었다.

나는 약간 불안했다.
"우리 이러고 있어도 돼요?"
재돌샘은 "왜? 안돼?"라고 대답했다.
"아뇨. 혹시 누가 볼까봐...
누가 보면 어떡해요?"
"누가 보는데?
보면 어때. 보면 안 되는 사람이라도 있어~?"
"우리 아빠?"
"아버님 집에 계셔?"
"아뇨, 아직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
우리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아빠가 차타고 들어오다가 딱 마주칠 것 같은데요?"
"마주치면 인사하지 뭐~"
"진짜요? 아빠가 엄청 뭐라할텐데요?"
재돌샘은 팔을 풀었다.
"왜? 왜 뭐라고 해? 뭐 어때서~?"
재돌샘은 7살 아들래미가 말대꾸하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 모르니까요. 아빠 오기 전에 얼른 가요~"
"그래. 알겠어. 간다~"
"파스 고마워요~ 집에 조심히 가요~"

나는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보이다가
양 팔로 머리 위에 하트를 그렸다.

그리고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파스!"
"그래~ 고맙네. 재돌샘은 가고?"
"응. 갔어.
학교에서 그 여자 마주칠까봐
점심 때 밥도 못 먹었데..."
"참...안됐다. 안됐어.
근데 넌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
"추운데 있다가 들어와서 그렇지~
밖에 진짜 춥더라고."
"그러게...이 추운데 니네 아빠는
왜 아직도 소식이 없을까..."

재돌샘에게 안겼을 때부터 달아올라
얼굴이 빨개지는 바람에
집에 들어와도 가라앉지 않았다.
벌렁대는 심장을 엄마에게 잘 숨기려고 했는데
빨개진 얼굴까지는 감춰지지 않았다.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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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가끔 재돌샘 문자나 말하는 거 보면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할 법한 달달한 말이 많은 것 같아요. 은근 연애고수??!!!ㅋ

진도가 느리면 답답하고 궁금하고,
빠르면 강샘나고... 아놔~~^^;;;

ㅋㅋㅋㅋㅋ저도 제가 적어둔 문자들을 다시 펼쳐들면 우리 남편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지...하면서 다시 깨닫게 된답니다^^ 연애 고수였던걸까요? 암튼 우리 남편 말을 다정하게 잘 해줘요~ 저랑은다르게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calist님이랑 밀당이 잘 되고 있는 것이었군요?
시청률 떨어진다고 하셔서 소올찍히 긴장타고 있었단 말이예요~~~~ㅋㅋ
늘 감사합니다^^

어허 운전하는 사람 손을!! 위험하게!!ㅋㅋ 잠들 시간 되면 딱 올라와주는 러브 스토리~~ ^^^

운전하는 사람 손 잡으면 안되는거예요?????ㅋㅋㅋㅋ
왼손으로 운전하면 오른손은 늘 놀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전해 보이길래 늘 잡아야한다고......생각했어요 키키키키키킼키킼 위험한가요?ㅋㅋ
아웅 매일 빨리 올리고 싶은데 일찍 완성이 잘 안 되네요~ 미치것어요 ㅠㅠ
비슷한 시간에 올려보려고 애는 쓰는데^^;;
늘 감사합니다~~^^

알콩달콩 연애가 시작되었네요 ^^
엄마가 재돌쌤의 편이 되어줄지 의문이 드네요~
벌써부터 장모님한테 잘 하려고 하시는 듯 ~ 자세가 되었군요 ^^

넵 ㅎㅎ 기대해주세요^^
그때부터 재돌샘이 우리 엄마를 장모님이라고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파스사다줘서 저도 좋았고 엄마도 좋아했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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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돌샘님 이제사 속마음을 조금씩 내 보이시네요
늦은 시간에 파스사다 주어서 높은 점수를 받았겠어요
앞으로 급 변할것 같은데 궁금하네요^^

속마음을 내보이면 이제 거의 다 온 거죠잉~~~?ㅋㅋㅋㅋㅋ
기대해주세요!^^

스팀아 4월을 멋지게 가보즈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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