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2)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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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재돌샘에게 안겼을 때부터 달아올라
얼굴이 빨개지는 바람에
집에 들어와도 가라앉지 않았다.
벌렁대는 심장을 엄마에게 잘 숨기려고 했는데
빨개진 얼굴까지는 감춰지지 않았다.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2)

나는 발렌타인데이에 재돌샘에게
초콜릿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생일인데 볼...수 없네 ㅋ 에잇 19일에 같이 올라갈까???
-재돌오빠

서울에 올라가야 할 날짜가 내 생일로 정해졌다.
사촌 동생이 월요일 부터 학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에는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이요?
-킴쑤

같이 가면 안돼????
-재돌오빠

아니 가도 되긴한데...오빠 가도 되요?
안 바빠요?
-킴쑤

그럼 킴쑤 나랑 갈래?ㅋ
-재돌오빠

오...근데 어떻게 같이 가요? 버스?
-킴쑤

나는 은근히 다른 사람들 눈이 걱정됐다.
그리고 봄방학을 하더라도
언제 불려 나갈지도 모르면서
나를 따라 나선다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내 차로 모실까?
-재돌오빠

기름값도 많이 들테고...
괜찮을까요ㅎㅎ 잘 모르겠어요ㅎㅎ
-킴쑤

나는 재돌샘과 같이 올라갈 생각에 설렜다.
진짜 재돌샘 차를 타고 그 먼 서울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것인지 생각만 해도 떨렸다.
다만 기름값을 대줄 수 없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먹는 거든 뭐든ㅎ 알고 싶어...뭐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맘이 더.. 크고.. 항상 내 이야기 위주로... 내가 위로 받을 말만 했던 거 같어ㅎㅎ 그래....알고 싶어
-재돌오빠

난...그냥...후... 이런 식의 접촉 조차 힘이 드는구료... 아... 미안해 잘...자
-재돌오빠

재돌샘이 개학을 한 후에 다가오는 것은
'졸업식'이었다.

전 남자친구의 졸업식.
내가 그렇게 기다렸던 그 졸업식.

"연락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뭐하러 얼굴 보려고."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기다리는 중이예요.
기다릴거예요."

"언제까지?"

"오늘 얼굴 못 봤으니까. 이제 졸업식까지 기다려야죠."

"지금 12월인데, 2월 까지 기다릴거라고?
3개월을 더 기다리겠다고?"

"3개월이 됐든, 1년이 됐든 기다릴거예요."

"열녀 났네. 그 때까지 못 기다릴 걸?"

"왜요?
기다리면 돌아오지...
않을까요..."

나는 방학식 날 모교에 가서
과학선생님과 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다.
내가 '기다릴거예요.'라고 했었다.
'기다리면 돌아오지 않을까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정말 과학선생님 말대로 나는 못 기다렸다.
기다릴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재돌샘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그 애를 잊어갔다.
재돌샘이 전 여자친구 때문에 정신이 나갔든
아니면 내가 여자로 보여서 좋든
나는 재돌샘의 그런 연락과 문자,
관심 그리고 내 일상에 파고든 재돌샘에게
빠져들었다.
재돌샘은
전 남자친구를 좋아하기 전에 내가 이미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나에게 재돌샘이라는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존재 였다.
애초에 나에게는 가능성 조차 없었다.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사랑은 금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선생님이 좋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이 나만의 상상일 뿐이지
재돌샘과 나의 사이에
선생님과 제자 사이 말고
뭐가 더 있을 수 있었냐는 말이다.

그 당시 재돌샘은 여자친구가 있었고
나는 재돌샘의 제자일 뿐이었다.
나 혼자 재돌샘을
무서워했다가
존경했다가
좋아했다가
사랑했다가
포기했다가...

혼자서 남자주인공은 없는
연애소설을 써내려갔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재돌샘과 연락을 주고 받은 후부터는
내가 썼던 연애소설 같은 일이 자꾸 현실이 되니까
신기하고 얼떨떨한 그 순간들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고
전 남자친구를 떨쳐낼 수 있는 큰 이유가 되었다.

내 머릿속에서 온전히 그 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졸업식 때, 얼굴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거라고 했던 나는
연락도 주고 받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커플 다이어리를 삭제했던 것에 배신감을 느꼈고
괘씸하고...화가 나는 마음에
그 애를 기다리지 않을거라고 일촌을 끊으며 혼자 결정했었다.
그런데
막상 졸업식이 다가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졸업식 전 날.
친구와 전화하며 새 학기를 위한 시간표도 짜고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생각이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일단
졸업식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꼭 가야할 이유가 없는데
기다렸던 날이었고, 내가 진작부터
간다고 생각했던 졸업식에 안 간다는 생각을 하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나름 노래도 듣고, 혼자 노래도 크게 따라 부르고
하면서 기분 전환 겸 재밌게 시간을 보냈는데
자꾸만
전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어떻게 했건
그 애에게 가장 중요할 시기인
고2~고3이라는 시간을 내가 빼앗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집중해야 할 그 시간들을 나 때문에
날려버리고
원래 희망했던 대학, 꿈이라고 말했던 그것들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엄마가 나의 존재를 얼마나 싫어했을지
상상이 갔다.
내가 졸업식에 간다면
그 애의 엄마가 아들을 망쳐 놓은 당사자를 보고
머리채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시기에 나한테 시간을 썼던
그 애에게 고마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애가 뭐가 좋다고
예쁘다고 나한테 잘해줬었는지...
고맙다는 말을 더 못 한 것마저 미안해졌다.

그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놓아주지 않아서 힘들었을
그 애 얼굴이 떠올라서
눈물이 흘렀다.

졸업식에 가고 싶었다.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니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으니까.
한 때 서로 좋아했던 걔랑 내가
헤어졌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으니까.
그런 비정상적인 끝맺음은 싫어서
얼굴을 보고 꼭
단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이상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직접적으로 얼굴을 보고 알리고 싶었다.
'너 같은 거 기다리지 않고
너 같은 거 잊고 잘 산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재돌샘과의 관계만 생각하고 싶었다.
전 남자친구라는 그것조차
떠올릴 일도, 볼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안하고 고마운 그 애를 뒤로한 채
재돌샘에게 달려가는 내 자신...의 모습은
그 날 따라
배신자 같이 느껴졌다.

눈물을 닦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내가 미쳤다고 이러고 있지.'
생각이 들어서 재돌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근무 시간에 문자를 되도록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순간은 참을 수 없었다.

내일 졸업식 몇 시에 시작해요?
-킴쑤

왜? 오게?
-재돌오빠

그래도 얼굴을 보고 확실히 정리하고 싶은데...
-킴쑤

이미 정리된 거 아니었어?
그냥 끝난거지 뭘 확실히 해
올 필요 없어
-재돌오빠

그런데 나는 다른 생각도 있었다.
중, 고등학교 동시에 졸업식을 하는 우리 모교...
재돌샘도 그 여자와 강당에서
마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었다.
그 공간에
재돌샘과 그 여자.
그리고 내 전 남자친구...
...그래서 나는 더 그 자리에 서 있고 싶었다.
멀리서라도 재돌샘의 힘이 되고 싶었다.
그 여자와 마주해야 할 재돌샘이 걱정됐다.
점심까지 거르며 피했던 그 여자를
2시간 남짓 마주해야한다는 사실이 괴로울 것 같았다.

오빠는 괜찮겠어요?
-킴쑤

뭐가?
-재돌오빠

중, 고등학교 졸업식 같이 하잖아요
오빠 걱정도 되고...
-킴쑤

난 상관없어
내 걱정하지말고
넌 오지마
-재돌오빠

네 알겠어요
오빠 말 들을게요
-킴쑤

사실
졸업식에 가려고 마음 먹었어도 애매했다.
아침 9시에 있을 2학년 수강신청 때문이었다.

다음 날,
9시에 수강신청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튕겼다.
친구와 연락을 해가며 시간표를 완성하니
1시간도 넘게 걸렸다.
애초에 졸업식은 갈 수 없을 일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 하는 동안 내 생각해요
내 생각만 해요
-킴쑤

재돌샘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많이 바쁜 모양이었다.

_다음편에 계속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8.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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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님 !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다 못 읽지만 ㅠㅠㅠㅠ
그래도 17까지 읽었어요 ㅠㅠㅠㅠ
재미를 일단은 보관하고 있을께요 ㅎㅎ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용 :D

ㅋㅋㅋ담에 몰아서 읽으셔요^^
공부하기 싫을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You are interesting. Thanks for sharing, hehe. I'm Oatmeal Joey Arnold. You can call me Joey.

며칠 간격을 두고 읽으니 감정선이 더 정리되는 기분이예요
뭔가 킴쑤의 마음이 환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토, 일 쉬면 좀 ㅋㅋㅋ감을 잃어요 ㅋㅋㅋ
그래서 좀 정리된 마음으로 월요일에 적는 것 같아요 ㅋㅋㅋ
뜰언니 글보러가야징~ 아 ㅠㅠ 제가 요즘 글쓰는데 욕심이 더 생겼는지
소통하는데 더뎌지네요 헤헷....

지금까지 서로를 알 기회가 없었던 게 맞네요~~ 서로를 알기 위한 대화가 어떨지 기대됩니다~
쌍둥이 잘 크고 있는지 제돌샘한테 가끔 가볼게요 ^^

넵ㅎㅎ 쌍둥이들은 재돌샘 한테가면 볼 수 있지용~~~ㅋㅋ 저도 아이들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잘 안 생기네요 ㅋㅋㅋ

이미 정리된 거 아니었어?
그냥 끝난거지 뭘 확실히 해
올 필요 없어

이 말에 적극! 공감!
뭣이 중헌디~~!!ㅋㅋㅋㅋ

그렇습니다....저는 왜 혼자 그런 미련한 생각에 순간 휩싸였었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전 남자친구나 재돌샘 에게 배려심이 느껴 지네요
사실 어린 나이에 뒤 돌려 생각하기 어려운데..
다시한번 킴쑤님에 깊은 마음이 느껴져요
앞으로 재돌샘 님과 즐거운 이야기가
많을것 같아요 다음편 기다릴께요^^

혼자 있는 시간에 저절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빠져버렸던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한 건데 자꾸 예전 생각을 떠올렸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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