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5. 선생님이 오빠가 되기까지(1)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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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멋지게 써주신 @kundani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kimssu

_

15.
선생님이 오빠가 되기까지(1)

고등학생 때 오빠에게
세차를 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때가 오빠 생일 때 였나.
오빠를...안았던 그 날이 었나.(※나선결6-(2)참고)
오빠 차는 하얀 색이었는데
차가 거뭇거뭇해보였다.
집에 간다는 사람 보내기도 싫고
근데 할 말은 없고,
준비한 생일 선물도 케이크가 전부라
빈약하다 싶은 마음에
생각해낸 말이 '세차'였다.

그 당시 우리집은 주택이었다.
집 앞에는 아빠 차를 주차 할 정도만한
마당? 주차장이 있었다.
아빠는 자주 세차를 했다.
아빠가 차에 물을 끼얹으면서 늘 그런 말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을 때마다
세차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난 그 말이 머릿속에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재돌샘에게
"세차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우리집 가면 세차 할 수 있는데!
제가 언제 한번 세차 해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재돌샘은 매우 기뻐했었다.

그리고 오빠는 지금도 세차를 해야될 쯤이 되면
늘 그 소리를 한다.
"니가 옛날에 세차 해준다고 했잖아.
왜 세차 해준다고 해놓고 안 해줬어?
나한테 사기 친거야?"
"미안...진짜 해주고 싶었는데...
근데 오빠,
...딴 건 하나도 기억 안 난다면서
그런 건 어떻게 기억해?"
"몰라. 니가 분명없이 세차 해준다고 했었어.
기대했었는데...안 해주더라고."

나는 오빠를 향해서 야릇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다.
"꼬실라면 무슨 말을 못해~
오빠 혹 했나보다~?"

오빠는 꺼억꺼억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

.

.

새해 첫 날인데 어디 안 가세요?
-킴쑤

갈까? 어데 영화나 보구올까?
아님 걍 산책, 드라이브...쩝ㅋ
-김재돌선생님

난감했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가 머리에 스쳤다.
집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답답하게 생각하던...전 남자친구.
'재돌샘도...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집에 얽매여 있는 나를 답답해 할까?
만나고 싶을 때 만나지도 못 하는데
우리 사이에 무슨 발전이 있겠냐고...'

재돌샘의 문자에 '네! 우리 만나요!'라고
답장 할 수 없었다.
이미 어제 아름이와 점심 먹는다고
외출을 해버려서
엄마에게 외출해도 되냐고 물어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재돌샘이랑 영화도 보고싶고
산책도, 드라이브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래가지고 여자친구는 무슨...'

저도 나가고 싶은데...
집에 있으면 제약이 많아요ㅠㅠ
-킴쑤

'재돌샘이...나한테 실망했겠지?'

음 제약이 많다라 그래서 나한테
죄 짓는 거 같아? 미안하고? 그럴 필욘 없는데
난 말야
네가 날 좋아하고 그러면
네가 편해지길 바라는 거거든
네가 미소 지을 수 있게 뭐 그런건데
-김재돌선생님

재돌샘의 문자를 받고 꽤 놀랐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재돌샘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재돌샘의 문자는
내가 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실망할 일이고,
나를 싫어하게 될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집에 있으면 너무 힘들어요ㅠㅠ
그럴 때마다 쌤한테 기대도 될까요?
안 그래도 많이 기댔는데
또 기대는 건 욕심일까요ㅠㅠ
-킴쑤

기댈만큼 기대
욕심이니 뭐니 따지며 그러는 거
너무 괴롭고 불편찮아
글구 어제 얘기한 것처럼
당장 일을 치뤄야 하고 할 관계로 서지 않는다면
시간이 필요한 관계라면
그 속에서 충분히 재고해 나갈 수 있다고 봐
-김재돌선생님

어른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구나.'

그런 의미에서 재돌샘은
내가 놓치면 안 될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재돌샘에게
여자로만 보이면 될 일이었다.

내가 배달해줘? 핑계 김에 너두 보구?
-김재돌선생님

방학이라 집에 있으면 가까운 도서관도 없어서
책을 못 빌려 본다고 했더니
재돌샘이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해왔다.
나를 보기 위한 핑계를
재돌샘이 만들었다.

더 이상 재돌샘에게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나를 제자로 단정짓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아니라면
'오빠'라고 불러야 겠다 생각했지만
급작스럽게
서로 조율도 하지 않은 채
"오빠!"
라고 불러 버리면 재돌샘이 당황할까 싶어서
일단
'오라버니'라고 호칭을 바꾸었다.
'오빠'와 똑같은 말이지만 뉘앙스가 달랐다.
그게 덜 부담이 갈 것 같았다.
재돌샘은 '오라버니, 오라비'라는 단어에
별 거부 반응이 없었다.

오라버니~ 오늘은 뭐하십니까?
-킴쑤

오늘은 학교 가봐야 해
시간나면 학교 오든지ㅋ
-김재돌선생님

학교는 집과 가까운 편이었지만
그 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점심시간 쯤 연락을 했다.

제가 안 가서 실망하신 거 아니죠 오라버니?
-킴쑤

ㅋㅋㅋㅋㅋㅋㅋㅋ안 그래 안그래도 좋아ㅎ
-김재돌선생님

왜 학교 오라고 했어요?
-킴쑤

음 보고싶어서?ㅎ
-김재돌선생님

저두 오라버니 보고싶어요^^
-킴쑤

뿌잉뿌잉...ㅋ...오바했닥ㅋ
-김재돌선생님

재돌샘은 자신의 마음 표현을 다 하고 나면
꼭 오버했다는 말을 했다.

지금 전화 할 수 있어?
-김재돌선생님

어...안될 것 같아요
집에 아빠랑 다 있어요
-킴쑤

ㅡ.ㅡ;; 그렇구나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네...
-김재돌선생님

미안해요
ㅠㅠ미안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ㅠㅠ
-킴쑤

아냐 그냥 내가 오바한 거 같다
-김재돌선생님

재돌샘 말대로 나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역시나 집이라는 제약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재돌샘이
나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음 날
예상에 없었던 부모님 외출이 있었다.
집에 혼자 있었다.

저 지금 집에 혼자 있어요!
저 오늘 책 갖다 주시면 안되요?
-킴쑤

지금?
나 지금 학교에 있는데...
-김재돌선생님

아... 그럼 안될까요?
-킴쑤

아니야 곧 나갈게
잠깐 나올 수 있겠어?
-김재돌 선생님

네 잠깐은 될 것 같아요
기다릴게요
-킴쑤

10분 뒤에 재돌샘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지금 가고 있어.
5분 정도 있다가 나오면 될 것 같아."
"네~"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대충 입고
나갔다.
혹시나 내가 다시 집에 들어 왔을 때
부모님이 먼저 도착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꾸미고 나갈 수가 없었다.
혹시 어디 나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
그냥 슈퍼에 나갔다 왔다 할 참이었다.
재돌샘에게
여자로 보일 수 있을 기회를 놓칠지라도
부모님에게 누군가를 만난다는 의심조차
비춰서는 안됐다.
그게 재돌샘인지 안다면
놀라 까무라치실테니까.

재돌샘 차에 타고 빤히 재돌샘을 바라봤다.
"얼굴 뚫어진다. 어디로 갈까?"
문자만 주고 받으면서 재돌샘은 마치 가상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었다.
실물을 보니 신기했다.
매일 꿈꾸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만나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재돌샘 얼굴을 보니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저도 몰라요.
이 주변에 어디 갈데가...있어야 말이죠.
그리고 사람 없는 데로..."
나는 약간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왜? 사람 없는 데 가서 뭐하려고?"
저 표정.
날 놀릴 때 나오는 그 표정이었다.
"하긴 뭘 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 할 수도 있잖아요."
나는 당황스런 얼굴로 대답했다.
목소리가 좀 커졌다.
"왜 오해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선생님이랑 제자가 얘기 나누나 보다 하겠지."
나는 왜 그 한마디에 약간 기분이 상했을까.
"아...그렇구나."
격한 반응에서 갑자기 의기소침해진
나를 돌아 본 재돌샘은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좋은 데가 있지."
재돌샘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가는 길을 보니
대충 짐작은 됐다.

"오늘은 왜 학교 가셨어요?"
"아 호출. 부장선생님이 호출하셔서 갔었어.
근데 어차피 너한테 갖다 줄 책도 학교에 있었고...
잘됐지 뭐."
정적을 깨려고 대화를 걸었다가
일단 멈췄다.
어떤 말이든
눈을 보고 말하고 싶었다.

도착지는 내가 예상한 곳과는 전혀 달랐다.
내가 알던 길에서 벗어나
반대로 깜박이를 켜길래 재돌샘에게 물었다.
"어? 여기로 가면 어디예요?
어디가는 거예요?"
재돌샘은
내가 처음 가본 곳이었다.
휴게소? 주차장 같은 곳에 차를 세우니
눈 앞으로 바다가 보였다.
"와, 여기 좋다."
"여기 처음 와 봐?
너 여기 사람이잖아?"
"여기 사는 사람이 오히려
이런 데 못 오는 거 알아요?"

재돌샘은 뒷자리에 있는 책을 꺼내들었다.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이었다.
"이거 읽어봤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읽어봐.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우리 집은...안 즐거운데요?"
나는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차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아름답고
재돌샘과는 어떤 대화를 해야할지 모르겠었다.
재돌샘도 바다만 바라보고 있고
나는 그런 재돌샘을 봤다가
바다를 봤다가 때 아닌 도리도리 중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였다.
나는 재돌샘과의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더욱 무의식적으로
말이 막 나왔다.

"저랑 오라버니...는
'선생님이랑 제자' 사이예요?"

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애써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재돌샘도 나의 그런 태도에
제법 무뎌진 얼굴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생님랑 제자지. 아닌가?"
멋쩍은 웃음도 보였다.
아니라고 반박해봤자 내가 손해 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제가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그 말에도 재돌샘은 그냥저냥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선생님이나 오라버니나...
너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
그 때 재돌샘 표정은
뭔가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차 밖은 춥고
차 안에는 따뜻해서인지
성에가 꼈다.
나는 차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밖이 안 보여요."
재돌샘은 무심한 얼굴로
"둘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많으니까 그렇지..."
라고 대답했다.

나는 재돌샘 어깨로 머리를 기댔다.

_다음편에 계속

[퇴고할 때쯤되면 왜 이렇게 재밌는게 많을까요~ 재방송도 재밌고, 못 봤었던 예능도 재밌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남편이랑 수다 떠는 것도 재밌고....그러다보면 시간이 이렇게나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calist님의 아이디어를 빌려왔습니다^^
다음 글의 링크를 달아 둘테니 정주행에 막힘없이 달리세요~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했다 _ 15. 선생님이 오빠가 되기까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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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다보면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데.. 내용이 다양해서 어케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요..ㅎ

세차 약속 -> 원래 사람은 자기가 받을 것만 기억함..ㅋㅋ
문자 '오라버니' -> 재돌샘이 그 문자 받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에 한 표!!

'즐거운 나의 집'을 아직도(!?ㅋ) 안 읽으셨다면
이걸로 대체하세요~^^*
[책갈피]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오늘도 즐겁게 읽고 갑니다.
글 쓰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하고픈 말들을 기억해서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당^_^
ㅋㅋㅋㅋㅋ흐뭇한 미소를 지었을까요ㅋㅋㅋㅋㅋ
늘 감사합니다^^! 저도 첫사랑 이야기 보러갑니다잉! 슝~

읽는내내 제가 더
설래입니다...^^
지금도 마니 사랑하시는 쑤님의
마음이 그대로 보여져서 읽는 동안 쑤님의
멋진 로멘스 부럽기 까지
합니다.^^

설레시다니~~~제가 다 기쁩니다^^
맘이 설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히힛.
늘 감사합니다♡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멋진 이벤트중이네요!
https://steemit.com/kr/@gopaxkr/100-1-1

감사합니다! 짱짱맨은 늘 짱짱!

뭐죠. 재돌샘 이산화탄소 같은 남자...
킴쑤님 마음에 가득 차 있어요. ㅋㅋ

히힛 제 마음에 가득 차 있어요~ㅎㅎ

선생님과 제자에서 벗어나야하는데...
내가더 긴장이되네요ㅎㅎ
잘 읽었어요~~^^

읽어주셔서 늘 감사해요~
댓글 달아주셔서 항상 힘이 납니다^^

정주행에 막힘없이..달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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