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해본 자유학기제 수업-순간을 영원으로(#80)

in #kr6 years ago

바쁜 하루였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대로 오늘 처음으로 자유학기제 수업을 했다. 지역 중학교 일학년 21명이다. 시간은 오전 3시간. 내용은 사진을 매개로 한 진로 체험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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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은 내가 그동안 찍은 사진과 이를 토대로 만든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었다. 내 사진은 주로 자연과 시골 모습을 찍은 것들이라 아이들과 공감대가 많았다.

사실 첫 시간은 그 뒤에 이어지는 실습과 체험 교육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다. 즉 아이들이 주도해서 교육 내용을 채워가게끔 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스토리를 짜고, 거기에 맞게 사진을 찍고, 이를 영상을 만들고, 마지막 시간에 이를 전체 앞에서 발표하게끔.

이 때 중요한 게 동기부여다. 요즘 아이들 관심사란 게임이나 아이돌 문화다. 이런 아이들에게 ‘생명 살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게 강사가 할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논과 벼를 소재로 잡았다. 솔직히 요즘 아이들이 기꺼이 흥미를 가질만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동기부여는 바로 체험학습이다. 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물론 교실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다 좋아한다. 다만 이렇게 자유를 만끽하자면 거기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내가 강조했고, 아이들이 동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스마트폰을 만질 수 있게 된 것. 스마트 폰은 사진과 동영상 수업을 아주 쉽게 해준다.

다섯 모둠으로 나누고, 2교시는 학교 둘레 논으로 갔다. 시골 학교가 가진 장점이다. 모둠별로 주제를 잡아, 거기에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의 안전만 책임지면 나머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한다. 사진을 20분쯤 찍고 편집을 하는 데 10분을 배정했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어긋났다.

사진을 다 찍고 편집으로 들어가자, 아이들 자세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다. 보통 수업 때는 스마트 폰 사용을 못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은 소중한 스마트폰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나는가.

내가 10분을 잡은 건 각자가 찍은 사진을 모아서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가볍게 끌어가길 바랐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음악을 기본으로 삽입하는 것은 물론 영상 편집에 엄청 공을 들인다. 말하자면 영상은 종합예술이 아닌가. 영화감독 저리가라다. 집중과 몰입. 영상 편집만 본다면 교사가 아이들한테 배워야할 영역이다. 담당 선생님도 놀라워할 정도였다. 이렇게 하다 보니 편집 하는 데만 얼추 40분이 걸렸다. 그야말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꿈과 끼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참고로 자유학기제 홈페이지 주소가 꿈끼( http://www.ggoomggi.go.kr )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 완성을 한 모둠부터 영상을 발표하고, 느낀 점을 나누었다.
“사진 찍고 또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사진 구도를 다양하게 해보라고 해서 찍었는데 그게 좋았어요.”
나락이 영그는 모습을 아래에서 위를 보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정말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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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을 기획하고 함께 해준 담당 선생님도 무척 만족해한다.
“아이들이 논두렁으로 가서 논을 살펴보는 것만 해도 큰 소득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편집 실력이 정말 놀랍고, 몰입도도 굉장하더군요. 내년에는 아예 일 년 단위로 교육을 기획하면 좋겠습니다.”
벼1.jpg
나 역시 즐거웠고, 보람찼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하나. 영상 발표에 견주어 아이들이 교탁으로 나와, 앞에서 말로 하는 건 서투르다는 점이다. 40분씩 영상을 편집하고 집중하면서 했던 느낌들이 많을 텐데 짧은 소감으로 끝나곤 했다. 어쩌면 토론식이나 발표식 수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일 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니, 내일 새벽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단다. 쉴 틈도 없이 바로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를 캐는 내내 오늘 만났던 싱그러운 아이들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즐겁고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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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영상을 만드는 재주는 애들이 훨씬 뛰어난 것 같아요.
살아 숨쉬는 수업을 하고 돌아오셨네요~~~

영상 시대라는 걸 실감합니다.

야외수업부터가 신나는데 스마트폰까지 ... 애들이 재밌었겠어요^-^
고구마 하니 군고구마가 먹고싶어지네요 ㅎㅎ

별이도 군고구마 좋아할 듯 ㅎ

애들 사진이 살아있네요~^^

아이들 시선이란 게 확실히 다르더군요^^

자유학기제 말이 많은데, 보람찬 수업이었군요.
하루만 출강하셨나요?
좋은 기술 전수하면 그중에 수제자 하나 나올법 한데요.

취지는 좋으나
내용을 채워가기는 어려움이 적지 않는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뜻깊은 하루였을 겁니다. 쓰리잡 쯤은 기본으로 소화하시는군요..ㅎㅎ

결국 탈이 났어요 ㅠㅠ

정말 최고의 교육이네요~ 저도 스맛폰 영상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더라구요. 수고 많으셨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영상을 빼놓을 수 없겠더라고요^^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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