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의 한마디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만큼만 주면 됩니다"

in #kr6 years ago (edited)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자주 특별한 분들의 방문을 받는다
방문 판매자들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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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공예품을 만들어 방문 판매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분들도 자주온다

내가 구매한 것은 이태리 학생의 부모님이 만드셨다는 가죽 팔찌를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는
학생의 수제품 귀걸이를

가나에서 왔다는 학생의 작은 조각품을

그리고 가끔 불우한 이웃에게 반찬을 만들어 나눈다며 기부금을 요구하는 아줌마

처음에는 취지가 좋아보여 기부금을 몇번 건네줬지만 후에는 살짝 의구심이 들어서 그냥 돌려보내기도 했다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사정을 생각해 기꺼이 요구를 들어주기도 하지만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싫어서 내가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가시게 하는 것일수도 있다

늦은 밤에는 센베를 한박스씩 파는 아저씨도
오시고 역시나 한박스 사서 아주 오래도록 먹었다

떡파는 아저씨도 오신다
맛도 괜찮고 출출한 시간이라 올때마다 사게된다
늦은 시간에 고생이지 싶다

양말파는 아저씨도 가끔 오신다
내 취향에 맞는 색상이나 디자인이 아니어도
한세트씩 사게된다
그래서 내가 별도로 양말을 사러 상점에 갈일이 없어졌다

가끔은 불편한 분도 들어오신다

인상이 나름 험악한 갈고리같은 의수를 하고
무조건 도와달라고 그손을 내미는 아저씨
역시 별말없이 물건을 파는것도 아니라 천원짜리 지폐를 몇장 건네드린다

아... 그런데 험악한 얼굴로 째려보곤 그냥 나가신다
원하는 만큼 건네주지 않았다는 뜻인가...?
자존심 상한다는 건가...?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멍하게 잠시 서있는다

내가 가장유쾌했던 방문자는 비구니스님이셨다

승복입은 스님도 자주오셔서 목탁을 두드리시는데
보통은 카운터에서 멀리떨어진 가게 입구에 서서
나오라고 목탁을 두드리신다
나가서 시주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어느날은 비구니스님이 카운터까지 걸어 들어오신다 내가 금고를 열고 얼마를 시주할까
살짝 고민하는걸 눈치 채셨을까?
한마디 던지신다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 만큼만 주면 됩니다"

뭐지 갑자기 번개를 얻어 맞은듯 깨우치는게 있다
그래 나눔이란 주고나서 아깝다고 느끼면 안되는 것이기에 스님 말대로 생각나지 않을만큼만 나누는것이 지혜로운 행위임을 깨닳게 된다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너무도 기분좋게 생각나지 않을만큼의 보시를 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마지막 방문자는 어제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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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오신 손님이 한테이블 있는 시간
한손에는 까만 봉지를 한손에는 작은 식용유
하나를 들고 허름한 차림의 60대정도의 아저씨가 들어오신다

내게 식용유를 내밀며 아주 좋은 거라며
2500원에 사달라신다
두말않고 물물교환이 끝나고 아저씨는 가게를 나가셨다

어떤 사정이길래
작은 식용유 하나를 들고 오셨는지 ... 나는
가능하면 방문자를 쫒아내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나눌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시니 고맙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가장이고 아빠일테니까....!

그리고 새로운 맥주를 발견했다며
단골이 주고간 흑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는
행복이 있던날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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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목요일 입니다
차분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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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구엘은 필리핀 맥주인데.. 저도 첨보네요~
비구니 스님의 한마디는 정말 깨우침을 얻으라는 말씀이네요~
교회에서는 정해서 내라고 하는데, 스님의 ㅡ 그 말씀이 더 나은듯 합니다~~

산미구엘 한국세서 이제 흔하게
마실수 있는 맥주예요
흑맥주를 받았는데 맛있었답니다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 만큼만 주면 됩니다"~~~~~!!!!!!
이번글에서 제가 느낀 가장 임팩트있는 문장입니다.

저도 그말씀을 들었을때
얼마나 유쾌하게 웃었느지 모릅니다 ㅎㅎ

일상에서 훌륭한 일 하시는군요!!!
그 스님 말씀하신 게 바로 조건없는 선물이자 무조건적인 환대군요!!!
작은 선의가 모여서 태산 같은 선의가 되어 선순환되는 그런 아름다운 사회를 꿈꿔봅니다
봄비 내리는 아침 좋은 일 많길 빌어요 샘
커피 한잔 하면서 잘 읽어봅니다

제가 오히려 고맙답니다
내가 사는게 바뻐서 나눌기회가 없는데
기회제공을 주시는듯 해서 감사하지요

맞습니다.
누군가에게 베풀고나서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게 진정한 나눔이지요.

ㅎㅎㅎㅎ
루비님 전 웃고만 있고 싶어요
왜냐고 묻지 마세요~^^

아낌없이 주시는분 루비님~~!!

진짜 명문장이긴 하네요...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 만큼이라...... 그래도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굉장히 베품의 철학이 확고하시면서 폭이 넓으시군요... ^^

부끄럽게 ㅎㅎㅎ
별거아닌게 크게 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무슨 가게(?)를 하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방문해서 인증(스티미언인증)하면 5%할인(또는 살짝업보팅 또는 자판기 커피한잔서비스)을 해주신다면 출장가는길에 기회있으면 방문해보겠읍니다. ㅎ~

ㅋㅋㅋㅋ 안갈챠 드려요
그런데 사시는 곳이 어디신가요?
서울?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 만큼이라...
저도 연애에 대해 이야기 할때 항상
상대에게 올인하고 상대도 나에게 올인하길 바라지 말고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굳건히 지키고
남는 에너지를 상대와 함께 나누세요. 라고 이야길 하는데
뭔가 통하는 면이 있는것 같네요.

맞아요
연애도 바라지 말고 주고싶은만큼 주고
행복을 얻는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자유를 주는게 진정한 사랑이겠지요? ㅎㅎ

정말 멋진 명언이 아닐까 싶네요^^ 괜히 주고 자꾸 생각난다면 아니준만 못하죠! ㅋㅋ


저에게 필요한 말을 주시고 가셨어요
늘 베푸시는 독노인님~~!!

머리에 비수를
가슴에 불씨를
짚이는 듯한 말...

"주고나서 생각나지 않을만큼만 주면 됩니다"

와우...
글을 곱씹으니 쓴웃음이 절로 나올정도로
의미심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다들 공감되는 말인가 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말씀이네요!
정말 중요한 내용이네요 ㅎ

네 저도 늘 기억하고 편하게 실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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