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할아버지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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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야기 @jjy

어젯밤 내린 눈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소나무에 쌓인 눈을 보니 크리스마스카드가 생각난다.
카드에는 커다란 전나무에 장식을 한 크리스마스트리나 빨간 옷에
방울이 달린 고깔모자를 쓰고 흰 수염을 한 산타할아버지가
눈 쌓인 들판을 달렸다.

문구점에는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트리를 장식하는 소품과
전구들이 반짝거렸다.
그 때는 크리스마스가 일 년 동안 울지도 않고 착하게 산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는 날이라고 알고 있었다.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착한 어린이들을 찾아다니며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는 끝끝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나 하고는 거리가 먼 동화속의 이야기였다.

농사를 짓는 집들과 구멍가게가 하나 있는 시골 마을은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없이 살았다.
그 대신 산타할아버지가 오시지 않는 산골에도 듣기만 해도 무서운
침쟁이 할아버지는 한 분씩 살고 있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말보다 침쟁이 할아버지를
부를까봐 무서웠다. 실제로 침을 맞아본 경험은 없어도 침이 아프다는 것은
상상으로 알고 있었다.

좁다란 길에서 침쟁이 할아버지를 만나면 천천히
걷다가 할아버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엄마한테 떼를 쓰던 일이 하나씩 떠올랐다.
혹시 그 할아버지가 헛기침이라도 하시면 침을 놓으려고 나를 부르실까봐
달리기도 잘 못하면서 정신없이 뛰었다.

삶이란 그다지 허망하기만 한 것도 아닌 것 같다.
크리스마스 케잌을 만화에서보고 상상만 하다가 실제로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잊고 살았고 대신 생일 케잌을 먹게 되었다.
어느 해 성탄에 아들이 할머니 손을 잡고 성당에 다녀오다가 빵집 앞에 멈췄다.
막무가내로 할머니께 케잌을 사달라고 떼를 썼다. 오늘이 예수님 생일인데
맨날 기도는 하면서 왜 생일 케잌은 한 번도 안 사느냐고 했다.
할머니가 지금 돈이 없어 집에 가야 된다고 하니까 다섯 살 꼬마가
케잌을 고를 테니 빨리 집에 가서 돈 가지고 오시라고 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 때 케잌 값을 지불하신 분은 우리 아들의 할아버지였다.
아들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보무도 당당하게 케잌을 들고 나타났다.
실로 수십 년 만에 대를 이어 상상속의 꿈이 이루어졌다.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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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jjy님 :)

감사합니다.
자주 소통하기로 해요.
팔로우합니다.

동네마다 무서운 할아버지가 한분씩 계시는 모양입니다 ㅎㅎ
저 어릴땐 시골에 가면 떼쓰거나 울때 할머니께서 망태할아버지가 잡아 간다고 겁을 주셨거든요!!! 그땐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 아이들에게도 그 방법이 통할까 궁금해 지네요!! ^^

그쵸?
그래도 망태할아버지는 산타할아버지처럼 살제로 나타나진 안았만
침쟁이 할아버지는 수시로 나타나시거든요.
지금 아이들은 아마 정전 되는게 더 무서울것 같아요.

옛날 시골에 침쟁이 할아버지, 정말 그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침쟁이 할아버지는 동네마다 다 계셨나봅니다.
아구 무서워라

'예수님 생일인데 맨날 기도는 하면서 왜 생일 케잌은 한 번도 안 사느냐고 했다.'에서 저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네요.

그러니까요
왜 해달라는 건 많은데
예수님을 위해서는 케잌도 한 번 안 사느냐고
할머니 항복이지요.

ㅎㅎㅎ 할아버지가 산타이시군요~~~^^

원래 모든 할아버지들은 산타입니다.
자식 이길 부모도 없다는데 손자를 무슨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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