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어미소의 눈물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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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소의 눈물

제가 자란 친정에서도 보통의 농가들처럼 소를 키웠다. 지금은 농사일이 기계화가 되어 일손을 많이 덜어주지만 그 당시에는 소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논밭을 갈거나 땅을 고르게 만드는 써레질 같은 힘든 일은 소가 없으면 불가능했기 때문에 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집안에 소가 어른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언제나 소는 사람보다 먼저 쇠죽을 먹었고 부모상을 모신 집에서도 상청에 상식을 올리기 전에 소는 먹이를 주는 것은 흉이 되지 않아도 남의 집이라도 개밥 주기 전에 해야 했다. 그 정도로 소는 큰 재산이라고 하며 언제나 주인이 가까이에서 키워 자연히 정도 많이 들었다.

추수철이 지나면 농사일에 불려 다니며 고생했다고 겨우내 좋은 먹이를 주며 쉬게 하면서 건강을 보살폈다. 쟁기질을 잘 하는 주인에게서 자라면 소도 일을 잘 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였다. 친정아버지께서도 워낙 소를 잘 가르치시고 쓰다듬어 키우신다고 근동에서 우리 소를 탐내곤 했다. 하루는 일을 잘 가르친 어미 소를 다른 사람에게 팔게 되었고 계절이 바뀌어 봄이 되고 농사일이 한 참 이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집안일을 하고 계시는데 갑자기 대문간이 부서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들려 놀라서 황급히 내다보시니 소 한 마리가 논에서 일을 하던 써레를 매달고 대문간 계단을 뛰어 올라와 외양간으로 들어가 거의 쓰러져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놀란 가운데 찬찬히 소를 살펴보신 어머니는 그 소가 다름 아닌 작년에 다른 집으로 팔려간 소라는 것을 아시고 너무 측은해서 쓰다듬으시며 물을 먹이고 여물을 주시고 나서 아버지께 사실을 알려드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는 조금 떨어진 동네로 팔려갔는데, 주인이 논에서 소를 데리고 일을 하던 중 새참을 먹느라 소를 쉬게 하며 풀을 뜯기는 사이 영리한 소가 주위를 살펴보더니 예전의 주인과 함께 왔던 길을 생각해 내고는 떼어 놓고 온 새끼가 보고 싶어 자그마치 6km가 넘는 길을 쟁기를 매달고 달려 온 것이었다. 물론 주인은 갑자기 소를 잃고 어쩔 줄 모르고, 주변에서도 어이없는 일에 할 말을 잃었다.

평소에도 정 많으신 어머니는 소가 가엾다고 어루만지며 연신 눈물을 글썽거리시며 한 번만 새끼를 보여주자고 하셨으나 그러면 더 못 떼어 놓는다며 아버지께서 만류하셨다. 새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시기 위해 끌고 가는데 처음 팔려 갈 때보다 더 큰 소리로 새끼를 불러대며 울고, 새끼도 어미 소리를 듣고 목이 터져라 울었다. 그렇게 울다 목이 잠겨 더 이상 울지도 못하고 체념하고 살게 된다고 하시며 안쓰러우신 나머지 한 동안 그 말씀을 하셨지요. 말 못하는 짐승도 저렇게 제 새끼를 못 떨어지는데 요즈음은 어떻게 해서 눈에 아른거리는 자식을 두고도 생이별을 하고 무슨 영화를 쫓아가는지 모를 일이라고 하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오늘 다른 날보다 일찍 자리에 들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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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글이네요. 너무나 감동적인 글이라 리스팀 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지내세요.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지내세요.

감동적인 글 잘 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가...
초면이네요..
보트&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지내세요.

픽타고 왔습니다. 담에는 좀더 높게 보팅해드릴게요. 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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