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서른, 잔치는 끝났을까?

in #kr9 years ago (edited)

대문.png

서른, 잔치는 끝났을까? @jjy

어느 시인이 호텔에 1년간 무료 투숙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것도 수영장이 있는 특급호텔의 삶을 로망이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측에 메일을 보냈고 이를 sns에 게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자신이 죽은 다음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예상하면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말도 있고 무슨 갑질 논란까지 있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우리 사회에 시인이 갑질을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미 문학은 문화콘텐츠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호텔이 한 시인의 갑질에 헐레벌떡 달려 올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월세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척박한 삶이 갑질의 위치에 서는 사회가 오기는 할까. 한때 문화계의 시선이 집중 되었던 시인이 가볍게 자신의 심경을 노출한 말 그대로 로망으로 보아 주면 그만인 일을...


잠시 시인의 화제작을 다시 읽는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가 좋아하는 작품도 한 편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떄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Sort:  

Woah! I'm really loving the template/theme of this site.
It's simple, yet effective. A lot of times it's very difficult to get that "perfect balance" between superb usability and visual appearance. I must say that you've
done a very good
job with this. In addition, the blog loads very fast for me on Internet explorer.
Exceptional Blog!Hi there, i read your blog occasionally and i own a similar one and i was just wondering if you get a lot of spam responses? If so how do you reduce it, any plugin or anything you can advise? I get so much lately it's driving me mad so any assistance is very much appreciated.

다들 배고프지만
자기 길을 고집하는이는 더 고프지요..

언뜻 기사제목만 봤었는데
그런 사연이군요..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 때 유명시인이
보조를 받으며 생활하는 실정이 서글프고
종일 속이 허한 느낌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사회과학조차 일부는 외면받는 세상이지요.
인문학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일부에서 이슈화 하는것도 상업적인 목적일 뿐이지요.
체제가 심하게 곪았다는 반증입니다.

좀 들어 주지...

그러게요.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한가요
감사합니다.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시인과 시는 처음 제대로 접하네요. 시인의 갑질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시와 문학계를 잘 모르는 한명의 문외한은 그저 느낌만으로 평하자면, 그냥 좋네요.. 시가...

작품도 좋았고 지명도 또한 높던 시인이었는데
지금은 보조를 받아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월세도 밀려가면서
결코 갑질을 할 위치는 아니지요.
시인의 갑질이 먹히는 사회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싸아합니다.

문학의 길을 간다는게 쉽지만은 않죠..
'ㅁ';;; 배고픈직업... ㅠㅠ

문학을 비롯한 예술활동이 다 고난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춥고 배고픈 일이지요.
몇 해전에 최고은 같은 사례를 생각하시면
충분히 실감하실 것입니다.
문화융성이란 말이 초라해 지는 세태입니다.

남은 오후 하늘처럼 청명하시길 바랍니다.

기사 제목만 보고 바빠서 읽지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되었네요. 궁금했거든요

그분도 미술사박사학위를 소지하셨지만
문학의 길에 들어서면서 어렵게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대중예술을 했다면 지금 같은 일은 없었겠지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관심 가져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 참 좋네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알고는 있었는데 나이 들어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어릴 때 보던 것보다 더 좋군요.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는 와, 참... 말이 필요없이 좋군요. 시인은 타고나나봐요.

같은 작품도 처음 대할 때와 시차를 두고 읽으면
또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명작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지는것이지요.
저도 참 좋아했는데
이제와서 비아냥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하늘이 티 하나 없이 말끔해요.
브리님 마음도 하늘빛 같으시기를 바래봅니다.

아....그 호텔 복받을거에요. 번쩍거리는 풍요는 아닐지라도 고즈넉한 문화의 텃밭에 물을 주고 살아온 분들-더 더 더 융숭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오랫만에 최영미시인의 시를 만나니 지난 수십년의 세월이 달려와서 저를 부둥켜 안는 느낌이네요.

요즘 비정규직문제로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문인은 비정규직 만큼도 보장 된 소득이 없습니다.
그래도 남자들은 어찌어찌 자리가 주어지는데
여류문인들은 학계나 출판업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한 평생을 시를 쓰시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신
우리 문단의 원로이신 김모선생님께서도
어느 행사에서 강사료 20만원을 받으시고 허탈해 하셨답니다.
아이돌이 받은 2000만원과 비교 되는 액수의 문제도 그렇거니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오는 허탈감을 말씀하셨겠지요.
이미 고인이 되신 황금찬 선생님께서도
문화훈장까지 받으신 분이셨지만
말년에는 출판비를 생각하실 정도셨으니
우리 나라에서 문화는 죽었다고 해야하겠지요.

그 호텔 복 받으려면 요 며칠 최영미시인 덕에 제대로 홍보했으니
초대해서 평생 회원권이라도 드려야 하는게 도리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호텔 마포구에 있는 아만타 호텔입니다.
왠지 넋두리가 길어집니다.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3
JST 0.098
BTC 64418.42
ETH 1870.20
USDT 1.00
SBD 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