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아마조네스를 위한 노래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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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네스를 위한 노래

오늘도 미세먼지가 흐릿하게 태양을 가리고 있지만 봄빛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멀리 버들가지에 연둣빛이 어리고
바람도 날카롭던 발톱이 무디어졌다.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는 겨울을 이긴 자연이 아름답게
변하는 데서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척박한 땅도 봄이면
새잎을 내고 새카맣게 타 죽은 것처럼 서있던 나무에서 꽃이 피기는
계절이 오면 여성들은 가벼워진 옷차림과 화사한 얼굴 밝은 미소를
날리며 거리를 오간다.

그런데 여성에게서 느끼는 매력이 반드시 아름다운 외모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강한 여성에게도 강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게
한다. 몇 해 전에 화제가 되었던 GI제인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왔던 데미무어에게서 느끼는 매력이 바로 이런 아름다움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마존이나 북구 신화에 등장하는 발키리는
이러한 심리에 바탕을 둔 일종의 동경에서 탄생한 여성상이다.

신화에 의하면 여 전사들로만 구성된 아마존부족은 군신 아레스(Ares)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사이에서 태어난 조화의 여신인
하모니아(Harmonia)와 테베를 건설한 인간 영웅 카드무스(Cadmus)의
후손들이다. 기마술과 궁술의 대가인 이 호전적인 전사들은 스스로를
가장 문명화된 민족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리스인들의 기준으로
볼 때에도 상당히 개화된 종족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아마존에서는 남자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죽이거나 멀리
보내고 딸만 키웠다고 전해진다. 그것도 창이나 활을 쓰기에 편하도록
어릴 때 오른쪽 가슴을 잘라서 키웠다. 그리고 남성에 맞서기 위해서
아주 호전적으로 키웠다고 한다.

아마존하면 브라질의 아마존 강 유역에 있는 원시부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아마존은 사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신화 속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싸운 여인들의 나라가 아마존이고 복수형으로 표기해서
아마조네스다.

원래 아마존의 뜻은 '無乳房' 즉 ‘가슴이 없다.’라는 의미로 이는 활을
쏠 때 오른쪽 가슴이 거추장스러워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인들만
이루어진 나라도 남성들과 싸워서 이기고 나라를 통치하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기도 했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여인국 신화가
바로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리스 같은 서양에만 전해지는 신화가 아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도 아득한 옛날 이어도에 전해오는
여인국의 이야기가 있다. 가설에는 이어도가 여자들만 살던 섬이었으며
그곳에 있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표류해오면 함께 지낸 후 남자를 죽이고
아이를 낳으면 딸은 기르고 아들은 죽였다고 했다. 제주에서 남자가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어도로 갔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내 가까이에도 아마조네스는 있다.
언제나 밝은 표정에 말씨도 나직하니 천상 여자였다.
화장을 하지 않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외모도
단정했고 집에도 티끌 하나 없다고 했던 여자였다.

내 눈을 의심했다.
무슨 몸빼도 아니고 츄리닝도 아닌 헐렁한 바지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머리는 부스스하니 금방 이불 속에서 나온 머리였다. 하도 오랜만이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커피를 마시는데 무거운 정적이 어깨를 누른다.
한참 만에 입을 뗀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하고 있다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가를 훔친다. 친정 엄마가 자궁암으로 세상을 뜨셔서
늘 자궁검사만 받고 다녔는데 생각도 안 한 유방암이라니 이쯤 되면
죽으라는 팔자가 아니냐며 눈물을 닦느라 커피는 식고 있었다.

이런 저런 말로 위로는 했지만 결국 남의 얘기였다.
갑자기 일어서며 같이 나가자고 한다. 무턱대고 따라 간 곳은
뜻밖에도 노래방이었다.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아는 사람 둘이
더 와서 넷이 한 참이나 노래를 불렀다. 신바람 나는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전환이라도 하라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데 워낙
신나는 노래를 못하는 나도 겨우 어찌 어찌 해보는데 결국 눈물샘을
건드리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미로를 부르더니 급기야 ‘엄마야 누나야’를 부르는 대목에서 다들
눈물을 쏟는다. 눈물은 계속 되었지만 가슴속에 고인 눈물을 녹여내는 것은
눈물뿐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겨우 채우나 싶었는데 노래방 사장이
써비스라고30분을 더 넣어준다. 음료수를 마시고 그대로 앉아 얘기를
하다 이번에도 아마조네스가 먼저 일어선다. 딸이 온다고 하는데 먹을 거라도
해야 한다며 마트 앞에서 헤어졌다.

세상의 여인들은 자식 앞에서 태생적으로 아마조네스가 된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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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슬프네요..ㅜㅜ

슬퍼도
아무리 슬퍼도 눈물을 닦고 일어서는
아마조네스는 우리들의 엄마입니다.

dear @jjy really this essay is amazing and I read to very careful and enjoy this essay. Dear @jjy if you support me then I will very appriciat with you.Hope you would help and support me alwys me.Thanks

thank you
nice day!!

가슴 찡한 사연을 맛깔스런 글솜씨에 감동받았습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이 껑충 뛰어왔습니다.
낮엔 더운 느낌이더니 내일 비소식이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매력이란 단어를 보니 jjy님은 어떤분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해서요.
그것도 매력이라면 ㅎㅎ

이어도는 무서운? 곳이군요

암은 참 무서운 악마인 것 같아요

이어도에 그런 전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연구소가 있고 중국이 욕심을 내는 우리 영토

Hi jjy ,
I found an article with similar content here:
A Bit overcast today
This is because you likely copy and pasted some form of content --
whether it be your own or not. This is not an accusation of wrongdoing,
but merely an informative comment for the reader.

If you get repeated warnings we will start to flag all jjy posts!

ㅠㅠ
아...
어떤 말을...
뭔가 얘기하고 싶은데 입속에서만 맴돌아요ㅠㅠ

이번에도 아마조네스가 먼저 일어선다. 딸이 온다고 하는데 먹을 거라도
해야 한다며 마트 앞에서 헤어졌다.

.....

아마조네스가 전사였듯이
우리네 엄마도 그렇게 일어서는 사람입니다.

아마조네스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글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군요! 시도 좋지만 이런 산문글도 아주 좋습니다. ㅎㅎㅎㅎ

저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마조네스라고 말 하면서도 속으로는 참 많이 아프지요.

그 분.. 잘 낫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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