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망종(芒種)

in #kr8 years ago

망종(芒種) @jjy

늦장을 부리던 올 봄도 그럭저럭 다가고 이제는 여름이라고 하리만치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우리 집 근처에 종묘상이 있어 봄부터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가족들끼리 배추며 오이 호박 고추 등 야채나 토마토나 딸기에
수박이나 고구마싹 같은 모종을 한 두 포기씩 사서 들고 가는
모습으로 줄을 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부모님이나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집에 다니러 온
사람들까지 뒤섞이며 절정을 이룬다. 특성상 모종이라는 것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기에 바삐 서둘면서도 한동안 소식이 궁금하던
사람들도 급한 틈을 타 활짝 웃으며 나중에 옥수수 먹으러 오라며
얼굴 한 번 보여주고 가는 것도 이맘때다.

모내기를 하는 논에 따라가면 논두렁에 이어진 들에는 초록 벌판에
보라색 붓꽃이 상큼한 얼굴로 서 있었고 산기슭에 조팝꽃이 하얗게
피면 쉬는 날 없이 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온갖 밭작물을 심으시면
얼마 가지 않아 밭에서 요술처럼 싹이 돋고 꽃이 피었다.
평소 부지런하신 아버지가 계셔서 우리 집은 언제나 남보다 앞섰다.

살면서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이 어디 모종 밖에 없을까.
학교 갔다 오면 늘 숙제부터 하고 놀아라, 장마철이 오기 전에 집
안팎을 단속하고 겨울이 오기 전에 이부자리부터 새로 꿰매고
그렇게 부지런 하신 부모님들께서 심화를 끓이시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내 결혼이었다.

이런 저런 핑계로 선 자리를 마다하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딸을
더 이상 두보 볼 수 없어 달래기도 하시고 야단을 치시기도 하지만
허사였다.

서로 날카로워 가고 있을 무렵 무슨 날인지 콩나물을 기르기 위해
소반위에 콩을 한 줌씩 놓고 이리저리 굴리며 잘 자라날 것 같은
콩을 고르시며 혼잣말을 하셨다.

‘세상에 중한 일이 자식 농사인데 늦어지면 기르는 사람도 힘들고
자라는 아이도 어렵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망종이 돌아오는데
망종 지나면 풀뿌리를 다 끊어져 씨를 뿌려도 뿌리가 내리지 않아
농사를 망친다고 하는데...’

결국 나는 늦은 나이에 지각결혼을 했고 아이 또래 엄마들 중에
제일 나이가 많았다.

요즘은 졸업 후에 몇 년을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또 취업을
해도
어느 정도 안정 되어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 보통 삼십을 넘어
사십을바라보게 된다. 그야말로 자식 농사 제대로 지을 때를
놓치는 셈이다.

이렇게 걱정스러울 정도로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하는 풍조도 원인이 되겠지만
그나마 결혼을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지나치게 요구되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결혼비용이나 주거비 육아 문제가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화려한 결혼식이 아니라
단란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서로의 사랑과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한다.

거기에 자신들의 모습을 빼 닮은 아이들을 기르며 사랑의대물림을
반드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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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직장 다 갖추고 재보고 하는 결혼
결혼에 점점 장사의 요소가 파고드는 현실입니다.
저도 애들에게 그런결혼 하지 말라고 미리 이릅니다.
그냥 사랑하면 해버리는 것이죠 ㅎㅎ 작게...

그렇습니다.
나중에 아무리 좋은 조건을 만들어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놓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국민인사드림니다
또놀러올께요 ^^호호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
편안한 밤 지내세요.

그런 조건들, 아무 것도,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저는 살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그렇지요.
조건이 좋아서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조건을 맞추느라 사랑을 잃는다면
두고 두고 후회하겠지요.

맞습니다.

저희 딸과 사위는
저희들이 주관해서
일박이일 결혼식을 치루었는데
총 경비가 300만원 들었거든요. ㅎ

폐교 빌리고
포트럭 파티식으로...

요즘 작은 결혼식도 유행을 하고 있으니
그런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함을 따라가는 것보다
현실에 맞게 그리고 겉치레 보다는 내실이 있어야 하겠지요.

와... 정말 멋지게 해주셨네요 부럽습니다
인생에 한번의 결혼식이 두고두고 기억날거 같아요~^^

사랑과 이해가 우선한다.. 오늘 저에게 필요한 말이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넘지 못할 고비는 없습니다.
아무리 먼 길도 둘이 손잡고 걸으면
가장 빨리 갈 수 있다고 하듯이

저도 결혼은 꽤 늦은 편이었는데, 그래서 아이둘에서 그쳤어요. 다섯쯤은 낳고 싶었는데 말이죠 ㅎㅎㅎㅎ
어머님의 망종이야기에 가슴이 뭐랄까, 쓸쓸하다랄까요, 콩을 헤아리시는 백발어른이 떠올려지네요!

저도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하답니다.
이렇게 결혼을 하고 살걸
그때는 왜 그렇게 결혼하라는 말이 싫었던지요.

불효인줄 알지만... 혼자가 좋아서 결혼은 내 인생에 없을 것 같습니다. T^T

혼자서 자기 발전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그러나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의 결혼을 보고싶어 하시겠지요.
손자 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시고

맞아요 결혼연령대가 점점 늦어지고 있어요.
저도 목표는 세우고, 이것 저것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ㅎㅎ

결혼 연령대가 늦어지기는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같은 나이라도예전보다 훨씬 젊어 보이니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니라고봅니다.
잘 계획하시고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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