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양을 찾는 사람

in #kr6 years ago (edited)

양을 찾는 사람@jjy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양자(楊子)의 가까운 이웃이 양을 잃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양자에게 하인을 동원하여 함께 양을
찾아줄 것을 청했다.

그런데 양을 찾아 나선 많은 사람들이 모두 빈손으로 돌아와 길이
계속해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단념하고 돌아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 고사는 학문이나 어떤 재주를 익히는 데 그 본뜻이나 목표를
잃고 부수적인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뜻으로 다기망양(多岐亡羊)이란 말이 생겨났다.

우리 속담에도 열두 가지 재주 가진 사람이 조석(朝夕) 간 곳이
없다는 즉 입에 풀칠도 못하고 산다는 말과 일치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시골에서 밥술이나 먹는 집 장손이었다. 게다가 친 어머니를 일찍
잃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그는 온 집안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서울로 유학을 했다. 그것도 다른
집 아이들처럼 하숙이나 친척집 신세를 지는 게 아니라 아예 집을
장만해 할머니가 따라가서 손자 뒷바라지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에 악기도 몇 가지를
다루며 인근 여학교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장손은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했고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고 졸업했다. 당연히 대기업에 취직을 해서 가문의 영광을
더 한다고 모두들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방황이 시작
되었다. 금방 끝나려니 했던 방황은 해를 넘겼다. 집안에서 걱정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면 책임감 때문에라도 마음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한 아가씨를 소개했고 결혼을 서둘렀다.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그는 다시 방랑벽이 그를 불러냈다.

운수회사의 지분을 정리해서 골프샵을 하게 되었고 학창시절부터 꿈
꾸던 영화에 손을 댔고 시내 모 방송국 근처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나중에 다시 지방 어느 소도시에 빌라를 지어 분양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를 애지중지 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셨을 때나 설날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그 많은 재산을 자식 뒤치다꺼리로 날리고 얼마 남지 않은
밭뙈기와 혼자 사시는 집까지 정리해서 아들을 빼왔다.

처음엔 잘 생긴데다 공부 잘하고 팔방미인에 집안도 좋은 그를 다들
부러워했다. 그 자신도 뛰어난 감각에 추진력이 있음을 믿고 망설임
없이 일을 벌였다. 만약 그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더라면 여러 갈래길
증에 모든 길을 기웃 거리지 않고 한 길을 정해 그 길만 걸었다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양이 갔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한 길을 가면 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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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한길 그 한길을 가기엔 의심병이 너무 도지나 봅니다. 저 또한 외로운 길을 가지만 불쑥 불쑥 오르는 의심과의 싸움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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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갈래길의 유혹을 뿌리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겠지요.
물론 내공이 필요하지만

하하 이것저것 다 손대보려는 제가 매우 뼈 아픈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원래 팔방미인의 특성이 그렇답니다.
풍류판관님께서는 더 그러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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