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life story - 고별사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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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사 @jjy

깊어가는 가을
나뭇잎은 이제 광합성을 위해 해를 따라가지 않고
뿌리도 줄기도 나뭇잎에게 물이나 양분을 전하지 않는다.

나무를 위해 이파리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물기를 말리고
태생부터 지니고 있던 빛깔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서서히 이별의 날을 준비한다.

떠나가는 가을을 보내기 위해
헤르만 헤세의 기도시를 다시 읽는다.

기도 시

신이여, 나를 절망하게 하소서.

당신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모든 방황의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경험하게 하소서.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하시고
내가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돕지 마시고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모든 자아가 깨어지거든
그때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내게 불꽃과 고뇌를 안겨 주었다는 것을.
나는 기쁘게 망하고 기쁘게 죽겠으나
오직 당신의 품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81029_0929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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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ensely engaging

thank you
have mice day

잘 보았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행복한 주말 지내세요.

어떤 심정이면 저런 시가 나올까요.
잘 읽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벌써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머무시는 곳도 가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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