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답청(踏靑)
답청(踏靑) @jjy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오늘이 벌써 삼월삼짇날이다.
요즘은 아침저녁엔 춥고 낮에는 더워 하루에 사계절이 들어
있는 느낌이라 음력도 잘 안 쓰는 시대에 날씨가지 이러니
정작 제비가 오는지 나비가 오는지 생각도 못하고 지내다
달력을 보고 알았다.
삼짇날은 봄철에 3이란 양의 수가 겹치는 길일로 믿었다.
또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하는데 이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 산이나 들에 나가면 구태여 파릇한 풀을
밟지 않더라도 저절로 생기가 돌 것 같다.
삼짇날에는 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하며 벌 나비도
나온다. 친정에서는 집안 청소를 하며 제비집도 한 번씩 들여다
보시기도 하시고 먼 하늘을 보시며 제비를 기다리기도 하셨다.
남보다 먼저 제비를 보고 싶어 하셨다.
삼월 삼짇날 나비를 보고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나비점도
있었다. 흰나비를 먼저 보면 그 해에 상복을 입고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재물이생기고 호랑나비를 먼저 보면 처녀에게
신랑감이 생긴다고도 했다. 그처럼 나비는 부귀, 아름다움,
행운의 상징이도 했고 그 당시 자유롭지 못하던 여자들에겐
어떤 해방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꼭 이맘때쯤이다. 뒷동산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을 따다 술을
떼고 찹쌀가루 반죽하여 동글동글 빚어 기름에 지져 곱게
화전을 부쳤다. 개나리꽃도 복숭아꽃도 앵두꽃도 따오고 쑥도
고르게 펴서 올렸다. 약한 불에 천천히 한쪽을 지져 뒤집은 다음
꽃을 붙였다. 빨리 먹고 싶은 맘에 손으로 집으려다 뜨거워
놀라던 일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카톡이 울리고 사진이 전송되었다.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남산제비꽃이 하얗게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친한 분들 몇이 호명산엘 다녀오는 길에 찍었다고 한다.
그 분들은 삼짇날을 제대로 즐기셨으니 답청(踏靑) 효과로 올
한 해 건강하고 좋은 일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사진 밑에
“너 늙어봤니?
나 젊어 봤다.”
흥!! 친절도 하시지...
제비가 우리 집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고 화전놀이도 못하고
지나가는 삼짇날 누구처럼 답청놀이도 못 했는데 혹시 삼짇날
곱디고운 눈썹달 구경이라도 할 수 하려나 기다린다.
서둘러 마무리 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옆에 있는 신축건물
빈 상가에 빵집을 하려고 계약했다며 새로 이웃이 되었으니
앞으로 잘 지내자고 인사를 오신 분들이 계셔서 한 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의외로 시간은 길어지고 마음을 졸이고 있자니
초침소리가 귀에 박힌다.
살짝 핸드폰을 들고 나가 길을 건너 앞집 축대 계단에 올라선다.
실낱처럼 고운 초승달이 건물 틈새에서 기다리고 있다. 삼짇날에
답청을 못 해도 좋아하는 초승달 보았으니 그것으로도 족하다.
삼짇날 처음으로 알게되었네요^^
젊은 분이신가봅니다.
요즘은 삼짇날 모르는 분들이 많지요.
아파트에 제비가 올 수도 없고
오늘이 강남 갔다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군요. 사람들은 제비에겐 참 너그러웠던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저희 아버지 생신이군요. 감사합니다. 삼짇날 소식 주셔서요.
제비를 영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들이나 산에 살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집에 살고 있다고 믿었지요.
너 늙어봤니? 나 젊어봤다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셨을까요
감탄을 자아냅니다
얼마나 한 스러운 말이었을까요?
어르신들에 대한 예의가 실종되니
이런 말씀을 하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