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 jjy의샘이 깊은 물

in #kr7 years ago (edited)

대문.png

무조건 표절은 안 된다고 했잖아 @jjy

본시 양반이라고는 해도 어려서부터 가난이 몸에 밴 처지에 입에 풀칠을 하는일이 우선이었다. 붓을 잡기 전 호미를 잡고 낫질을 배웠다. 책보를 메어 보지도 못한 어깨로 지게를 지고 논두렁을 깎고 개울가 풀섶을 깎는 법을 먼저 배웠다. 게으른 아버지를 둔 덕에 어머니를 따라 논밭으로 따라다니며 온갖 일을 하며 살다보니 어느 정도 가난을 면할 정도가 되었다.

일 잘하고 애 잘 낳게 생겼다는 여자와 얼굴도 못 보고 결혼을 해서 아들딸을 낳고 살다보니 밥은 먹고 살게 되었지만 못 배운 한은 점점 커갔다. 아들만큼은 까막눈을 면하게 해 주고 싶어 서당엘 보냈지만 아들놈은 도무지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농사일이나 하라고 하면 어느새 서당으로 도망을 쳤다. 탐탁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서당으로 가는 걸 내심 다행으로 여기며 언젠가는 배운 값을 하겠지 하며 꾹꾹 눌러 참았다.

어느 날 사돈이 상을 당해 문상을 갈 일이 생겼는데 갑자기 병을 얻어 하는 수 없이 서당이라도 몇 해를 다닌 아들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그것도 동네에서 문자도 제일 많이 알고 예범에 밝은 어른이 가시는 길에 딸려 보내게 되어 한 시름 놓이지만 그래도 상주에게 인사말이라도 제대로 하려나 싶어 아들에게 타일렀다. 무엇이든지 그 어른 하시는 대로 하라고...

상가에 도착을 해서 문간을 지나는데 워낙 키가 커서 그랬는지 윗중방에 머리를 부딪었다. 아들은 그것도 예법인줄 알고 작은 키에 점프를 해서 박치기를 했다. 순간 이마에 불이 번쩍했지만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도 억지로 참았다.

상청에서 분향을 한 뒤 상주와 절을 하는데 어른께서 이번에는 요염한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시는 게 아닌가,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속으로는 별난 예법도 다 있다고 투덜거리지만 어쨌거나 아버지의 당부를 생각해서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아뿔싸! 순간 따뜻하고 묵지근한 이 느낌은...

예상치 못했던 신체의 변화와 복장으로 인해 정신이 혼란해진 틈에 어른께서는 뭐라고 문자를 쓰시며 상주에게 인사 말씀을 하시는데 도무지 뭐라고 하셨는지 알 길이 없었다. 탕 뭐라고 했던 것 같아 그냥 무턱대고 외쳤다. 탕, 탕, 탕...

일어나 기미도 보이지 않고 계속 해서 탕 소리만 치고 엎드려 있는 사돈을 보다 못한 상주가 부축을 해서 일으킨다는 것이 바로 그 따뜻한 덩이라 뒤도 안 돌아보고 한 달음에 집으로 도망을 치고 한 동안 사돈댁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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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have a nice day

ㅎㅎ 웃픈이야기네요 잘봤습니다.^^

조금은 웃겼지요
한 번 그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대문!! 맑아보이고~ 느낌이 너무 좋으네요!!^^
정말 웃픈이야기네요 ㅠㅠ
오늘 월요일인데 고생많으셨습니다 :)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_^ㅎㅎ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비를 뿌리는 날씨에
기분까지 눅눅해져서 조금 웃기는 얘기를 했답니다.
평안한 밤 지내세요.

대문에 아이디를 안넣었어도 jjy님 대문인지 알아볼수있을정도로
너무 이미지가 잘맞아요!!
오늘은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네요 :)

저도 @cheongpyeongyull님께 대문 그림을 받고 너무 좋아했어요.
감사하는 마음도 크고

좀 웃겼지요.
칙칙한 날씨라 마음까지 칙칙 하면 안 될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내일을 위해 편안한 휴식을...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네요

표절의 후유증으로는 좀 심했지요?
아마 아들도 뉘우치고 공부 열심히 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7월의 마지막 을 웃음으로 정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꿈속에 그걸 만지고 보면 복권을 사라 하던데
이밤에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복권은 사셨나요?
잘 되시면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
8월이 밝았습니다.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내세요.

잼나게 잘보고 갑니다 왠지 비와서 전 슬픔이 느껴지네요

슬픈 이야기지요.
그 아버지를 생각하면
못 배운 한을 아들이 알아드렸으면 좋았으련만
8월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즐겁고 보람있게 지내세요.

그러게요. 무조건 따라하는 건 안 되죠. :)

따라쟁이의 망신스런 최후가 아닐까요?
스팀 안에서 표절 시비가 꽤 오래가기에...
8월 날씨가 더워진다고 합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이겨내시고 건강하세요.

샘물 대문 뭔가 고요해보이네요^^ 이야기에 푹 빠졌다 갑니당^^

감사합니다.
프로필 사진 속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향해서 걷고 계시는
여름의 절정에 가족과 함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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