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어미의 귀환

in #kr6 years ago

어미의 귀환 @jjy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 또는 닭대가리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닭이 그렇게 머리 나쁜 동물이라는 생각을 한 번에 깨는 사건이 발생
했다.

아마 이맘때보다 조금 빨랐던 때로 기억한다.
매일 같이 알을 낳던 닭이 알을 낳지 않기 시작했다. 닭은 한 번 알을
낳기 시작하면 배 안에 갖고 있는 알은 낳게 되어 있는데 그 영리한
암탉이 알을 숨기기 시작한 것이다.

닭이라고 해서 무조건 알을 낳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가 낳은
알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닭은 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밀 장소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닭에게 당하고 물러날 사람은 없다.
알을 다른 곳으로 다니며 낳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계란을
앞뒤로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모래로 채우고 구멍을 막은 다음 알을
낳는 둥우리에 넣었다. 이 가짜 알을 밑알이라고 하는데 닭은 이 밑알을
자기가 낳은 알이 잘 있는 것으로 알고 다시 그 장소에 알을 낳는다.

그렇다고 모든 닭이 지능이 똑같고 생각이 없다고 보면 착각이다.
닭이 알을 숨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농번기에
닭을 살펴 볼 여유가 없어 닭을 살펴보지 못했다. 한 동안 닭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며칠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 때만 해도 배고픈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라 그냥 누군가 잡아먹은
것으로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 동안 기른 누에를 올려 고치가 단단해
지고 고치를 따서 까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어미닭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뒤쫓아 병아리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우리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 어미 닭이 앞장서서 수많은 병아리들이 뒤를 따라오는 장면은
어디서도 다시 못 볼 명장면이었다.

그 동안 누가 잡아먹었다고 생각했던 닭이 몰래 알을 낳아 부화시켜
병아리들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지 못
했고 어머니는 신기해서 닭을 쓰다듬다 혼자 알을 까서 기르느라 살이
빠져 홀쭉해진 닭을 많이 먹으라고 우선 큰 대야에 물을 떠다 주시고
쇠죽 끓일 때 넣어주던 콩을 한 움큼 가져다 주셨다.

그렇게 어미 혼자 기른 병아리는 병아리 장수에게 산 병아리보다 훨씬
건강하게 잘 자랐다. 식구들도 알아보고 따라다니기도 하고 비가 오면
움푹 패여 물이 고인 땅도 용케 알고 물만 먹고 잘 피해 다니고 겨우
젖 떨어진 강아지하고 싸움도 잘 자랐다.

병아리가 어미닭이 되어 알을 낳고 또 병아리를 까는 동안 몇 대를 잘
사는 동안 우리 집에서는 닭대가리라는 말이 사라졌다.

가끔 치킨을 먹을 때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 때 알을 도둑맞기도 하고 죽임을 당할 때 머리 좋은 닭은 주인의
얼굴과 음성을 기억하고 미움을 품지나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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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엄청 똑똑하네요
모성애도 깊고요..
그동안 알을 빼앗기면서 슬퍼했을 것 같아요
어쩐지 치킨을 좋아하는 저는 미안한 마음 가득입니다

저도 치킨 자주 먹는 편인데
좀 미안하기는 하지요.
그래도 그 때는 닭이었고
지금은 치킨이고 ㅋㅋ

helloexport1531653107242.jpg

지구에서 인간이 재일 못덌어요.ㅠ🐣

미안해요.
못 되게 굴어서 ㅠㅠ

제가 워낙에 못된사람이라 ㅎㅎ

맞아요. 닭은 머리가 나쁜 동물이 아닌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그러게요.
괜히 닭만 가지고 그래요.
지붕에도 올라가고
알도 잘 낳고 하는데

집나갔다가 병아리를 데리고 다시 들어오니 정말 대단한 닭이네요.

시골에 살면서 누리는 행운이지요.
그런 장면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왠지 위대한 닭이란 생각이 드네요.
숨어서 알을 낳고 부화시키느라 살까지 빠져가면서 고생한 후 포부도 당당하게 병아리들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올 때.. 멋졌을 거 같아요.
재미있는 동화같아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도저히 어미닭이 혼자 해 내기에는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

이런 기특한 닭을 봤나~
병아리를 몰고 집으로 당당하게 돌아오는 닭이라니..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 같네요~~

그렇지요.
개선장군이 따로 있겠어요.
혼자 알을 낳아 병아리를 데리고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생각이 더 컸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습니다.

수 많은 백성들을 이끓고
모세가 지팡이를 뻗치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모성애가 있다면 생물이 다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저는 닭을 꼭 한번 키워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모성애로 자신의 종족을 지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리 모진 사람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시울을 붉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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