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옷 정리 맘 정리

in #kr6 years ago

옷 정리 맘 정리 @jjy

옷장 정리를 하다 서랍 속에서 오랫동안 잠자는 옷을 꺼내 한 쪽으로
정리한다. 벌써 몇 해를 두고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다 이제는
꺼내지도 않는 옷을 마땅히 줄 사람도 없고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묵히고 있었다.

요즘은 무슨 정리전문가라는 사람도 있어 방송에 나와서 시연을 하는데
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정리는 우선 버리는 것부터라고 한다. 적어도
이년 이상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과감하게 버리라고 한다.

버리는 것 하나를 잘 못해 그동안 장롱 차지만 하고 있던 옷을 이번엔
큰맘 먹고 정리하기로 한다. 그전에도 이런 시도를 했는데 입을 것도
없는 옷들이 버리자니 아까워 그냥 다시 옷장 속으로 들어갔었다.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좋지만 우선 원칙을 정하고 버리기로 했다.
첫 번째가 작아서 못 입는 옷이다.
이제 와서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고 입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몸에 맞는다고 다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옷이라는 게
사이즈도 중요하지만 나이에 맞게 입는 것도 중요하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끼고 있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두 번째가 유행이 지난 옷이다.
나는 별로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사람이라 무난한 디자인을 택한다.
그리고 색상도 튀지 않는 파스텔톤이나 블랙이라 오래 입는 편이었지만
내 옷장이 의류 박물관도 아니고 아무리 유행이 돌고 돈다지만 그냥
한 바퀴 도는 게 아니라 어느 한 곳이라도 달라져서 돌아온다.
디자이너들이 그냥 하는 일 없이 앉아서 월급 받는 직업은 아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자그마치 커다란 마트에서 야채 살 때 담는 커다란 비닐봉지로 3개가
나왔다. 거기에 겨울옷을 정리하면 또 그것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서랍도 느슨해지고 옷장도 여유가 생겼다.
생각해 보니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끼고 사는 건 비단 옷뿐이겠는가.
신발장이며 주방 살림은 또 얼마나 될지 기왕 손댔으니 전체적으로
점검해 볼 생각이다.

결혼해서 이사 한 번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묵은 살림이라 한번
정리를 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에 쫓기는 것도 있고 평소에 버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비단 물건뿐이 아니었다.
평소에 기억력 좋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었던 나는 그 말에 내심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억 속에는 반드시 필요한 기억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기억이나 감정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지워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 때문에 상대는 다 잊어버린 일을 혼자 담고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당 해본 사람만 안다. 이젠 틈나는 대로 감정 청소도 제때에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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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야 어쩔수 없이 버린다지만 안 입는 옷은 버리지 말고 허수아비에게 주세요. 잘입었다고 감사인사 할거 같습니다.

요즘 허수아비도 신상을 좋아 할 것 같아서
망설여집니다.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몰라도

평소에 기억력 좋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었던 나는 그 말에 내심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억 속에는 반드시 필요한 기억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기억이나 감정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지워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 때문에 상대는 다 잊어버린 일을 혼자 담고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당 해본 사람만 안다. 이젠 틈나는 대로 감정 청소도 제때에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우쭐했던 건 저였네요. 쇼핑을 즐기지도 않고 한번 산 것은 오래오래 쓰는 편이라 나는 불필요한 것이 별로 없다고. 그래서 버릴 것도 없다고. 그런데 마지막 문단에서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기분이예요.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를 서랍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자신을 괴롭히는 중이었거든요. 감정 청소도 제때에. 실천해야겠습니다.

사실 물건을 버리는 일도 필제 때 못하고 살지만
감정 청소 정말 힘들어요.
하긴 해야 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고봅니다.

저도 못 버리는 옷들이 많아 이제는 바지걸이를 3단 바지걸이로 삽니다. 거는 공간은 일반 바지걸이와 똑같은데 아래로 바지 3장을 걸 수 있는 거요.

제가 삼단 바지걸이 사면
십삼년 묵은 옷도 걸어 둘것 같아요.
이젠 덜어 내면서 살고 싶습니다.

옷은 기준을 정해 선별해서 버린다지만, 감정의 찌꺼기는 어떻게 내다버려야 할지 난감하네요.ㅎ

음식물 분쇄기가 최고지요.
거기다 대고 투덜투덜 쫑알쫑알 하고
쉬리리릭~~~ ㅋㅋ

감정정리가 제일 어려운 작업 같습니다^^
좋은 기억력이 때로는 힘들게 할 때도 있더군요

맞습니다.
때린 사람은 못 자도
맞은 사람은 다리 뻗고 잔다고 했지만
경우에 따라 맞은 사람이 더 오래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옷장속을 보면 매년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것이 있지료. 이참에 정리좀 해야 할것 같습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또 옷 하나 하나에 스토리가 있거든요.
그것들과의 결별이 어려운 것 같았어요.

정돈보다 정리가 더 어려운 듯 해요ㅋ
필요한지 필요할지 고민하다 항상 좀더 놔두는 걸로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ㅎㅎ

고민은 고민일 뿐입니다.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계절에 한번도 안 입은 옷은 바로 버리라는데 쉽지않아요
다음 해엔 꼭 입을 거 같은 ~
버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답니다^^

그렇지요.
다음에는 꼭 입을 것 같은 망설임
그게 미혹이지요.

저는 안입고 오래된 옷을 자꾸만 집에서 편하게
입어야지 하면서 안버리게 되더라구요~
왠지 청소나 정리를 하는 날 마음까지 더 후련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외출복과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은
서로 다르지 않나요?
외출복은 외출 할 때만 입게 되는 옷이라
아무래도 그냥 자리차지만 하게 됩니다.

히히 면티나 고무줄바지 같은거요^^
집에서 좀 더 입어볼까 하고 밀어 넣어둬서
자리만 차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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