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단오 후기

in #kr6 years ago (edited)

단오 후기 @jjy

어제가 단오였지요.
며칠을 두고 더위가 이어집니다.
제주에서 장마가 시작 되었다고 하면서 여기도 비 소식에도
어찌된 일인지 흐리기는 하면서 비가 몇 방울 내리는 체 하고
지나간 며칠 빨갛게 타는 노을이 비를 쫓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울 날만 남은 것 같습니다.

단오라고는 해도 누구 하나 얘기도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이른 아침 상추 잎에 내린 이슬을 받아 분을 개어 곱게 화장을
하고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여인네들은 그네를 뛰었다지요.

제가 자란 친정집에도 하얀 꽃이 피는 창포가 있었는데
단오 날이면 꼭 창포물을 만들어 머리를 감겨 주시던 생각이
점점 또렷해집니다.

그리고 수리취떡을 먹었는데 별로 맛도 모르겠고 그냥 수리취라는
산나물이 따로 있으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먹으면서 그게 산나물의
이름 보다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무늬를 찍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먹은 떡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고도
한 참이나 지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무더운 여름 힘든 농사일에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넘기기를 비는 마음으로 떡에 수레바퀴 무늬를 찍어
모여앉아 함께 먹던 옛 사람들의 지혜와 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쁜 농사일과 살림살이에 눈코 뜰 새 없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모내기 마치고 다음 단계 일을 앞두고 잠시 짬을 내어
이웃 간에 친선을 다지고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돌보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었을까요?

단순한 유희가 아닌 그것도 나나 내 가족만이 아닌 이웃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면 있을 수 없던 풍속은 사라지고 물자의
풍요로움에 반해 빈곤해지는 생각은 단오 날이라고 해도 샴푸를 듬뿍
짜서 머리를 감고 손만 뻗으면 닿는 사용하기 편한 화장품으로 화장을
합니다.

더위를 식히라고 부채를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채를 반기는
사람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낮에 은행에 가서 부채를 몇 개
받아와 덥다는 사람들에게 주어도 잠시 그 자리에서 쓰기는 하지만
귀찮다고 도로 돌려줍니다. 우리 집에서도 역시 부채는 환영받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도 오늘이 단오 날인데 아무도 모르고 지나는 거
같다고 하니 아무도 맞장구를 치는 사람도 없고 날도 더워 시큰둥하니
수저를 놓고 바람도 쐴 겸 공원으로 향합니다.

공원을 걸으며 어떻게 운동기구만 설치 해 놓고 그네는 하나도 없느냐고
하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그만 하랍니다. 그 정도로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지나는 길에 자주 들르던 집에 낯선 간판이 걸리고
안부조차 궁금해진 사람이 요 며칠 새 자주 떠오르는 것도 내 어린 날의
추억에 남아 있는 단오풍속 한 조각이 아직은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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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 서러운 일 모두 잊어도 괜찮은데
좋은 것들마저 잊고 사는군요.ㅠ

단오의 의미를 jjy님 포스팅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단오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아요..
날짜는 당연하 모르고 지났겠지요..
선조들의 지혜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거 같아요..

어려서 단오즈음에 학교운동장에서 마을대항 씨름대회도 하고 아녀자들 그네 멀리뛰기 대회도 하면서 잔치가 벌어졌던것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단오의 의미나 풍습도 거의 사라지는듯 해서 아쉽네요^^

단오인지 몰랐어요
예전에 이벤트있어서 알수있었던거 같은데

창포가 아닌 샴푸가 대신 머리를 깨끗하게 해주는군요.

잊혀지는 우리의 것들
나도 잊어
세월에 면목이 없네요.

대신 사과 합니다.

어제가 단오였군요 ...
시간이 지나가면서 부채처럼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것처럼 단오도 점점 사라지는거같아서 아쉽군요

ㅎㅎ 단오를 팥죽먹는 날로 혼동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단오라.... 학창 시절 때 국어랑 사회 시험 문제에서 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네요. 그래도 글을 통해서나마 잠깐 상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ㅎ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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