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처음 가출 #2] 펜팔 그녀...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쟈니입니다.

밤 사이 내린 눈이 이젠 겨울임을 확실히 알려주는 듯 합니다.

오늘 금요일 밤엔 어디가서 조용히 술한잔 기우리고 싶어지네요.


1편 ![[생에 처음 가출 #1] 가출이야기와 노래의 콜라보] https://steemit.com/kr/@jhani/7czzuy-1


빵 먹었니?

그렇게 수화기를 내팽개 치듯 던져 놓고,

"내가 뭘 한거지?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지?"라며

혼자 온갖 궁상을 떨다가, 공중전화 부스를 나왔다.

"지금 바로 또 걸면, 전화 끊은 사람이 난 줄알테니,

나중에 다시 걸어봐야지..."

그러고 보니 아침도 안 먹었고, 추위를 피할 곳도 필요했다.

근처, 이제 막 문을 연듯한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대략 한시간 쯤 흘렀겠다 싶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아...안녕하세요...전..쟈니라고 하는데...."

"어...그래요...반가워요...잘 지내요? 이제야 전화를 했네...^^"

(누구지? 왜 반가운거지? 내가 전화 할 줄 어떻게 안거지?)

뜻밖의 대답에 외워두었던 대사(?)도 다 잊어버리고,

그대로 얼어 버렸다.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엄마 미쳤나봐~ %$##@^&$#@# @%@@$"라는

소리가 들린 후,

"여보세요...."

직감적으로 그 "서울" 여학생임을 알았다.

중3때 부터 부산으로 부터 편지가 날아드니, 당연히

그녀의 가족들도 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딸아이의 오래 된 펜팔에 관심을 가졌으며,

전화번호를 편지로 주고 받았기에, 언젠가 전화가 올거라

생각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온 가족들이....

전화를 받으신 분은 그녀의 어머니....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전화를 걸어 내 이름을 밝이자마자, 마치 군대보낸 아들래미

전화 온듯 그렇게 반가워하셨다고 한다.

그집엔 아들이 없어서 그런지, 첫째 딸아이, 미지의 펜팔 친구는

이미 관심 대상 1호 였고, 편지까지 같이 읽고 그랬단다.

같이 읽고 그랬단다....다 같이 읽었단다....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통화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이미 멘붕을 한번 맞은 상태라, 외워둔 대사는 뒤죽박죽 되었고,

라면을 먹고 전화를 해서 그랬는지 나의 첫마디는...

"너 빵은 먹었니?"

아시는 분들만 아시는, 경상도 사람들의 어색한 서울말 따라하기...
(서울말은 끝을 올리면 된다며?)

부산 사투리도 아니고, 연변 사투리도 아니고,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고...

밥도 아니고 뜬금없이 빵먹었냐고 물어본 나는,

셀프 엿먹이기로, 2차 멘붕을 정통으로 맞고,

이미 정신줄 놓아버린 사람마냥 헤헤거리며 웃고 있었다.

첫 통화의 첫 말이 빵먹었냐 물어보고 헤헤거리며 웃는 남자..
(당신이라면 만나러 나가시겠습니까?)

원래는, 여차저차 해서 서울에 왔는데, 시간 되면 근처 빵집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1차 멘붕으로 프로그램 오류가 나고, 방금 먹은 아침밥(라면)과

빵집이 섞이고, 빨리 말하고 끊고 싶은 생각에,

"너 빵은 먹었니?"가

대포동 1호 마냥 뜬금없이 발사 되었던 것이다.


(..........)

이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어디어디로 오라는 말에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
.
.


(Elsa & Glenn Medeiros - Friend you give me a reason)
(이런 노래가 나오는 빵집...이 노래는 언제들어도 좋네요)

그녀는 내게 이미 하이틴 스타

감수성 충만한 사춘기 시절,

멀리 사는 펜팔 친구에 대한 환상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어마어마 했다.

책받침을 찢고 나온 하이틴 스타를 넘어서는

상상속의 "서울" 여학생...

하이틴 스타 이상으로 그녀는 예쁠것이라고

난 이미 머릿속에 그녀를 만들어 놨고, 빵집에서 기다리는 내내

입구를 바라보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하수빈, 강수지, 이미연, 김혜수, 김혜선)

좀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빵집에서 딱히 할 것도 없고,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화장실도 들락 거렸다.

빵집치고는 꽤컸고, 점심때가 가까워서인지,

사람들도 꽤 붐볐었다.

화장실을 다녀와 자리에 가서 앉으려는데...

"저기...."

돌아보지 않아도, 그녀라는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다음편에 계속...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

...은 훼이크고, 계속 이어 갑니다. ^^


"저기..."

"맞습니다!"

뭐가 맞다는 건지...쳐다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맞습니다~!"

예뻤다~ ^^ (우와~~~~~~~감사합니다~~~~ 유후~~~)

"저...혹시 쟈니님이세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거기다 서울말씨...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결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건 자연스러운거 아닌가? 라는 생각..

바보처럼 헤벌쭉 웃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
.
.

"카운터에 전화 왔는데 받아보세요"
.
.


(늬 지금 뭐라 했니?)

얼떨결에 카운터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나는데, 인상착의나, 사진도 없고,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녀는 빵집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근처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를 걸어, 내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인상착의를 묻고

들어왔다.

빵집 종업원을 그녀로 착각한 나는 3차 멘붕에 이미,

정신은 공중분해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희한하게 차분해 졌었다.

높은 곳에서 땅바닥으로 내팽겨질 때가 무섭지,

땅에 떨어져서 드러누워있으면 세상편한 기분이다.

컴퓨터 리셋된 듯,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현실세계를

내려다 보며 마음 편하게 있었다.

잠시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안경쓴 귀여운 여학생.

서로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멀리서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이틴 스타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그녀나 나나, 그저 평범한 고3 이었고, 누가봐도 조금은 어색한

첫 만남에 빵과 따뜻한 우유를 앞에 놓고, 어색한 인사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녀의 수줍은 듯 웃는 미소와, 편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덕에

나의 연변 말투같은 어색한 서울말씨는 평소대로 부산억양으로 돌아왔고,

시켜 놓은 빵 먹을 시간도 아까웠는지, 우유만 홀짝 거리며,

폭풍 수다를 이어갔다.

단 몇 분만에 오래된 친구를 만난듯한 느낌으로,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좋은지 별것 아닌 이야기에 웃어댔고,

그때 너무 웃어서 광대뼈 성장이 완성 되었다고 훗날 통화 때

말하곤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 역시, 나에 대한 환상이 컸다고 했다.

당시 유덕화나 김민종, 손지창 등등 보다 내가 더 멋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다....난 내모습이 그러하지 않다는 걸 잘안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렇게 서울에 온 이유와 그 동안의 학창시절이야기와

편지에 적었던 닭살 돋는 문구들과 하얀 거짓말들을

이야기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었다.

비록 대학은 떨어졌지만, 공부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배워보고 싶은 것을 미친듯이 배워보고, "서울"여학생과

펜팔도 하고, 그 외 많은 재미있는 추억들을 만들어가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한 한 소년은 그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현석 - 학창시절)

마지막 편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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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jhani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황홀한 @bree1042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감동적인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anks~ ^^

재밌게 잘 쓰셨네요...^^ 아름다운 추억이셨을거 같습니다.
물론 가출에 따른 등짝 스매싱도 기대됩니다만...^^;;

ㅋㅋㅋ 분명히 맞아야야 하는데, 안 때리면 더 불안하고 무서운그런 기분 아시죠...? 그때 그랬습니다. ㅎㅎㅎ

와.. 결말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엔딩일까요!!

에공...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실텐데...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철저한 현실이라...ㅎㅎㅎ 엔딩을 향해 달려가보겠습니다. ^^

ㅎㅎ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빵이라도 좀 드시고...
하... 저도 군대있을때 한참 빠졌던 펜팔이 생각나네요. 그때 그 학생은 잘 살고 있을까? ㅎ

그러게요.. 팬팔 뿐 아니라, 한때 자주만나던 사람들중에도, 문득문득 "그 사람 뭐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곤 하네요...길거리에서 지나쳐도 서로 못 알아 볼 정도로 많이 변했겠지만, 가끔씩 생각 나는 사람들이 있곤 하네요. ^^

와...
엄청난 스토리시네요 쟈니님
중간에 갑자기 범죄도시가 등장해서 빵터졌네요ㅋㅋㅋㅋ

ㅋㅋㅋ 이렇게 적으려고 한건 아닌데, 적다보니, 재미있게 적혀졌습니다. ㅎㅎ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캬~ 재밌게 읽었습니다.
중간에 끊었다 이어 주시는 센스도 보여주시고~ ㅎㅎㅎ
종업원 분이 그 분이었으면 했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빵집 종업원...서울와서 두번째로 말을 나눠본 서울사는 여자 사람이었습니다.
첫번째는 분식집 아주머니...^^ 그집 라면 참 맛있었던 기억이...^^

쟈니님!!!!! 완전 대박!!!!!!! 저 완전 재미있게 혼자 끼득 거리며 웃다가 ㅋㅋ 달려가서 1편 읽고 왔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쟈니님 완전 반전이십니다 ㅋㅋ ^^ 👍
그나저나 자주 못 와서 죄송합니다. 잘 지내시는 듯하여 맘이 기쁩니다. :)

우왓!!! 해피써클님~~ ^^ 감사합니다. ^^
애고 죄송은요 무슨....해피써클님도 잘 지내시는거죠? ^^
수능시험날이라, 지난 일이 생각나서 적다보니 이렇게 판을 벌려놓게 되었네요..ㅎㅎ
상황을 너무 재미있게 적어놔서, 다음편이 부담됩니다.ㅋ

아웅~ 너무 재미있어요. 중간에 페이크 때문에 욱!했다가 얘기가 재미있어서 다 용서됐음요. ㅎㅎ
귀엽고 예뻐요, 둘 다. ㅎㅎ
재미난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중간에 한번 끊어주는 듯한 페이크....ㅎㅎㅎ 마무리하고 업무 미팅 들어가려는데, 미팅 취소되었다고 연락와서 계속적으려다가, 한번 넣어 봤습니다. ㅋㅋㅋ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치 응팔을 보는듯합니다!!!! ㅎㅎㅎ
벌써 마지막 편이라니요~~~ ㅜㅜ

방금 다음편 적었는데, 길어지네요...마지막은 다다음으로 미뤄질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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