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처음 가출 #3] 미쳐서 헤어나오지 못한...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쟈니입니다. 주말은 잘보내고 계시는지요?
일전에 @rosaria 님의 깜짝 이벤트에 당첨되어,
스타벅스에 다녀 왔습니다.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도 한 번도 안가봤는데,
덕분에 처음으로 여기와서
느긋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호사를 누렸봤습니다.

1회용 봉지커피만 먹다가 이런 고급진 커피를 마시니,
자랑해보고 싶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
@rosaria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1편 ![[생에 처음 가출 #1] 가출이야기와 노래의 콜라보]
https://steemit.com/kr/@jhani/7czzuy-1

2편 [생에 처음 가출 #2] 펜팔 그녀...
https://steemit.com/kr/@jhani/3zfvcw-2


돌고 돌고, 정말 돌기 전의 돌파구...

대부분 집근처 남고로 진학을 한 친구들과는 달리,

난, 선생님의 추천으로 인근에 새로 생긴 다른 남고로

진학을 했다. 마을 버스를 타고, 산 꼭대기 근처의

학교를 가야 한 나는, 마을버스를 타기위해,

산 중턱까지 걸어올라가, 거의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언제올지 모르는 마을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무료하게 서있는 건,

짜증스런 하루의 시작이었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젖어버린 운동화의 찝찝함을

하루종일 안고 지내야 했다.

어느날 마을 버스 안, 라디오에서 나오던 그 노래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들국화 - 돌고돌고돌고)

정말이지, 똑같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지겨웠고,

이 무한한듯한 루프를 끊고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다.

늘 뭔가 불만에 차있었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학교로 끌려가는 느낌....

친한 친구들은 모두 다른 학교를 갔는데, 나는 아는 이 하나 없는,

이 높은 산골에 쳐박힌 학교를 매일가는게 너무 싫고,

짜증이 났다. 할거라곤, 책을 보고 미친듯이 달달 외우는 것외엔

할것 없는 돌고도는 하루하루...

돌고 돌고 돌고...정말 돌아버릴 것 같은 하루하루의 반복...

그렇게 매일 등산하는 기분으로 학교를 다니던 어느날...

"어...? 오늘은 왜 안 지나가지?"

버스정류장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여중학교....

매일 같은 시간, 내 앞을 지나 등교를 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매일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1년을 봤고, 난 고2가 되었고, 그 여학생은 졸업을 했을테니,

더 이상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나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말이 방학이지, 방학 보충 수업을

받으러 아침부터 내리 꼿는 따갑고, 뜨거운 햇빛을 받아가며

에어컨도 안 나오는 마을버스를 타고, 수업을 받으러 다녔었다.

비오는 어느날...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신발은 이미 물 먹은 스펀지가 됐고,

바람도 많이 불어 우산을 눌러 쓴 채, 앞도 안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누군가와 우산끼리 부딪쳤다.

"아이씨...뭐야..?!!"

매일 아침 정류장을 유유히 지나가던 그 여학생과 우산끼리 부딪혔다.

우선을 젖히고 동시에 바라보는데, 그 시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내 기억속의 내 모습)

.
.
.
.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기억하는 내 모습)

(남자의 완성은 우산이라 했던가..? 비니루 우산은 아닌 것 같다...쩝)

거의 반년만에 우연히 마주친 그 여학생...그 후로 난 이상해 졌다.

정말 이상해 졌다... 정말 많이 이상해졌다. 상사병이 이런건가..?

이건 이미 아웃 오브 컨트롤이자,

난장이가 안드로메다로 쏘아 올린 대빵 큰 공이자,

손오공이 만들어 낸 초특급 에네르기파보다 더 큰 무엇이었다.


(무한궤도 - 여름이야기)


1학년의 가을이 지나갈 무렵, 이젠 제법 친한 친구들도 생기고,

그녀석들과 인근 여자 고등학교 학예전 구경을 간날...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너무 신이 났었다. 속으로,

"나도 저거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새로 생긴 학교라,

동아리 활성화가 안 되어 있었는데, 여차저차 해서,

고2때 사물놀이 동아리가 생기고, 투표로 동아리 장이 되고,

돌파구를 찾은 나는 목적없이 책과 참고서를 달달외어대던 짓을,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고, 마을버스 정류장을 유유히 지나던

그 소녀와 우산인사를 나눈 이후로는,

더더욱 격렬하게 공부를 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자꾸 생각이 난 그 우산 속 여학생은, 칠판만 보면

떠오르고, 책을 봐도 떠오르고, 해도 떠오르고, 달도 떠오르고,

그냥 막막 떠올랐다.

그럴때 마다, 이건 뭔 중증인가 싶어, 자체 치유를 위해,

동아리 활동에 미친듯이 빠져들었고, 그럴 수록 난 더 미쳐갔고,

손에 잡히는 악기란 악기는 신들린 듯 두들겨 댔었다.

자체 치유.....그게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다.

뜬금없이 코끼리를 절대 생각 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떠오른다.

우산인사의 그 짧은 순간 강한 임팩트는, 사람을 이상하게 홀려놨다.

알음알음으로 그 학교 졸업앨범을 찾아, 집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용기를 내어 간신히 전화만 하고 지냈고,

집은 서로 이웃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였지만,

만나자는 말은 못하고, 학교 마치는 시간 때,

집 근처에서 숨어 있다가, 멀리서 몰래 쳐다만 보고,

나는 그 사람 얼굴을 알지만,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모르고,

나설 용기는 없고, 혼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얄궃은 상황을 고3때까지 이어 갔다.

(요즘 같아선, 스토커 수준인가? 워낙 흉흉한 소식이 많다보니..)
(누군가 내집 근처에서 내 딸을 저렇게 훔쳐보고 있다면,
내 당장 나가서...)

(어후~ 사람 잡겠네...)

암튼...갑갑하고, 무료하고, 별달리 특별할게 없던 그 시절...

본격적으로 공부와 담을 쌓고, 그렇게 무엇엔가 미친듯이

빠져들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사물놀이와 미친듯이 혼자만 좋아한 그 소녀에게 빠져있었다.

집안 분위기도 공부 안 한다고 뭐라하거나,

시험 점수 안좋다고 뭐라하지 않았다.

늘 하시던 말씀이,

"공부하라고 잔소리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니 인생 니가 살아 갈거니까, 니가 알아서 해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건 네 책임이고 네가 만든 성과다.
누리며 살던지, 억눌려 살던지, 네가 선택한 네 인생이다"

그렇게 내 인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된니까,

마음가는대로,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거라고,

삐딱한 해석을 해가며, 그렇게 딱 두가지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종종 주고 받는 "서울" 여행생과의 편지..

그렇게 갑갑한 고교시절의 돌파구를 나름대로

잘 찾았다고 착각하며 지냈다.

나만의 카운셀러

고3... 몸은 책상 앞이나, 마음은 거기에 없고,

눈은 책을 보고 있으나, 상상 속의 것들만 보고 있었으며,

귀로는 수업을 듣는 척 했으나,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있었고,

손은 습관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책에 낙서 하듯 인쇄된 활자들만

괴롭히고 있었다.

열병같은 짝사랑도 혼자만의 상상놀이에 중증이 되어갔고,

사물놀이도 그저 스트레스 풀기용으로 전락함을 알아차렸고,

공부를 안한지 1년이 넘은데다, 별다른 계획도 없고...

그렇게 시험에 떨어지고, 갑갑한 마음으로 가출...

서울에 사는 펜팔 친구는 그런 이야기를 다 들어주며,

누나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다독거리기도, 또 격려도 해주었다.

그제서야, 대학 시험 떨어진 것이 부끄러워졌다.

불합격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지나가길 바랬고,

그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와

용기내서 다가가지도 못했던 첫 짝사랑과 현실 도피를 위한

핑계꺼리에 지나지 않았던 사물놀이를 하며,

한편으론 대학진학을 내심 바라던 내자신이 부끄러웠다.

왜, 그걸 그때 깨달았을까?

지금 생각 해보면,

마음 열고 누군가와 그렇게 이야기 해보려 하지 않았던듯 하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나만 보고, 나만 간직하고, 오로지 나의 것인것 마냥,

아끼고 숨기려 덮어두었던 내 진짜 이야기를...

처음 만났지만, 그 "서울"여학생은 나의 또다른 심적인 안식처였고,

말 못할 사연을 글로 적어 보내면, 꼬박꼬박 답을 주던,

나만의 카운셀러였던 것이다.

멀리 있고, 옆에서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래서 속속들이 나에 대해 잘 모르기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친구는 졸업 후, 취업을 했고, 몇 년간의 사회생활 후,

자력으로 대학교을 들어가 장학금을 받고 졸업을 했다.

자신의 삶을 알차게 보내며, 늘 다음을 준비하고,

차분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빠르고 신중한 행동을 보여주는 친구다.

입대 전까지 연락을 하다, 이후 연락이 끊겼다가,

내가 서울로 취직이 되어, 또 몇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생각이나, 혹시나 하고, 찾아 본 싸X월드..

그렇게 연락이 닿았고, 그 때 그 친구는 이미 결혼 후,

다른 도시에서 잘 살고 있었다.

이후, 서로 타지에서의 바쁜 사회 생활과 더불어

나 역시 결혼을 하게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학창시절 멀리서, 또 옆에서 서로를 지켜봐주며,

응원하고 격려하던 친구이자 카운셀러...

지금도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며, 누군가의 친구이자

가족의 물적 심적 카운셀러와 지원자로 잘 지내고 있을거리 믿는다.


(여행스케치 - 산다는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끝내려 했는데,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지난 편을 너무 재미있게 봐주셔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덤덤하게 적어나가겠습니다.

마지막 편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편은 여기까지 할까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tumble 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와~ 마지막까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무한궤도의 여름이야기가 진짜 딱 맞는 노래네요 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름이야기... 우산인사 덕에 제 인생 곡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요..^^

산다는 건 다 그런건가봐요^^
추억은 추억으로!ㅋㅋ
왜 저는 펜팔을 군인아자씨랑 했는지 ㅋㅋㅋㅋ
편지 세번 정도 주고 받고 마무리가 되어서 ㅋㅋ

그러게요..^^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서 좋은 듯 합니다. ^^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짝사랑으로 끝난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렇게 좋은 추억이 됐겠네요^^. 우산속 강동원!! 이거 예전에 보고 친구랑 함성을 지른 기억이 ㅎㅎㅎㅎ

강동원 팬들분들께 욕 들어먹을 각오로 움짤을 올렸습니다만, 저를 불쌍히 여겨, 욕을 안 해주시니, 그저
감사한 마음일 뿐입니다. ㅎㅎㅎ ^^

그래도 부모님이 마구 혼내신 게 아니라 믿어주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그러게요...좀 시크 하시긴 하시지만, 저에게는 좋은 교육이 되었습니다. ^^

ㅎㅎㅎㅎ 예전에 저도 군인아저씨랑 펜팔을했었는데 그게 학교에서 군인들에게 ㅎㅎ 쓰는 편지를 강요했기때문에 ㅎㅎㅎㅎ 그래도 추억이있다는건 즐거운게아닐까요 ㅎㅎㅎ

전 초등학교 때 단체위문편지 쓰는게 다였는데, 학교에서 강요를 했었군요...아..그런 경우가...

와 이건 블로그로 모셔놓고 퇴근할때 꼭 봐야겠습니다 ㅋㅋ ㅋ

에고...감사합니다. ^^ 다음편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

재밌게 잘읽고 노래 잘들었습니다 ^^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나간 추억이야기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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