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50K를 마치고 #5

in #kr17 days ago

'CP4
드디어 마지막 힘든 구간만 남았다.
CP4까지의 거리는 11.5KM 이제 국사봉만 오르면 힘겨웠던 싸움도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거다.
CP3를 떠나자 마자 깊이울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과 함께 계곡을 왔다 갔다 하며 산을 오른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그런가 수량은 풍부하지 않지만 산속 계곡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이코스 정말 좋다.
작은 계곡이지만 계곡의 작은 바위를 넘나들며 계곡 옆 좁은 산길을 헤쳐나가는게 흡사 모험가가 된 기분이다.
혼자가 아니었다면 작지만 계곡에 몸을 담았을거 같다.
계곡이 끝날 무렵 그래 얼굴에 물이라도 뭍혀보자라는 마음에 스틱과 모자, 장갑을 벗어놓고 자그맣게 고여흐르는 바위옆에 쭈그려 앉아 얼굴을 씻고 팔고 손을 씻고 머리에 물을 뭍혀 본다.
이런 시원함을 얼마만에 맛보는 거지 커다란 보상을 받은거 같다.
시원함을 가득 느끼며 다시 산을 오른다.
아 이미 라디오의 노래는 끊긴지 오래다.
산으로 깊이 들어오며 스마트폰 신호가 잘 안 잡히기 시작했다.
깊이울 계곡을 따라 오르는 업힐이 끝나고 살짝 다운힐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끝 코너에 사진작가 두어명이 보인다.
트레일런 대회에는 코스 곳곳에 사진작가님들이 계신다. 한명 한명 현장 분위기를 살려 사진을 담아주신다. 나 같은 경우 작가님들이 보이면 앞 주자와의 거리를 일부려 벌려놓기도 한다.
그 사람도 나도 온전한 사진이 담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다.
의식하지 않고 지나다 카메라와 살짝 아이컨택을 하며 렌즈를 손으로 가르켜 봤다.

순간!!!!!

코너를 돌아 살짝 다운힐!
어디에 걸렸는지 스텝이 꼬였는지 몸이 앞으로 쏠리며 본능적으로 넘어지지 않겠다 중심을 잡고자 발을 내딛어 보지만 역부족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분들의 걱정의 탄성이 들린다.
자리에 주저앉은채 다리를 살펴본다.
뭐 어디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닌거 같다.
오른쪽 무릎이 살짝 긇히고 왼쪽 종아리 바깥이 좀 긇혔다.
종아리 슬리브를 하고 있었고 무릎테이핑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 슬리브와 테이핑이 없었으면 왼쪽 다리는 크게 쓸렸을거 같다.
테이프는 찢어지고 슬리브는 반쯤 벗겨졌다.
이런 저런 생각 없이 테이프는 떼어 버리고 슬리브를 다시 고쳐 신었다.
그 사이 작가님들의 셔터가 나를 향했다.
스포츠라는게 영광의 순간도 있지만 좌절(?)의 순간도 있는거니까!
다시 일어나 천천히 달려본다. 쓰라림말고는 다른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이다.

얼마 안가 코스 옆에 또 몇명의 무리가 앉아 있는게 보인다. 셔터소리가 들리기는 했는데 작가들인지 아니면 동호회에서 응원을 나온건지 감이 안 잡힌다.
살짝 시선이 그리로 간 순간!!
왼발이 허공에 떠있다는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헛딛듯이 왼발이 바닥을 짚는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마지막 계단이 있다고 생각하고 발을 내디뎠는데 막상 계단이 없어 발을 헛디뎌 우당탕 나가게 되는 것!
딱 그 상황이다.
왼발을 딛는 순간 종아리 근육이 최대한 힘주듯이 쫘악 갈라지며 돌아가는(?)느낌이 든다.
아 씨바 좆됐다.
몇 걸음을 내딛고 바로 멈춰 주로 옆에 앉았다.
바로 왼쪽 종아리를 만져보니 비복근 통증이 느껴진다.
하 진짜 이놈의 왼쪽 종아리는 이럴때 말썽을 부리는 거냐!
사실 몇년전 달리기를 시작한 초반 비복근 파열이 난적이 있었다. 천천히 뛰고 있는데 종아리에서 뻑 소리가 나더니 걷지도 뛰지도 못하게 됐다. 그리고 택시타고 바로 집으로 복귀. 그리고 작년 동아마라톤대회 한달 앞두고 또 부상! 처음보다는 심하지 않았지만 바로 운동 그만두고 복귀!
하 그때가 떠오른다.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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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큰 부상이 아니기를!!

완주하실걸 알면서도 다음편이 기대되는건
좋은 결말을 기대하는 마음이겠죠 ^^

긴장 ! 긴장 !
결과는 이미 알지만
왠지 걱정 스러운 마음에 제가 다 긴장을 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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