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의 시각 : 스팀잇은 자기 검열의 사회다?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요즘 스팀잇에 빠져 살고 있는 스팀잇 뉴비 @heterdox입니다.

오늘은 제가 스팀잇을 약 1달여간 하면서, 느낀 다소 불편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저의 아주 짧은 생각과 단편적인 경험을 가지고 쓰는 글이니 많은 분들이 동의 못하실 수도 있고

약간 민감한 주제일수도 있어서 다운보팅을 받을 수도 있는 포스팅이네요.

이 글에 대한 어떠한 겸허한 비판도 달게 받아드리겠습니다.

처음 스팀잇을 접했을때 굉장히 놀란 점.


저는 스팀잇을 접하기 전에 다른 커뮤니티나 타 플랫폼을 많이 이용해봤어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SNS도 많이 해보았죠. 네이버 블로그도 해봤구요. ㅎㅎ

처음 스팀잇을 접했을 때 스팀잇이 다른 플랫폼이랑 가장 다르다고

제가 생각했던 점은 무엇이였을까요?

보상을 준다는 점이였을까요?

물론 보팅 버튼 하나 누르는 것만으로 보상을 준다는게 참 혁신적이게 느껴지긴 했지만,

제가 여기와서 느낀 가장 신기했던 것은

소위 말하는 '키배(키보드배틀의 약칭)'가 거의 없다는 것이 였어요.

물론 제가 여기서 말하는 '키배'는 서로 욕하고 인신 공격을 하고 부모님 안부를 물어보고

이런 것이 아니에요.

이런 것은 절대 있어서도 안되고 스팀잇 뿐만 아닌 인터넷 상에서 아예 사라져야하죠.

이런 행위는 '키배'라는 단어로 순화시킬게 아니라, 저는 '인격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글에서 '키배'를 '인터넷 사용자들끼리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며 서로의 의견에 대해 반대 논거를 제시하는 행위' 쯤으로 정의해볼게요.

스팀잇 KR태그에는 매일 다양한 글들이 올라 옵니다.

그중에는 언뜻보면 민감할 수 있는 정치적인 이야기나 사회적인 이야기에 대해 다루는 글들도 많죠.

타 커뮤니티나 타 플랫폼에서는 댓글 수십개가 달리며, 서로 언쟁을 벌일만한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해당 포스팅에 내용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의 댓글을 다는 분은 보기 힘들죠. ㅎㅎ

왜 그런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이런 너무나도 훈훈한 분위기를 보고 저는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의아했고 어떻게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 이 곳엔 하늘에서 내려온 선택받은 착한 천사분들만 사셔서 이렇게 분위기가 평안한 것일까?'
' 이 곳은 회원가입을 받을때 테스트를 해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아놓나? 설마 가입승인 기간 동안에 가입 신청자의 정치관, 사회관을 뒷조사하는건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두 질문 다 대답은 'NO' 겠죠.

보상이라는 양날의 검


도대체 무엇이 스팀잇을 이런 사회로 만들었는가?

몇몇 분들에게는 매우 모욕적인 말로 들릴 수 있겠다면 미리 사과를 드리겠지만,

저는 많은 스티머 분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당한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가지 예를 들어보죠.

어떤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갈리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한쪽의 관점에서 쓴 글이 KR 태그의 인기글이나 대세글에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보팅을 참 많이 받은 글이에요.

업보팅 목록을 보니 상당히 많은 스팀파워를 보유하신 고래분들이 많이 업보팅을 하셨고,

심지어 이 글의 저자분도 상당히 스팀파워를 많이 보유하고 계신 분이에요.

용기 있는 분들이나 보상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은 만약 그 글에 동의하지 않으면 과감히 비판 의견을 제시하시겠지만,

저라면 이 글에 감히 반대 의견이나 비판 의견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KR태그의 고래분들은 모두 의식있고 교양있으신 분들이니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반대를 했다고 보복하거나 안좋게 보시지는 않겠죠.

하지만 제 스스로가 이러한 프로세스의 자기검열 끝에 감히 용기내어 의견을 게재하지 못하지 않을까요?

'아 이 글에 OOO 고래님이 업보팅을 했네? OOO 고래님은 이렇게 생각하시는구나.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만약 이 글에 반대 의견을 달았다가 OOO 고래님에게 미움을 사서 원래라면 보팅을 했을만한 내 글도 보팅을 안해주시면 어쩌지?'

이런 식으로 미래 자신의 잠재 보상에 대한 손해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함부로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팀잇의 보상이란게 사람들이 글이나 댓글을 적극적으로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해야할 말도 미래 잠재적 보상에 대한 생각 때문에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인 자기 검열을 거치게 하여 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이런 양날의검 같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 된다면, 사람들은 해당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해당 성향에 입장에서 쓴 글을 계속 작성할 것이고, (보팅과 많은 댓글로 호응을 받고 비판하는 사람도 없으니깐요!)

해당 성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해당 이슈에서 도망친 채 다른 쪽의 주제로 도피하거나 아예 사이트를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도 참 많은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해봤지만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정치, 사회적으로 편향된 커뮤니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특히 스팀잇 같은 경우는 보상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더더욱

한번 균형을 잃기 시작하면 이렇게 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규 유입되는 회원의 스펙트럼도 매우 좁아지고 결국 그 커뮤니티는 썩은 고인물이 되어 망해버리죠.

전 스팀잇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보고 싶지가 않습니다 ㅠ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사실 저도 잘 몰라서 이 글을 올렸습니다.
대안 없는 비판은 무책임한 것이지만 저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이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은 혹시 제가 말한 문제가 실제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런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를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제 부족한 글 읽어주신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Sort:  

오.. 좋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셨네요..! 저는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그럴 일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고 갑니닷!

전 그다지 부지런하지 못한 편이라 다른 커뮤니티에선 만약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의 글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그 곳에 논쟁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까지 굳이 말을 보탤 필요를 느끼지 못해 주로 그냥 관찰자의 포지션으로 남는 편입니다. 그런데 여긴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나서서

(https://goo.gl/images/bZcJdm)
'자 그럼 이제 키배를 시작해보지' 할만한 깜냥도 되지 못하는지라 답답하지만 그냥 못본 척 넘어가버립니다. 솔직히 아주 잔잔한 고인 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잔잔하지만 흘러가는 강이나 잔잔하지만 금방이라도 태풍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바다가 아니라 그냥 잔잔하기만 한 고인 연못이요. 누군가는 이 평화로운 잔잔함이 좋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엔 거기에 돌을 던져봤자 파문은 잠깐일 뿐 금세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잔잔해질 걸 알기에 굳이 돌을 던지는 수고를 할 필요를 못 느낄겁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오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네요!! 보상이 자기검열을 만든다라...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상도 있지만, 지울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 그런게 아닐까요?ㅎ
팔로우 하고 갑니다~

그 점도 있는 것 같아요.
글이 영구히 보존되니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을 노출시키기 꺼려질수도 있겠죠. ㅎㅎ

동의합니다. 생각보다 숫자가 주는 힘이 커서, 명시적으로 드러난 숫자의 위압에 눌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하는 의견이나 글을 보는 경우에, 대체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활동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복작복작하면서 조금은 치고 받고 해야, 건전한 방향의 장이 열린다고 보는 입장입니다만, 그러한 의견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요.

그래서, 스팀잇에 정보전달이나 일상 공유, 혹은 창작물과 같은 주제의 글이 많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글에는 애초에 치고 받고 할 게 없거든요.

일단 제가 그동안 쓴 글 내역이 활동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계정의 포스팅 내역, 재산 내역이 너무나도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 스팀잇의 단점이자 장점이죠.

자기 검열에 걸린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저도 글을 쓰려다가 계속해서 이 글은 어떤 글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다 결국 작성을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사실 동의 하지 않는 글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에 의견을 써볼까 하다가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ㅎㅎ
특히 보팅을 많이 받거나 댓글이 다 호의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반대 댓글을 달기 꺼려지더군요..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4752.70
ETH 3455.13
USDT 1.00
SBD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