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패 이야기 : 20대 초반, 학벌을 찾아나선 방황.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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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eterodox입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의 어리석음, 저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니깐,
부끄러울수도 있고 창피할 수도 있는 이야기죠.

스팀잇에서 이런 부끄러운 이야기를 속편히 하려고 어쩌면 저는
프로필 사진도 안걸고, 저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않고 익명에 숨어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인생을 회고하고 반성하고
그럴 나이가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야 20대 중반인데 말이죠.
지나온 날에 대한 후회 같은건 없이
앞만보고 달리기에도 늦은 나이인데 말이죠.

하지만 스팀잇에 계시는 인생 선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고,
혹시라도 저보다 어린분께는 제 실패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해서...
창피함을 무릎쓰고 저의 실패 이야기를 좀 올리겠습니다.

10대 후반 : 제대로 된 실력은 없이 꿈만 컸던 나.

먼저 제 고등학교때의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전체적으로 그닥 공부를 잘하는 학교가 아니였습니다.
물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나름 상위권에 든다는 명문고 소리를 듣는 학교였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그저 그런 전국적으로 따지면 그냥 중위권정도의 학교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땐 사실 공부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딱히 뭐가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도 잘 몰랐었습니다.

매일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샜고,
학교 수업시간은 그냥 자는 시간이였고,
모의고사 성적표와 내신 성적표엔 항상 어디 대리운전 광고에서나 볼법한 숫자만 찍혀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한 친구와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그 친구도 그렇게까지 막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아니였는데 싸움 도중 서로 감정히 격해지니깐 그 친구가 저에게

"너는 백퍼센트 XX대학교에나 갈놈이다."
"그따구 성적을 맞고 어떻게 자살을 안할 수가 있냐"

이런식으로 제가 성적이 낮은것을 소재로 모욕적인 발언을 계속 했습니다.
전 너무 기분이 나쁘고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그 친구와 치고 박고 싸웠고,
결국 두명 다 선생님께 혼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날이 제 인생에서 어떻게 보면 좀 큰 전환점이였습니다.
그 영향이 긍정적이였는지 부정적이였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날 이후로 '학벌'이란 것에 20대 초까지 비정상적으로 집착을 했으니 어찌보면 겪어서는 안될 사건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날 이후로 약 몇 개월동안 전 진짜 '인생에서 이렇게 까지 뭔가 열심히 한적이 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그 친구 성적을 훨씬 넘기고 똑같이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이 유치하지만 제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턴가 학벌에 비정상적인 집착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학벌을 가지 못하면 왠지 누군가로부터 이런 일을 또 겪고 무시받을 것 같았습니다.

약 6개월 간의 공부 동안, 저는 그 친구의 성적을 이미 훨씬 뛰어넘었고,
성적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으로 올라서 제가 부정행위를 한다는 이상한 소문까지도 돌았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칭찬, 그리고 아이들의 인정 이런게 그리고 좋은 학벌에 대한 집착 이런것들 때문에 계속 공부를 했고, 3학년때는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지역에서 거의 수석을 할 정도의 제가 생각해도 말도 안될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별볼일 없는 제 인생에서의 절정기였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정말 아무것도 아닌건도요. 저를 예전에 무시했던 아이들이 저를 미친듯이 칭송하기 시작했고 선생님들도 저를 불편할 정도로 띄워줬습니다.

마치 스캠 코인에 거품이 끼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의고사에서 맞은 성적은 정말 속된말로 '뽀록'이 터진 것 뿐이고 저는 그정도의 실력은 안되는것 같은데. 마침 그때가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였는데 주위에서 미친듯이 너라면 OO 대학교는 껌이다. ㅁㅁ 대학교는 정말 최후의 보험 정도로나 써라.

이런 말을 하면서 미친 듯이 제 눈을 높였고 전 제가 진짜 그 정도 실력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안낀 제 원래 실력이 나왔던 탓일까요. 저는 그 '뽀록'이란게 터지기 전의 평균적인 모의고사 성적보다도 못한 수능 성적을 맞았습니다.

20대 초반 : 두 번의 수능 그리고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저는 결국 ㅁㅁ대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ㅁㅁ대학교는 전혀 다닐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3대 명문대가 아닌,
ㅁㅁ 대학교를 다니면 인생이 실패할 것 같았습니다.
ㅁㅁ대학교라는 간판이 저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재수나 반수하라면서 부추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입시 실적을 올릴려고 그런 것 같지만..

그래서 ㅁㅁ대학교에서 학점을 전부 포기하면서까지 수능을 두번 더 치뤘고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는 20대 초반 신입생때 추억 이런게 없습니다.
그냥 제가 20대 초반에 남긴건 실패한 수능 성적표 2개와 F가 가득한 대학교 성적표 뿐이였습니다.

저는 두번의 수능을 실패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꿈꾸던 대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습니다.
계속해서 수능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왜곡된 학벌주의가 제 머리속에 깊히 박혀있어,
명문대학교를 가지 못하면 인생이 망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수능을 더 준비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에서 참 다양한 일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제가 충격받은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에 그닥 관심이 없고
또 저처럼 학벌에 집착하는 사람들 아무도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군대에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수능이란것도 중요하고 학벌이야 좋으면 좋겠지만,
세상엔 수능 공부보다 가치있는게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차피 수능을 두번 더 봐서 두번 다 실패한 입장에서 결과론적인 생각이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대학을 정상적으로 다니면서 더 많은 경험을 했었더라면
어떤 학벌을 가지느냐에 집중하지말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집중을 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성장한 사람이 되어있을텐데 ..

이런 후회가 마구 밀려왔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제가 다니는 대학교가 개강을 하고 ,
제가 말한 그 ㅁㅁ 대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물론 몇번 수업을 나가보긴 했지만 꼴랑 몇달 다녀본게 전부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나 마찬가지인데, (어쩌면 신입생보다도 학교에 대해서 모를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 학번은 대학교에서는 '화석학번'으로 불리고 있더군요.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걱정이 됩니다.

아무튼 학벌을 찾아나선 방황은 이제 좀 종지부를 찍고 싶습니다.
어차피 더 이상 바꿀 수 없는거 제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를 생각하고 살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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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에 대해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의 입시는 자기자신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달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를 밤낮없이 하게 만들죠. 달리기 이전에 왜 달려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정상인데 한국의 거지 같은 교육체제는 대학진학을 무조건적인 당위로 만들어놓고는 공부를 안 하면 비정상이라고 합니다.

제가 인생을 살아보니까요. 사는데 그렇게 많은 재주가 필요하지 않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재주 하나만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학벌이 행복을 가져다 주나요? 한국의 SKY가 그렇게 대단한 학교들인가요? 외국 사람들이 들으면 웃습니다..ㅎ

감사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제 제주를 찾기가 힘드네요. ㅠㅠ
요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는 SKY를 나오긴 했지만
인생에 있어서 학벌은 장점이 될 수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 열정을 갖고 산다면
극복하지 못할건 없다고 봅니다.
화이팅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넵^^

그래도 무언가를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 경험이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하고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방황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도전'이라고 하고 싶네요:)
확실히 우리나라의 학벌 중심 사회는 문제지만 그것을 깨달으셨다는 것도 멋진 것 같아요!
멋진 대학 생활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고1때 그 일을 겪고 몇개월 공부해본게 열심히 한 것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추가로 더본 두번의 수능은 도전이라기보단 그냥 시간 낭비였죠.
글에 적진 않았지만 그땐 별로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패했겠죠.
실패 요인은 그냥 돌아갈 곳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때문에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배수진을 쳐놓고 대학교를 아예 자퇴하고 했으면 결과가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왜 열심히 하지도 않을거면서 그런 방황을 했는지 더더욱 후회가 듭니다.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읽고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몇 자 적습니다.

학벌이 좋다는 것은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어도 인생은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학벌만 가지고 인생의 성공을 운운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품이나 인격이 사회생활에서는 더 성공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문대를 다니는 사람일 수록 공부만 했기 때문에 관계형성에 미숙하고 자기 실력을 과인해서 한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인거죠.

하여튼 반백년 넘게 살고 있는 제 경험으로는 성공적인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요소는 학벌보다 인간관계 인간관계보다 인격과 성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치열하게 느꼈다면 청춘은 성공한거라 봅니다. 치열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올라가 있어도 실패한거죠.
응원하고 팔로합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그렇게 치열했진 않아서 더더욱 후회가 밀려오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일은 잊고 미래만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학벌보다 중요한것들이 많이 있었다는것을 항상 느끼고 있답니다.
노력해오신 만큼 꼭 좋은일이 올것입니다!
화이팅입니다 :D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참 어려운 문제이지요.
저는 00학번인데요.. 저는 무슨 학번으로 불릴까요?^^ㅋㅋ

음 제가 14학번인데 화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기준에서는
00학번은 음 저도 잘 모르겠네요. ㅎㅎㅎㅎ 과연 뭐라고 부를지

시대가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학벌이 중시되던 사회에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직장생활이 시작되면 학벌은 하나의 장식에 지나지 않더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예전보단 많이 변했다는걸 느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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