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1

in #kr6 years ago (edited)

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기차 여행을 할 때입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승객은 몇 사람뿐이었습니다. 기차가 막 출발하려 할 때 등산복 차림의 사내들 서너 명이 객실로 들어섰습니다. 우리 좌석을 지나쳐 앉으려다 누구에겐가,
" 00형, 여기서 만나네요." 하는 겁니다.
목소리가 하도 우렁차서 돌아보니 사내들과 등산복 차림의 먼저 자리잡은 여인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속으로, "여자를 형이라 부르네." 하는데,
얼핏 들려오는 대화로 미루어 보아 안면이 있는 산악인들 같았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않되어, 그 여인이
"술 한 잔 할까?" 하는 겁니다.
"이른 시간이라 홍익회 아저씨가 없을 겁니다." 하고, 사내 중 한 명이 대답하자
"자식, 사 오면 되지. 00하고 00, 니네 둘이 소주하고 안주 좀 사오니라."
"예? 어디서요?"
"알아서 해." 하고는, 돈을 건냅니다.
두 사내는 잠시 주저하는 둣 하더니 일어나 문을 열고 객실을 나섭니다.

또 한 번 속으로, "이 시각에 판매원은 없을 텐데..." 하는데
곧 다음역에 들어서는 기차가 속도를 늦추자, 두 사내는 미처 멈추지도 않은 기차에서 뛰어내리더니 역사 울타리를 훌쩍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눈깜빡할 사이에 주머니에 소주 몇 병과 안주거리를 꽃고 다시 담을 넘어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 탑니다.

헐떡이며 객실로 들어서는 사내들에게 그녀가 웃으며,
"수고했다. 컵은 사왔니?" 하는 겁니다.

허참, 이런 짓은 흉내낼 엄두도 나지 않고 해서는 않될 일이기도 하지만
기가 막혀서...

기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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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무슨 전사들 같습니다.
술이나 먹겠다고 그런 위험한 일을 하다니

그들끼리의 리그가 있나봅니다.

산악회는 상명하복의 군대 빰치게 쎘죠. ㅡㅡ;;

다음 번에 그 이야기입니다.

ㅎㅎㅎ 그 여자분 대단하네요.

보통은 아닌 듯해요.

나빠요
이런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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