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전쟁 그리고 스팀잇

in #kr6 years ago (edited)

어제 부처님 오신날, 남한산성에 올랐다.
산성역에서 내려, 등산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어 남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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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위용이다. 원래 가파른 산세에다 이 정도 높이의 튼튼한 성벽은 난공불락에 가까울 것 같다. 실제 남한산성은 역사상 단 한번도 점령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병자호란 때도 인조가 항복해 제 발로 걸어나간 것이지, 청군이 산성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남한산성은 둘레가 약 8키로 정도인데, 성벽을 따라 한바뀌 돌면 3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을 한두 달에 한번 정도 하는 사람들에게 딱 적합한 코스다. 1년에 한두번 하는 등산객의 경우 다소 힘이 들 것 같다. 가을철에 오면 단풍이 좋은데, 여름철엔 땡볕에 노출된 구간이 있어 좀 힘들다.

남문에서 2-30분 걸으니, 수어장대에 도착한다. 수어장대는 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장대에 서면, 산성 내,외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래서 전쟁 때 지휘소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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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장대 옆에 청량당이 있는데, 이회 장군의 넋을 기리는 사당이다. 사연이 있다. 이회는 남한산성을 쌓을 때 동남쪽 축성의 책임자였는데, 공사비를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참형을 당했다. 그의 부인은 한강에 몸을 던져 따라 죽었다. 이회는 죽을 때 자신이 죄가 없으면, 매 한 마리가 날아올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가 죽을때 매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고 한다. 그 매가 앉은 바위가 수어장대 앞마당에 있다. 그런데 나중에 이회가 맡은 구간이 가장 튼튼하게 잘 지어진 것으로 밝혀져, 그의 누명이 벗겨진 뒤, 사당을 지어 그의 넋을 위로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대규모 국책사업엔 횡령과 거짓투서가 난무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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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장대에서 성벽을 따라 계속 걸으니 서문(우익문)이 나온다. 서울 남쪽과 동쪽이 한눈에 들어오는 뷰포인트다. 오늘은 날이 흐려 서울시내가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찍는 분들은 서문이 서울 남쪽에서 야경이 가장 멋진 곳이라고 한다. 실제 해질녘이면 사진기 든 분들이 많이 온다. 그 분들이 다 떠난 뒤에는 청춘 남녀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서문에서 성곽을 따라 계속 걸으니, 북문(전승문)이 나온다. 북문은 전승문으로 불리는데, 사연이 속 상한다.

병자호란 당시 영의정 김류의 주장에 따라 군사 300여명이 북문을 열고 나가 청군을 기습공격했는데, 되레 전멸당하고 말았다. 법화골 전투라고 이름붙여진, 이 전투가 남한산성 최대의 전투이자 최대의 참패였다. 영화 <남한산성>에도 이 장면이 나온다. 전승문이라는 이름은 정조 때 증축하면서, 그 때의 참패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이름붙인 것이라 한다.

갑자기 비가 올 듯 하다.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었는데... 서둘러 산성 마을로 내려간다.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북문에서 성곽을 따라 계속 걸으면, 동문을 거쳐 남문으로 다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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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에서 마을 장터로 내려가는 길에 현절사가 있다. 현절사는 병자호란때 청에 항복하기를 끝까지 반대하다 심양에 끌려가 처형당한 홍익한, 윤집, 오달제 등 삼학사를 모신 사당이다.
후에 척화파의 수장이었던 김상헌, 정온 선생까지 함께 모셨다.

마을 장터로 내려오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려 한다. 서둘러 행궁을 보러 갔다. 남한산성 행궁은 종묘와 사직을 갖춘 유일한 임시수도였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이 행궁에 머물면서 47일간 항전했다. 행궁은 일제시대 때 크게 훼손 됐는데, 10여년전 복원한 것이다. 빗방울이 계속 굵어져,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산성역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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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의 치열한 논리 대결이 벌어진다.
내가 초등학교(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다) 다닐 때, 척화파는 충신이고, 주화파는 ‘약간 거시기 한 것 아니냐’는 이분법에 따라 배운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명분만 앞세워 전쟁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조선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오게 한 척화파보다 주화파의 헤아림이 더 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명분을 중시하는 성리학이 득세한 시대에 실리를 따지자는 주장은 자칫 명예를 더럽힐 수 있다. 그래서 성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선명성을 내세운 척화파들의 손가락질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명분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날의 관점, 아니 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 기개와 충절은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척화파는 국제 정세에 무지했거나, 적어도 무모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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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티밋에 자극적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전쟁, 평화, 다운보팅...
논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스티밋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꼭 같다. 스티밋의 가치가 올라가 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스티밋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자본 투입이냐, 경쟁력있는 콘텐츠냐 하는 논쟁은 아무 의미없는 말싸움이다. 그 둘 다 필요한 거다.

분명한 건, 스파가 많은 사람은 그가 지니고 있는 리스크에 비례해, 충분히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논의해야 할 문제는 큐레이션 보상 비율이다. 지금 큐레이션 보상비율은 턱없이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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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회에 대해 포스팅해주셨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진에 날씨가 엄청 좋네요 ㅎㅎ 저도 어디론가 가보고싶네요

어제 비가 좀 와서 고즈녁하게 보여서 그런걸까요..

남한산성도 어려운 코스가 많나요? 흠.. 운동삼아 가긴 어려운가보네요

아닙니다. 가족들과 함께 등산하기 좋은 곳입니다. 역사적인 구경거리가 많아, 그런 것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하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오ㅎㅎ
저는 남한산성이 집앞이라 산은 남한산성만 갔었죠^^

남한산성에서 언제 한번 만날 수 있겠는데요...시바견 하고 같이 온 훈남 찾아보겠습니다 ㅋㅋ

크 고즈넉하네요. 설악산은 멋있었어요. 요샌 동네 산책로만 걷는지라 트랭글도 지웠답니다.^^ 남한산성 영화는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시는 분이니 걱정 없으시겠지만, 늘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제가 지난 2년간 동창들하고 동네 산만 다니니까, 체력이 확 줄었어요. 아시잖아요. 친구들하고 동네산가면 막걸리 마시는 시간이 더 길잖아요. 큰 산도 좀 다녀야, 체력이...

스티잇의 가치는 새로운 플랫폼들의 연계에 달린 것 같아요.
현재의 저자/큐레이터 보상은 어떤식으로 바뀌더라도 한계의 도달하고요.
스티잇 과 연동하지만 스팀잇 밖으로의 영역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가상화폐 붐이 끝나면 스팀잇도 치명타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될꺼에요

솔직히 제가 가상화페를 잘 이해를 못해요.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렵더라구요. 좀 많이 가르쳐 주세요. 근데요, 지금은 큐레이션 보상비율이 너무 낮으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많이 투자하신 분들은 본전 생각이 나겠죠.

투자에 대한 수익 문제인 것 같아요.
큐레이션보상비율을 늘리면 조금은 해결을 되겠지만 그 보상도 아깝게 생각하면 큐레이터어뷰징으로 넘어가게 돼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 같아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답이 없는 건가요? ㅠㅠ

한여름 땡볕에 혼자 운동 삼아 청바지 입고 남한산성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살이 다 탔죠. ㅎ 이 곳이 저녁에는 커플천국이 되기도 하는군요. 몰랐습니다. 스티밋은 말씀하신 대로 자본 투입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 둘 다 중요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각자의 마음 속 룰이 있고 타인에게 조언이나 권고를 할 수는 있겠지만(사실 그것도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보지만) 그것을 남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죠. 상처 받고 떠나는 고래님들이 있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큐레이션 보상비율이 올라가면 셀봇에 대한 비판적 시선들이 좀 사그라들까 싶은데.. 뭐 그렇게 되면 또 그 나름의 문제가 발생하겠죠. 아무튼 모든 과정이 흥미롭네요. 이렇게 산 좋아하시는 분도 알게 되고요. ㅎ

고맙습니다. 컴컴할 때 눈치없이 서문에 가시면 아니되옵니다. ㅋㅋ

남한산성을 아주 상세히 소개하셨네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남한산성 한 번 가 보았는데 생각외로 가파른 곳도 있고 제법 험준하더라구요...ㅎㅎ
역시 산행은 내려와서 먹는 막걸리 한 잔...크

남한산성, 관광지라고 생각하고 운동화신고 등산하다 혼쭐 난 사람 많습니다.
지리산 3부 빨리 읽고 싶어요. 문장이 완전히 시같더라구요...

남한 산성 가본다 가본다 하면서 결국 아직도 가보지 못했네요. 간접 경험하고 갑니다.

서울에 오시면 꼬마들 하고 같이 한번 와 보세요.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곳들이 많이 나와요 ^^

2월달에 둘째 녀석 역사체험이 강화도에 있네요. 그때 한 번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2월이면, 9개월 뒤 ?????

우리아이가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매월 참여하는데 1년 스케즐이 다 나와요. 내년 2월에 강화도 예약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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