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대세글과 스트라디바리우스

스팀이 베타 버전을 벗어날 때까지, 제 포스팅 중 하나가 대세글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못믿겠다구요? https://steemit.com/kr-musik/@good21/4l5yzd

노래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인데, 태그를 달면서, kr-music으로 쓴다는 게, kr-musik으로 잘못 쓰는 바람에, 독보적인 대세글이 돼 버렸습니다. musik은 독일어입니다. 발음이 무식 아닙니다. 무직입니다. ㅠㅠ
영어가 주인 잘못 만나 제대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왕 망신 당한 거, 더 못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저처럼 엉터리 대세글이 아닌, 말그대로 품질로 300년간 대세가 된 명품 바이올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없는 분들도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아마티 등과 같은 명품 바이올린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수십억원에 거래가 되었다는 뉴스가 한번씩 해외 토픽으로 등장합니다. 백억원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5000원짜리 샌드위치 하나 사는 동안 차에 있던 20억원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도둑 맞았는데, 도둑이 그 바이올린을 17만원에 팔려다 들통나 잡혔다는 따위의 이야기들...모두 실화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크레모나 출신 명장(名匠)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현악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현재 약 600개 정도가 남아 있는데, 실제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크레모나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잘 만드는 현악기 명장들을 대거 배출했는데, 그중에서도 아마티(Amati),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과르네리(Guarneri) 등 세 가문이 최고였습니다.
이들은 피렌체의 르네상스 3대 천재인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처럼 최고의 현악기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더 이상 생산될 수 없는 희소성과 명품 소유욕이 어우러져, 그런 악기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펀드 수익률은 가상화폐 수익률에 비하면 당연히 ‘새발의 피’입니다. ㅎㅎ

연주자들은 당연히 이런 바이올린을 갖고 싶겠지만, 너무 비싸 소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을 지원하는 음악재단이나 악기상 혹은 음악 애호가들이 뛰어난 연주자들에게 빌려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래전부터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런 악기들이 몸값 만큼이나 진짜 소리가 뛰어날까?
연주자들은 한결같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런 명품 바이올린 소리의 비밀이 뭘까?
왜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 300년전의 수제 바이올린 음색을 따라가지 못할까?

많은 연주자와 악기 제작자 심지어 과학자들까지 이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당연하겠죠. 그 비밀을 풀면, 그 방식 그대로 만들어 떼돈을 벌 수 있을테니까요.

몇백년 동안 풀지 못한 미스테리였습니다.
그 신비로움에 상상력을 보태 <레드 바이올린>과 같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진짜일까’, 잠시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은 어떠한 과학적, 음악적 근거도 없는 영화입니다.
16세기 어떤 명장이 만든 바이올린이 천상의 소리를 내지만, 소유자는 대대로 불행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아마 그 이야기를 토대로 각색한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러다가, 최근 과학의 발달로 이런 저런 그럴싸한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가설은 크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은 도료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벌레로부터 바이올린을 보호하기 위해 화학적 도료를 발랐는데, 이 도료가 나무의 성질에 변화를 줘, 잡음을 제거하는 효과를 내게 되었고, 이것이 스트라디바리우스 특유의 음색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화학계는 이런 연구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악기 제작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2006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네지바리 교수가 화학자인 동시에, 악기 제작사도 운영하고 있어, 그 연구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가설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된 당시의 지구 기후가 이 명기를 탄생시킨 비밀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17세기 말~18세기 초에는 지구가 소빙하기여서 날씨가 매우 추워져, 악기 제작에 사용된 나무의 나이테가 촘촘하고 나무결의 밀도가 높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소리의 스펙트럼이 균일한 명품악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 가설은 7~8년전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논문으로 기억됩니다. 제 기억입니다. 정확한 건 아닙니다.

제가 뭐 알겠습니까마는, 논리적으로 보면 두 번째 가설이 타당해 보입니다.
현재 명품 악기로 분류되는 바이올린 대부분이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중반에 제작된 것들입니다. 특정시기에 명기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역시 그 시대의 나무들과 관련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일 도료가 명품 음질의 원인이라면,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도 비슷한 소리가 나야하지 않겠습니까?
바이올린 켤 줄도 모르는 일자무식이 하는 얘기니까,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세요.

바이올린 작곡가 겸 연주자 파가니니는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가니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를 했는데, 파가니니를 시기한 사람들은 “파가니니의 연주가 뛰어난 게 아니라,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뛰어난 것”이라며 뒷담화하곤 했답니다.
화가 난 파가니니가 하루는 싸구려 바이올린으로 명연주를 해 기립박수를 받은 뒤, 무대에서 이 바이올린을 발로 밟아 부셔버린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예술은 악기가 아니라, 예술가의 몫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정도에 해당하겠습니다.

스팀에는 매일 대세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처럼 태그를 실수로 잘못 썼거나, 스팀파워의 힘에 의한 엉뚱한 대세글이 아닌, 스트라디바리우스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회자되는 명품 대세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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