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의 우영팟(텃밭)에서 나는 채소(실습편-2) with 양용진 선생님
무더위가 어느 정도 물러나고 나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이제 밤에 잘만하다.
그런데, 난 어제 한잠도 자지 못했다.
낮에 오랜만에 냉커피에 아이스크림 올려서 맛있게 먹었는데 그게.. 너무 진하게 먹었나 보다.
잠이 안 오니 밤새 스팀잇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날씨가 선선해진 것은 너무 좋은데, 스팀잇에 피드가 썰렁해지고, 스팀 가격이 쩌~~ 아래에서 쭈뼛거리고 있어서 냉랭한 건 싫다.ㅜㅜ
그래도 난!! 열심히 더 열심히 글 쓰고 소통할 것이다.
누군가는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다들 돌아올 때 반겨줄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나 말고도 아직 열심히 좋은 글 올리고, 어떻게든 스팀잇이라는 생태에 인공호흡을 해주고 있는 모든 스티미언들 화이팅이닷!!!
어제에 이어서 나물 밥상을 차려 볼 생각이다.
오늘은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도 냄새에 이끌려 몰려들게 기름에 조금 지글지글 지져야겠다.
무말랭이지짐
어제 내가 올린 포스팅을 보고 몇몇 주부들이 극 공감해 주었다.
맞다. 나물 반찬은 그냥 데쳐서 양념장만 넣으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감칠맛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매번 할 때마다 맛이 다르게 나는 건 물론이고, 이상하게 적당한 간을 맞추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기름넣고 지지고 부치면 조금 맛이 나아진다.
배추로 겉절이는 크게 맛을 못내는 사람도 집에 있는 김치로 김치전은 보통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이치와 동일하다.^^
제주도는 뭐든 뿌리로 된 채소는 다 맛이 좋다.
제주도에 와서 갈치조림이나 고등어조림을 먹어보면 보통 내가 집에서 한 것보다 단맛이 많이 난다.
나도 그런 제주도 생선조림을 먹을 때마다 '관광지라고 손님들 입맛 끌려고 설탕을 때려 넣었구만...ㅜㅜ'하고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제주로 이사오고 나서 시장에서 무를 사다가 조림을 해 먹어보면 설탕을 한톨도 안 넣었는데, 생선조림이 달짝지근하다.
그건 제주도 무가 단맛이 많이 나는 맛있는 무여서라는 걸 내가 생선 조림을 해먹어보고 알았다.
무 외에도 당근, 양파, 콜라비 등 뿌리 채소는 모두 맛이 좋다.
제주도 무는 우리나라 무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월동 무가 그 맛이 탁월해서 인기가 좋다.
지금 제주도 무는 조금 개량이 되어 길죽해졌지만, 옛날 제주도 무는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달고 매웠다고 한다.
아마도 땅에 돌이 많아 깊이 자라지 못해서 일 듯하다.
전에 시골 살때 우리도 무를 심어보면 언제나 짜리몽땅한 무를 수확하곤 했다.
시골에서 우리가 수확한 무인데, 애들이 길게 못자라고 옆으로만 뚱뚱해졌다.ㅋ
다른 농부들처럼 땅을 깊이 곱게 갈지 않고 무를 심어서, 무들이 땅 속에 있는 돌들을 피해 자라느라고 그랬던 것 같다.
이렇듯 무의 모양은 땅의 성질과 깊은 관계가 있다.
아무튼 겨울에 땅이 얼기 전에 수확한 무는 아무리 저장을 잘해도 가정에서는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초겨울 볕과 바람에 무를 잘라서 잘 마려두었다가 무말랭이를 만들어 먹는다.
물론 무말랭이 만드는 기술도 예사롭지 않아서 요즘은 보통 그냥 만들어진 무말랭이를 사다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무말랭이로도 너무 질기지도 않고, 너무 흐물거리지도 않게 꼬들꼬들하게 무쳐 먹는 것이 쉽지 않다.
간단해 보이는 채소가 손질하고 조리하기가 더 힘들다는 건 시도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재료 : 무말랭이 600g, 파 10g, 진간장 3큰술, 설탕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다진마늘 1/2큰술, 깨소금 1작은술, 물 1/2컵
일. 무말랭이는 씻은 후 물에 불려 채에 밭쳐둔다.
이때 얼마나 무를 물에 불리느냐에 따라서 무말랭이의 식감이 달라진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30분이 채 안되게 불리는데, 무말랭이를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꾹 눌러 봤을 때,
안에 심이 박힌 것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때까지 불려야 한다.
이게 말로도 어렵지만 실제 그걸 느낌으로 감지해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물에 불리면서 눌러보면 미세하게 그걸 느낄 수 있다.
무말랭이 요리의 팁은 이걸 정확히 느껴서 불리는 시간을 잘 맞추는 것일 듯하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덜 불린 것과 다 불려진 것을 가지고 그 느낌을 기억하느라 무말랭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눌러 봤었다.ㅋ
마지막으로 정확히 알기 위해 하나 씹어 먹어봐도 좋다.
이렇게 불린 무말랭이를 잘 짜서 둔다.
이. 파는 3~4cm 정도 길이로 썰어둔다.
삼. 무말랭이에 물을 넣고 진간장, 설탕, 다진마늘, 고춧가루를 넣는다.
이렇게 무쳐먹어도 좋겠지만, 오늘은 뭐든 맛을 낼 생각이므로 이걸 불에 올려 조려준다.
이렇게 자글자글 조려주면 그냥 무쳐서 맛을 못내던 사람도 어느 정도 맛을 낼 수 있다.ㅋ
사. 거의 졸여지면 깨소금, 파,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된다.
참기름까지 넣고 조렸으니 꽤 맛있는 무말랭이지짐이 되었다.
패마농적
제주도 사람들은 제삿상에 적을 많이 만들어 올린다.
육지에서 산적이나 고기적 정도 본 것과 달리 제주도의 적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나는 한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열거해 보자면, 상어적, 묵적, 두부적, 방어적, 오징어적, 문어적, 소라적 등 다양한 재료 특히 바다에서 나는 재료들로 살짝 삶아서 꼬치에 꽂아 다시 기름에 지지는 형식으로 적을 만들어 제삿상에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재료들은 슬쩍 봐도 좀 비싼 재료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하게 적을 올리지 못할 때 쪽파로 적을 만들어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패마농'은 '쪽파'를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다.
쪽파를 보면 머리가 여러 개 패거리로 뭉쳐 있어서 마늘이 패거리를 이뤘다는 뜻으로 패마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재료 : 쪽파 300g, 깨소금 1/2큰술, 청장 1/2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메밀가루 1/2컵, 식용유, 꼬지(10cm)
일. 파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친 다음 식혀준다.
쪽파를 데칠 때도 많은 물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데친파를 양념하여 2~3개 정도를 잡고 길이가 7cm 정도가 되게 돌돌 말아 꼬지에 5~6개를 꽂아 놓는다.
이런 식으로 리본을 묶듯이 잘 말아준다.
꼬지에 낄 때는 가능하면 굵은 대를 꼬지가 통과하게 꽂아야 단단하게 꽂아진다.
삼. 메밀가루는 얇게 풀어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때 메밀가루와 물의 비율은 1 : 2이다.
메밀가루의 농도는 이 정도로 한다.
사. 메밀가루 푼 것에 파를 적시고 팬에서 앞뒤로 지져 낸다.
쪽파가 꼬지에서 풀리지 않게 조심조심 메밀반죽을 묻혀준다.
앞뒤로 지져주는데, 메밀에 대한 제주도의 옛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메밀은 품에만 안아도 익는다.
즉, 금방 익기 때문에 오래 지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쪽파도 이미 한번 데친 것이기 때문에 그냥 후라이팬 위에서 살짝 열만 쬐면 된다고 한다.
제삿상이나 잔칫상에 각종 적을 올리지 못하던 제주도 서민들의 패마농적이다.
느르미전
이 전은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는 전이다.
느르미전이라는 것은 재료를 '늘어놓는다'나 '누른다'에서 그 음을 가져와 느르미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치 파전을 부치듯이 쪽파와 고사리를 늘어놓고 달걀로 부치는 전이다.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는 보따리전이라고도 하는데, 제삿상에 고사리로 크게 부쳐놓은 이 전에 제삿상에 올라간 음식을 조상들이 보따리처럼 싸가라고 올리는 전이라고 한다.
또다른 이름으로는 들어가는 재료를 따서 고사리파전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제주도는 어느 집이나 제삿상에 크고 넓적한 이 느르미전을 꼭 올린다고 한다.
재료 : 쪽파 150g, 고사리 50 g, 달걀 3개, 소금, 식용유
일. 파는 깨끗이 씻어 12cm 길이로 썰어둔다.
이. 고사리는 가지런히 추려 12cm 길이로 썰어 소금을 약간 부려 놓는다.
고사리 양이 적어보이지만, 쪽파가 지질 때 부피가 많이 줄기 때문에 이런 비율이 적당하다.
삼. 달걀은 큰 그릇에 풀어둔다.
사. 파와 고사리를 두껍게 잡아 달걀에 담갔다가 팬에 사각형으로 전을 부친다.
이때 달걀물은 재료들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양만 묻힌다.
제주도에서는 재료를 넉넉히 쓰는 경우가 없다.
달걀은 맛이 아니라 접착제의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쪽 면을 익힌다.
뒤집어 다른 면을 익힌다.
커다란 느르미전 혹은 보따리전이 완성되었다.
기름냄새 솔솔 풍겼으니 방황하는 스팀, 스달도 정신 차리고, 잠시 스팀잇을 떠난 스티미언들도 기름냄새 맡고 돌아들 오시겠지?ㅋ
따뜻하고 건강한 잡곡밥에 비타민 풍부한 채소로 정성껏 차린 밥상 먹으러 어여들 오십시오~~^^
기름 냄새 맡고 왔습니다.
저를 위한 밥상인가요? 사양 않고 먹겠습니다! :)
어? 아닌데?ㅋㅋ
불이님은 좋은 포스팅으로 스팀잇 지키는 멋진 분이시잖아요.
그래도 한상 받으시고 영원히 여기 스팀잇에 계세요.^^
우아...나물로 전을 부치면 진짜 맛있을것 같아욤
기름지니 맛은 참 좋더라구요.^^
반갑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집에서 해서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이에욤^^
자주 봬어요~~
제주도 무가 유명한 것은 이번에 알았넉요.
기름냄새랑 함께 곧 전어철인데,
집나간 고래, 돌고래, 플랑크톤 할 것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
전어철이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는데, 집나간 스티미언들도 모두모두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앗!!!
저도 냉동실에 있는 무말랭이 꺼내봐야겠어요~~~
올~~ 냉동실에 무말랭이가 있으시군요.ㅋ
얼른 꺼내다 반찬 만들어 보세요^^
마지막 사진의 찬 해 놓으신 것만 보니, 정말 정갈하고 맛깔나 보이네요 ㅎㅎ
오늘은 제주도 사람들이 제삿상이나 잔칫상에 차리는 거라 더 그런 거 같아요.^^
제주 고사리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제주도에 언니가 있다고 하면서
한 번씩 부쳐주면 저도 덜어줍니다.
지금은 전이니 부침개니 하는 말로 일상화 되었지만
우리도 예전에는 제사에 올리는 부침류를 누름적이라고
했던 생각이납니다.
녹두 또는 팥이나 동부를 치자를 넣고 갈아
노란 물을 들인 반죽에
김치 고사리 다시마 파도 길게 준비해서
차례로 얹고 실고추를 뿌려 오색으로 부치는데
바로 소적이라고 했습니다.
누름적이라고도 했고
지지님의 포스팅을 보면
저절로 옛생각을 하게 됩니다.
@jjy님의 이런 도란도란한 이야기가 저도 너무 재미있어요.
댓글로 다신 것만 봐도 너무 재미있는데, 포스팅으로 올려주시면 완전 이야기 보따리가 될 거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몸이 건강해지는거 같습니다.
먹고싶네요..호로록!!!
제주 음식은 기본적으로 건강식이랍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더라구요.^^
어릴땐 엄마가 무말랭이하면 그렇게 싫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런게 그리워지네요.
저도 그랬어요.ㅋㅋ
왠지 삐들삐들 말린 무말랭이가 없는 살림을 보여주는 거 같았거든요.
@ gghite님 이렇게 제주도 이야기 올려 주시니 제주도에 대해 정말 많이 알아가게 되네요.
제주도 야채가 단 맛이 많이 난다니 다음에는 생무를 한 번 꼭 먹어봐야 겠어요.
육지에서도 겨울 무 나오는 시기에는 제주무를 팔 거에요.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아 새벽에 음식 블로그는 안봐야겠어요... 아주 그냥 침이...넘어 가는데 라면이라도 묵어야 겠네요.. ㅋㅋㅋㅋ
반갑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_^ 저도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