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그 시절 놓친 영화, 첨밀밀 甛蜜蜜. 1997년 作.

in #kr6 years ago

그때,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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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홍콩에는 사대천왕이 존재했다. 실제로 그러한 네이밍이 홍콩에 존재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지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그 시절 나만의 사대천왕을 적을 수 있다면 이렇게 적어내겠다. 이연걸, 성룡, 유덕화, 여명.

'여러 번 널 단념하려 했어~' 어느 드라마의 주제가였던 노래를 부른 이가 여명이다. 숙취해소 음료로 알고만 있다면 나와는 십이 간지가 넘어서는 세대일 것이다. 그의 작품중에 무간도 이외에는 본 적이 없는 내가 저 네 명 안에 이름을 포함시킨 것을 보면 노래의 영향도 컸을 것이며 '첨밀밀'이란 영화가 주었던 이미지도 있을 것이다. 장만옥 또한 마찬가지다. 성룡과 함께 나온 폴리스스토리3 외엔 그 시절에 다른 작품들은 본 적이 없음에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고, 후에 화양연화로 더욱 깊게 자리 잡았다.

기억 속에 아련했지만 잡지 못한 그 영화 첨밀밀로 빠져본다.


서울의 달 - 김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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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바라본 저 달이 너무 처량한지도 모를 좁은 방에도 시골 총각 소군(여명)은 만족한다. 정말 모르는 것일 테지, 안다면 그럴 수 없는 것은 보는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소군은 순진하고 순진하다. 힘듦의 역치가 홍콩 도시의 누구들보다 낮은 듯 하다. 그만큼 만족의 역치 또한 높다.

이요(장만옥)는 이미 역치를 넘어선 듯하다. 역치의 선을 넘은 그녀에게 소군은 자신이 또 한 번 넘을 역치의 대상으로 보일 뿐이다. 소군은 그런 것도 모르고 이요의 꾀임에 넘어간다. 어찌 보면 소군과 이요의 역치의 선은 쉽게 넘을 수 있는 선 같이 보이지만 이요가 보는 눈과 소군이 보는 눈은 그 사이가 훨씬 더 넓게 보인다. 타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우리의 눈으로서는 말이다. 또 그것이 이요와 소군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차(자전거)가 있다는 소군과 진짜 차를 기대한 요이의 차이랄까.


사랑과 우정사이 - 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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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쓸어 올리는 이요의 모습을 바라보는 소군의 눈빛에서 우리는 소군의 헛갈림을 볼 수 있다. 그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무언가 낯선 타지에서 만난 놓치고 싶지 않은, 곁에 두고 싶은 친구의 감정인 것인지 헛갈린다. 이요가 소군을 대하는 감정에는 헛갈리는 것이 없지만 좁은 공간 안에서의 둘의 만남은 우리를 헛갈리게 만들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이 틀리지 않음을 수줍은 소군과 요이는 화끈하게 알려준다.


결혼까지 생각했어 - 휘성

걱정 말고 날 떠나가 Bye Bye, 소군의 여자친구는 그렇게 그를 도시로 보냈다. 그의 순진함을 믿어서겠지. 소군의 더듬거림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다. 한 없이 멀리있는 여자친구지만 들킴의 거리는 소군에게는 한 없이 가깝다. 이요와의 하룻밤은 멀고도 가까웠고 여자친구에게 한 거짓말의 순간은 가깝고도 멀었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 - 015B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던 소군은 수화기 너머로 점점 자신도 모르게 거짓을 고한다. 그 저녁엔 이요와 함께이다. 그의 마음속에 이요는 타지에서 만난 친구에 불과하다고 저 너머 수화기에 말하지 못할 소군이다. 어느새 소군 자신도 알지 못하게 그의 마음속에 이요는 들어와있다.


하늘 아래서 - 김민종

나의 과거를 이제는 잊고 싶은 이요, 지친 하루를 힘겹게 살아왔다. ATM기에서 매일 확인하는 잔액을 확인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늘 아래 같은 처지의 소군은 모르는 고통을 이요는 느끼고 있다. 아니, 어쩌면 소군과 이요가 느끼는 고통의 차이, 역치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소군은 아직도 사랑과 우정사이의 경계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의 존재가 머리속에 없는 것인지 이요를 헛갈리게 한다. 같은 장신구를 두개를 사면서 두 여인에게 줄 것이라니. 알면서도 모르는채 하는 것이면 XX라 하겠지만 그는 정말 순수한 의도처럼 보이기에 XX라 부르고 싶지만 그렇게 부를 수가 없다. 그래서 이요는 헛갈린다.


지친하루 - 윤종신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은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이요는 자기 자신을 더 아래로 내려 놓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며 들어오는 이요, 이름은 달리 말했다. 그녀의 앞에는 등짝에 용 한마리가 가득한 사내가 엎드려 누워 있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그런 이요에게 구양선생은 그녀를 웃게 할 선물과 함께 다시 등짝을 내보인다. 이전의 첫만남에서 조직의 보스인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그녀의 당돌함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녀가 오직 무서워하는 것은 쥐뿐이라는 것을 기억한 그는 등짝 한 가운데에 미키마우스를 그려왔다.


그 사람의 결혼식 -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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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신부 아름답구나, 찬란한 너의 시선에 그녀가 빛난다. 몇년이 흘러 만난 이요와 소군, 그 둘이 있는 장소는 소군의 결혼식장이다. 이요 역시 예전과 다르게 귀부인이 되어있고 그녀의 옆에는 구양선생이 함께이다. 이제 이요와 소군, 서로의 곁에는 각자 다른 남녀가 함께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각자의 상대와 누운 침대에서 이요와 소군은 서로를 떠올린다. 소군의 연인 소정은 그의 진심없는 말이 진심같이 들려 기분이 좋지만, 이요의 연인 구양선생은 이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역시 그가 대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보통 눈치로 된 것이 아닌 듯하다.


가리워진 길 - 유재하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속에 쌓인 길을 매번 추억하던 소군의 고모. 안개속에 쌓인 옛 연인을 추억하는 그녀의 곁에는 안개 대신 뽀얀 담배연기가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로인해 병을 얻은 소군의 고모는 자신의 재산을 전부 소군에게 맡기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만다.

평생을 떠나간 옛 여인을 그리며 살아간 그녀, 추억속의 그는 사진으로 남아 그녀의 앞길을 가리운 채 남아있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무지개와 같은 길을 터주는 그를 다시 만나기를.


같은 시간 속의 너 - 나얼

꼭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널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 곁에 서 있는 니 모습이 조금 어색하지만 자꾸만 옛 생각에 널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 이요는 마음속으로 소군에대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 둘은 실패했다, 예전의 감정들을 놓아주는 것에.

같은 시간 속의 상대를 놓치기 싫은 둘은 각자 현재의 연인들을 다른 시간속으로 보내기로 한다.


그래도 그대는 나의 영원한 사랑이야 - 김민종

눈을 뜨고 싶어 그대가 앞에 있기에 하지만 눈을 뜰 수 없는 그대 모습을 보기 힘든 이요. 소군은 소정을 정리했지만, 이요는 어려움에 처한 구양선생, 표 오빠를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년이 흘러 미국땅을 전전하던 둘에게 언젠가는 올 것이라 여겼지만, 피해다녔던 이별이 다가왔다. 허망하게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 구양선생, 더이상 눈을 뜨지 않는 그를 바라보는 것이 괴롭다. 마지막으로 그의 등을 돌려 여전히 천진난만한 미키마우스를 확인하며 그를 떠나 보낸다.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 01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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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듣고는 있니 너만을 위해 불러왔던 나의 그 노래들이 거리의 TV상자속에서 흘러나온다. 소군은 본능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돌려 멈춘 채 추억속의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 그 노래를 함께 듣던 그녀와 새로운 시작, 아니 완전한 처음을 함께 하려했었다.

이요는 구양선생이 떠나고 미국에서 추방당하던 그 길 위에서 우연히 소군을 마주한다. 끌려가던 차에서 내려 힘을 다해 소군을 쫓아보지만, 차(자전거)에 탄 소군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게 힘없이 터벅터벅 걷던 길에서 운명같고, 우연같이 들려오는 그 노래.

각자 고향을 떠나 홍콩을 향해 오던 그 기차에서 등을 마주했던 그 둘은, 인연의 끈을 돌고 돌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운명일까,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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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see you again!!!

아아 노래와 함께하는 영화 소개.. 브금이 자동 지원 되네요 :)
여명이 부른 노래 중에 Try to remember 이 떠오르네요.
어설프지만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음색. 참 편안했어요.

자동지원되신다니 다행입니다. ㅎㅎㅎ
try to remember 나나나 셉템버...가사는 생각이 안나도 흥얼거리게 됩니다. ㅎㅎㅎ

이걸 또 이렇게 풀어내시다니... 주제가는 확실히 아는데 영화를 본 기억이 없네요. 저 시절에 중화권 영화를 거의 안 봤거든요. 몇 년 전에 갑자기 왕가위 작품을 챙겨보긴 했지만... 주말 동안 한번 봐야겠습니다.

새벽 감성으로 쓴 것인데 알아봐주시니...역시 김작가뿐이 없습니다. 엉댕이 찰싹 잘 맞았네요. ㅎㅎㅎ저도 그때 중화권은 이연걸, 성룡뿐이 몰랐어요...이연걸의 영웅의 꼬맹이도 지금은 많이 컷을텐데...왕가위는 화양연화로 알았는데, 주님의 힘을 빌려 새벽에 보고 쓴 글이 임시보관함에 남아있지만...올릴 자신이 없네요. 첨밀밀 실망하시지 않을겁니다. 근데 찾으시려나...오랜만에 어둠의 경로를 이용했습니다.ㅠㅠ

못 찾으면 디비디라도 구해서 볼게요. 다음편은 화양연화 예약? ㅋㅋㅋ

저 여명 무지 좋아라했죠.
장국영, 곽부성, 유덕화, 여명, 등등..
고등학교때 비디오가게에서 중국영화 엄청 빌려봤던 기억이 있네요.
첨밀밀도 봤지 싶은데... 넘 오래 되서 그런지 내용기억은 잘 안나는... ㅎㅎ

그 네명이 사대천왕이지요?ㅎㅎㅎ저는 장국영, 곽부성은 잘몰라서...유덕화 영화는 간간히 TV에서 한 더빙판으로 본 것 같아요. 그 때 못 본 영화를 요새 보고 리뷰를 쓰는데 그때 그 시절 감성이 부러워집니다. ㅎㅎㅎ

홍콩영화의 저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피드에서 첨밀밀사진을 보니 너무 반갑네요 ㅎㅎㅎ사진보자마자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고~ 저는 아직도 저 느낌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분위기 있게 느껴져요 ㅎㅎㅎ 그나저나 노래와 믹스매치라니 ! 센스가 대단하신데요 :)

맞아요, 지금은 다르겠지만 저 때의 저 장소의 느낌을 담은 영화가 그 때는 존재했던 것 같아요. 홍콩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그때 그 감성이 남아 있을런지...믹스매치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번뜩이며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콜라보를 엮어봤습니다. ㅎㅎㅎ

다 읽자 마자 리스팀부터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이터나라이트님의 영화리뷰이기에...
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죠? 첨밀밀에 대해서요. 솔직한 이야기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리뷰를 통해서 많은 장면들이 훅훅 들어오네요. 오늘 꿈에서 여명과 장만옥을 만날것 같습니다! 오똑해! 자전거 오똑해! 나 돌아가고싶어요!

첨밀밀이 달콤한 뜻이라지요?ㅎㅎㅎ저도 꿈에 장만옥을 만난 적이 있어요!어릴 때지만...어쩜 매력이 철철 넘치는지...정말 돌아가지 못 할 저는 느끼지 못했던 그 시절 그 감성...아, 매 번 느끼지만 저의 감성나이는 열살이 더 먹은 것 같아요. ㅎㅎㅎ십년 일찍 태어났어야 했는데...

Movies of the 70s are classic acting quality and do not make bored in watching repeatedly.

Thank you so much!!!!! : )

👍👍👍

안면있는 배우들 이름과 제목들 저도 나이가 든걸까요 ㅋ다니보니 새롭네용

옛날이 그립죠. ㅎㅎㅎ감성나이는 열 살이 더 먹었는데,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감성나이는 항상 20대입니다 ㅋ

여명하면 Try to Remember
첨밀밀 하면 등려군이 먼저 생각나네요

저도 넋빠지게 봤던 첨밀밀
아~~
청춘의 극치였던 그 때의 장만옥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와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네요

사랑에도 타이밍이 중요한가 봐요

그런데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시다니
노래와 덧붙여서 아이디어도
Goooooooooooooooooood입니다 ㅎㅎ

닥터지바고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냉정과 열정사이는 책도 보고 영화도 봐서 아직까지도 언젠가는 피렌체의 두오모를 사랑하는 사람과 꼭 가봐야지 하고 있어요. 좋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ㅋㅋ
닥터 지바고는 고전이죠


냉정과 열정사이.....음악도 좋구요

꼭.
사랑하는 분과 다녀오셔요
피렌체

어느 분 리스팀 거쳐서 여기까지 도착했네요/신선합니다. 우리 가요를 차용한 영화 리뷰라 새로운 장르 개척이십니다. 그분처럼 한 표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첨밀밀이 워낙 ost로 유명한 노래라 자연스레 노래가 떠올라 한 번 써봤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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