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포스팅 공모전 참가] 가르치려 들지 않는것

in #kr6 years ago (edited)

플로리다달팽이님 @floridasnail 님이 주최하신 이벤트 [돈에 대한 교육, 그 경험과 지혜를 알려주세요]의 제목을 보고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문득 느낀것이 있다. 나에게는 딱히 '교육'이라는 말을 붙일 만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게 없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교육이란 '특별히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가 주되기 때문이다.

image

흔히 경제 관념이라하면 '돈'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돈의 흐름, 사용처, 사용방법, 돈벌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나에게 과연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나는 돈이라는것에 크게 신경쓰며 살아본적이 없다. 또한 가난한 낭만주의자와 평생 연애하며 사는 것이 꿈이었던 20대 시절도 있었다. 돈이 없어서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어설픈 독립생활시기에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자가 될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내가 특별히 아이들에게 돈이라는 것에 대해 가르치려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 녀석은 이미 돈에 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모두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자랄때 하고는 사뭇 다른 영악함과 집요함을 가졌다 볼수 있다.

내가 어릴 때는 동전과 지폐가 돈의 전부였지만 요즘 아이들은 현물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다. 게임머니나 포인트적립, 디스카운트쿠폰, 심지어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잘 안다. 따라서 내가 아는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돈이란걸 가르치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이들의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이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줄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만 내가 아이들에게 경험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두가지뿐이다. 첫째, 돈이라는건 한정적인 재화라는 것과 둘째, 무수한 질문과 대답을 통한 사고의 정립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솔직한 대화를 통해 현실을 바로 알려주는 것이다.

혹독한 현실.

돈을 원하는 만큼 얻기 위해서는 몸과 머리를 굴리고 현실에 타협하고 무던히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제 스스로 알아가기를 인내해야 할것이다. 똘똘한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역시 애는 애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만큼은 그래도 조금 더 오래산 나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된다. 이를테면, 세상의 이치같은 것이다. 이것은 때론 상식적으로 받아들일수 없는 수준의 '불편한 진실'을 포함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적엔 아이가 돈이야기하는것도 금기시했고 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것도 터부시되었고 적어도 돈에 관한한 어른들만의 영역이라고 배웠다. 어린 아이들이 가져야 할건 동화같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꿈이었다. 얼마나 비현실적이던가. 사실 현실은 우리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것의 거의 반대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척박한 면이 크지 아니한가.

혹독하게 들릴수 있으나 아이들에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란 맹수의 세계에서 적자생존만큼이나 험난한 길이 될것이다. 혹자는 수백억을 유산으로 물려주어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존의 법칙을 거스르며 살수 있게 해줄것이고, 혹자는 거친 광야의 세계에 맨몸으로 부딪혀 까져가며 전쟁통에서 살게 해줄것이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물론 물려줄 유산도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내가 다 쓰고 죽을 것이다.

독립심을 키우기 위한 노력.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풍족함을 줘본적이 없다. 아니, 주고 싶어도 줄만한 여유가 없다. 우리의 수입의 대부분은 아이들 학비로 들어간다. 그리고 풍요롭지 않은 경제생활을 누린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과 비교를 한다면 상대적인 결핍감을 무수히 느낄것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취사선택해야 할것을 경험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한다라고 할까. 자신의 경제적 여건안에서 할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알게 한다. 혹독하게 들리겠지만, 마냥 무지개빛 현실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집중력 훈련을 한다. 다름 아닌 백팔배이다. 큰 아이는 벌써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백팔배가 누워서 떡먹기가 되었다. (처음에 나는 반대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로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면서 애들 스스로 하고 있다.) 기본 용돈외에 백팔배를 할때마다 일정액의 용돈을 별도로 받는다. 작은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용돈을 얼마를 받고 얼마를 지출해야 아이들이 얻고 싶은걸 언제쯤 구매할 수있는지 스스로 계획한다. 적어도 1년치 경제 계획은 가지고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예측가능한 일정한 수입을 가지고 있는 두 녀석의 용돈 씀씀이는 첨예하게 다르다. 큰 아이는 돈을 잘 안 쓰고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주말마다 여친과 데이트를 해야하기 때문에 지출이 만만치 않다. 반면 작은 아이는 지갑에 돈을 두둑이 넣고 다니며 돈쓰기를 좋아한다. 공돈이 생기면 홀랑 다 써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때 돈을 잘 모으는건 언제나 작은 아이쪽이다. 한번은 둘이서 누가 더 돈을 잘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결국 돈 많은 작은 아이가 승리를 가져갔다. 정기적인 지출의 규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같은 경험과 같은 배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자세는 각각 받아들이기 나름인 듯하다.

택시운전기사가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순진했던 세살 꼬마부터 억만장자가 꿈인 현재에까지 아이들에게 돈이란 그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누누히 강조해도 아이들은 듣지 않는다. 내 방식의 가르침을 고수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나의 가난함을 배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돈에 관한 한 '가르치려 하지 않음'을 고수할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발자취를 조용히 뒤따라 가려 한다.

Sort:  

스스로 돈을 관리하는 버릇을 기르는게 정말 중요한데.. 경험에서 나온 귀한 조언 잘 배웁니다. 교육이 쉽지는 않은듯해요 ㅠㅠ

제일 어려운게 교육이죠. 가정교육이든 공교육이든... 아이가 사회에서 잘 적응할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1. 제시카님 일등하라고 전 참여 안하기로....

  2. 거친 광야의 세계에 맨몸으로 부딪혀 까져가며 전쟁통에서 살게 해줄것이다.(동의함)

  3. 백팔배는 집중력도 올리지만 다이어트에도 효과 100배 입니다.
    예전 유명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었습니다.
    108배 한사람과 등산을 오래한사람 테스트..
    결국 108배를 해온사람이 산을 더 잘 올라가고..
    숙취해소에도 탁월하다고 결과가 나왔네요.

  4. 역시 제시카님은 똑똑해~!!(이제 어퍼컷 취소해주실렵니까?? ㅋㅋ)

ㅋㅋㅋㅋㅋ동의해주시는게 있어서 다행이여요. 사실 우려함이 없지 않아서... 이쯤에서 그럼 어퍼컷은 없었던 일로 마무리할까나요 ㅋㅋㅋ 백팔배 전 운동이 안되어서 ㅜㅜ

백팔배를 하면서 마음에 수양을 추천드립니다 ㅋㅋ
한배= 삼겹살
두배= 소고기
세배= 피자

ㅋㅋㅋ 지금 혼술혼삼겹살 먹고 있어요! 수양이 저절로 됩니다 ㅋㅋㅋ

누구나 풍요롭고 부유한 삶을 원하지만... 세상이 맘처럼 살아지진 않죠!
한정된 재화내에서 어떻게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느냐, 또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가 행복한 삶의 척도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돈의 귀중함과 계획적인 소비습관... 좋은 경제교육을 실천하고 계신듯 하네요!

심사위원님이시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의 요지를 현실감과 독립심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ㅎ (독거노인님! 너무 진지하셔서 깜짝 놀랐잖아요 ㅋㅋㅋ)

심사위원 아닌데요! ㅋㅋ 저도 가끔은 진지할때가 있어요^^ 헤헤~ 이런게 어울린단 이야기죠? ㅋㅋㅋ

다름 아닌 백팔배이다. 큰 아이는 벌써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의지가 대단하네요 1년이 넘도록 꾸준히 하다니요
쉽지않은 일입니다

그러게요. 참 알수 없는 녀석입니다.

으음....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거 깉아요... 온실속의 화초가 아니라 대지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감자를 키우는거라고.... 어떠한 현실이 닥쳐도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사람이 되어야 겠지요

아~ 좋은 말이네요. 감자와 뿌리... 어떠한 현실속에서도 잘 살아갈수 있을 정도로 컸으면 좋겠어요.

님..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집중력 훈련을 한다. 다름 아닌 백팔배이다. 큰 아이는 벌써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백팔배가 누워서 떡먹기가 되었다.

라는 글을 보고
어느 유튜버를 떠올렸습니다.

벤자민 베넷
라는 유튜버가 있는데

4시간 가량 앉은 자세로 계속 웃고만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딱히 편집하지도 않고 통짜로 업로드 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유튜버가 떠올랐답니다.

만약에 해당 유튜버를 모방하여
백팔배하는 동영상을 매일매일 편집없이 통으로
업로드하면 과연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님의 의견은 어떠하시련지...

P.S
해당 내용을 통해서는
'현장'을 통한 깨달음
이 좋은 방안이라고 보았습니다.

백팔배는 15분이면 끝나요 ㅋㅋㅋ 참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많군요! 아이들이 자기 얼굴을 온라인에 올리는걸 아주 꺼려해서 어려울듯 한데, 의견을 한번 전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팔배는 15분이면 끝나요 ㅋㅋㅋ

오히려 15분이라고 하니
단출하니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ㅎㅎ

암튼 의견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일찍 돈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아이는 돈을 일찍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ㅎㅎ

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줘야죠.

아... 그거 좋은데요, 백팔배.
부친이 저런 자세이면 자제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잘 살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처음엔 백팔배가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애들이 그냥 운동삼아 하고 있어요.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하네요 ㅎ

예전부터 느껴왔지만 두 자녀분들에게 에빵님은 정말 멋진 선생님인 것 같아요.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자녀들에게 배우기도 하며 같은 클래스에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하는 것 같아 제가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써먹게 기억해 두어야겠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잔소리 대마왕이랍니다. 빨래치워라, 허리펴고다녀라, 쓰레기버려라 ㅋㅋㅋ 조만간에 써먹으실 일 있길 바랄게요! 요즘 야구는 잘 되세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리치는 거 자체가 어려운 것 같아요. 배움의 기회를 갖을 수 있도록 옆에서 챙겨지고 응원하려고 해요.^^

네. 맞습니다. 어려운 일이지요. 말씀하신대로 옆에 있는 거지요. ㅎ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5
JST 0.028
BTC 57959.67
ETH 2343.73
USDT 1.00
SBD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