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끄적끄적 밀린 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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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은 밀린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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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쓴 글이 몽땅 스팀잇에 관한 글들이라 포스팅을 하지 못하였다. 덕분에 스팀잇 생활 최초로 이틀을 쉬게 되었다. 왜,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냐고 한다면, 이제 스팀잇과 애증관계로 돌아서려 한다고 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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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쪼금 보태서, 아무것도 안하고 딱 일주일동안 책만 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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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스팀잇을 쉬게 되어도 왜 이렇게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까. 글감이 넘쳐나지만 막상 글을 써보면 이게 글인지 말인지 생각인지 수다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중구난방의 글이 만들어진다. 쉬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막아놓는 것은 안 좋다. 적당히 분출할 여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제일 좋은 듯하다. 특히 안 좋은 감정들 화남, 분노, 원망, 미움 등을 모아두지 말고 한쪽으로 흘려 내보내며 살아야겠다. 그것들이 쌓이면 결국 나를 죽이는 독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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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 엊그제 지인이 전화를 해와서 펑펑 울었다. 함께 울어주지는 못했지만 가만히 들어줬다. 그리고 오늘 잠깐 만나서 힘내라며 그날 전화통으로 운걸 가지고 놀려 먹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두고두고 놀릴 것이라 했다. 사실 지나고 나면 우리네 인생살이가 다 그렇고 그렇지 않은가. 인생 뭐 있나. 그냥 웃으며 사는 거지. 이것이 내가 힘을 내고 힘을 나눠주는 우스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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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루한 영화를 참 좋아한다. 지루하다 못해 깜빡 잠이 들었다 깨도 아직도 주인공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런 영화. 지금의 내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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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다짜고짜 앞뒤없이 무턱대고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영화도 좋아한다. 주로 사이코 영화가 그러한데, 예상할 수 없거나 혹은 예견이 불필요한 상황을 지켜보는게 흥미로워서이다. 문득 예전 본 영화중에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주유소에 주유하러 온 사람들을 다짜고짜 도끼를 들고 쫓아다니던 사이코 주유소주인과 치과 치료중에 환자들의 어금니를 드릴로 갈아버리던 사이코 치과의사가 생각난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않은 그런 영화도 한번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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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최애 아이템은 선글라스이다. 패션보다는 눈부심때문이다. 아마도 엑시머 레이저 눈수술 후유증에다가 노안이 겹쳐 생겨난 듯 하다. 원래는 야간 눈부심만 있었는데 주간 눈부심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덕분에 빛이 좋은 날, 비오고 흐린 날과 상관없이 멋스럽게 얼굴 절반을 가리고 외출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절반을 가리니 나머지 절반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역시 인생의 묘미는 절반의 선택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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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로 이사가는 언니와 송별파티를 했다 거창하게 파티는 아니고 낮술 두어잔 정도.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사람중의 하나인데 참 아쉽다. 해외에 살다보면 1년에도 여러차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익숙해짐에도 아플건 늘 같이 아프다. 다행히 이 언니는 방학때마다 올 거라고 하니 방학때마다 낮술을 할수 있게 되어서 안심이다. 집에 돌아와서 '니가가라 하와이'라는 농담을 하지 못한게 떠올랐다. '왜 좋은 친구는 꼭 하와이로 가는 걸까'라는 시덥지 않은 영화의 해석과 친구의 의미에 대한 농담을 꼭 해줬어야 하는데 아쉽다.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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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중요한 일이 있어 정장 블라우스를 사러 갔다. 피팅룸 거울을 보다가 넘 잘 어울려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거울속 모습하고 딴판으로 나왔다. 나란히 놓고 봐도 이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너무 우람하다. 분명 거울 속의 나를 찍은 건데 내 눈과 렌즈를 걸러 나온 모습이 이렇게 다를수 있을까.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가. 나는 대체 어떻게 사물을 바라보는 것인가.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해석하는 건 아닌가. 많은 질문을 던져본다. 답은 이렇다. 내눈은 주관에 묻혀 삐꾸가 되고 카메라 렌즈는 객관을 유지하며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일게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눈은 언제나 완성이 될까. 내 기억이 반토막의 기억인 것처럼 내 시각도 한쪽 면만을 보는 것일게다. 미완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기억하는 세상과 사람들이 마냥 아름다운 것이고, 모든 걸 기억하고 모든 면을 알게 되는 현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나저나 셀카를 찍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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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 경기를 응원했다. 얼마만에 온가족이 한마음 한뜻이 된건지... 계속 궁시렁거리며 맥주를 거품 넘치게 따르다가 결국 테이블을 다 적셔버린 남편도, 한국 왜 이렇게 못하냐며 계속 손흥민 하나만 응원하는 큰 아이도, 뭘하는지 집중 못하고 계속 왔다갔다 하는 둘째도, 가족들이 다 모여 있으니 마냥 신이 나 장난감을 바쁘게 물어나르는 해피도, 축구보다 가족들의 한마음에 감격해서 신나게 화이팅하는 나도 모두 무색하게끔 우리의 축구는 실망스러웠다. 설마 앞으로 우리에게 이보다 더한 굴욕을 선사하는건 아니겠지? 제발 0대 5만은 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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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글라스를 끼면 버스운전기사님처럼 보여서 왠만해서는 안써요 운전할때 너무 눈부셔서 안되겠다 싶을때만 착용한답니다 ㅎㅎㅎ

저는 선글라스 없이 외출불가여요 ㅠㅠ 눈물이눈물이 ㅠㅠ

저도요
딱 일주일만 아무것도 안 하고 책을 읽으면서 지내 보고 싶어요

저도요 ㅎㅎ 한달도 그럴 수 있을것 같아요 어떤책은 한권에 일주일걸리기도 하잖아요

ㅎㅎㅎㅎ
맞아요

오호! 한달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ㅋㅋ

바로 평화모드가 될것 같아요~ ㅎㅎ

사진 속 모습의 해석에 대해 격공해요 ^^
좀전에 뇌에서 보정을 해주는데 치매나 상실증이 걸리면 이걸 못한다는.... 글을 읽었는데 에빵님 글에서 같은 질문의 글을 읽고 혼자 재밌어하고 있네요 ^^

그럼 치매나 상실증은 아닌거네요! 얏호! ㅎㅎㅎ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읽고 싶다고 하시니 평소 얼마나 책을 좋아하시는지 알겠네요.
그래서 글도 이렇게 훌륭하신거겠죠 ^-^

사실은 요즘 책을 하도 못 봐서 그런 바램이 생긴건 비밀입니다 ㅋㅋㅋ

책을 읽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네요...^^;;
아내는 82년생 김지영 읽고 있던데...

아내분 다 읽으시면 그 책 봐보세요~ㅎ 2~3시간이면 다 읽을수 있어요.

지루하다 못해 깜빡 잠이 들었다 깨도 아직도 주인공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런 영화를 좋아하신다니
에빵님 제가 뭐하나 맞춰볼까요?

에빵님은 잠이많다. 게으르다.

어째서..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으른건 맞는데, 잠은 잘 못 자는 편입니다. 요즘 겨우 커피 끊고 조금 더 자는 편여요 ㅋㅋㅋㅋ 잠 이야기 포스팅 해야겠어요!

블라우스편을 보고...저만 그런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 거울과 실제는 다른거죠? 왜 매장 거울과 우리집 거울도 다른걸까요?
뭔가 룰이 있는걸까요? ㅎㅎ

뭔가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위에 미미님이 치매는 아닌거래요! ㅋㅋㅋㅋ 뇌에서 보정작업을 스스로 하기도 한다네요!

바쁠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책이 보고 싶지만 막상 한가해져서 책 볼 시간이 많으지면 전 딴 짓을 하더라고요. ㅋㅋ
책보다 더 재밌는 무언가를요. :)

오호! 재밌는게 무엇일까 급 궁금해졌어요! ㅎ

별 탈 없이 처참하지는 않게 지면 좋겠네요..ㅎㅎ 이승우도 홧팅..
우람한건 옷 탓일테니 다른 옷으로 바꾸세요. 거울도 약간 오목거울로 바꾸고요.
일주일만 멍 때릴 수 있다면 일년동안 안 쉬고 일 할 수도 있는데요.. ㅋㅋ 저 지금 놀러왔어요.. 와서 암것도 안 하는 중...

이승우 애캐 잘 생겨졌어요? 깜짝 놀랐어요. 이젠 완전 성인이 되었더군요. 쪼금만 더 잘 자라줬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승우 어릴때부터 응원 많이 했는데 안타까워요.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걸요! 승우도 한국팀도 앗! 자철이 오빠도 ㅋㅋ 응원합니다 ㅎㅎㅎ 놀러가셨어요? 부럽당!

다음경기에는 훌륭하게 날아줄거라 믿습니다 제시카님^^

제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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