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 서랍 속 8년 우정

in #kr6 years ago (edited)

아직 서랍장 깊숙히 들어있는 서류들 중 한장입니다. 친구가 자꾸 전화번호를 바꾸고 저를 피해 다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변호사 사무실이 있기에 받아놓은 공증 서류입니다.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습니다 ㅜ.ㅜ
꽃집하던 제 친구가 사기를 당한적이 있어 이 친구를 만나면 받으라고 푸쉬를 해서 받아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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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8년 지기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제가 첫 직장에서 같은 팀에서 8년을 같이 일했던 아주 절친이었죠.

저는 이른 나이에 사회로 나갔습니다.

그 친구와 처음 경험해 본 것들이 무수히 많아요~ 노래방, 비디오방, 술, 나이트클럽, 만화방 등등 이 모든건 그 친구와 처음 경험해 본 것들이에요~

책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제 친구는 항상 책을 가까이 하고, 만화방에도 저를 데리고 다녔고, 속독법을 배워 제가 1권 읽을때 친구는 4-5권을 읽어내는 책읽기의 유단자였어요. 그래서 저는 책을 권수대로 대여를 하고, 친구는 시간을 끈고 만화방에서 맛있는 분식도 시켜먹던 시절이 있네요~

같이 비디오방에 가면 영화 2-3편을 내리 보기도 했고, 친구가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였기에 동기들과 가끔 모여 이야기로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어요.

성격이 좋아 친구들을 잘 모았으며, 허물없이 지내는 남자친구들까지 모이면 항상 10여명이 북적북적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았어요.

너무 가깝고 같은 팀에서 일을 하다보니 다투는 적도 많았지만, 다음날에는 꼭 서로 손편지를 주고 받으며 화해를 했고,

제가 눈다래키가 낫다고 출근길에 소염제를 사갔더니, 자신도 옮으면 안된다고 같이 빈속에 약을 나눠먹고는 속이 뒤집어져 양쪽 화장실 변기 붙잡고 토하고 나서 같이 탈의실 벤치에 뻗었던 기억~

팀 동생에게 외출 간다고 둘이 나가 만두를 사들고 피카디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도 있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해결사가 되주었고, 저의 우산이 되어주었던 친구

저의 소중한 추억이며 8년동안의 사회생활 동안 있던 모든 에피소드는 그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회사가 끝나면 같이 종로, 이대, 돈암동, 명동 일대를 다니며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같은 팀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추억을 만들었어요.

친구는 저에게 모든걸 아낌없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저도 친구를 많이 따랏고, 성격이 아주 활발한 그 친구는 다른 친구가 많았음에도 저는 항상 챙겨주었어요.

회사 다니며 7년째 되던 해에 저희 팀이 해체 되며 개개인이 다른팀으로 흡수가 되었고, 1년 뒤에 친구는 퇴사를 하며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였지요.

저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며 적응을 해나갔구요.

그러는 중에도 친구가 회사 앞으로 찾아와 동기들이 모여 친목을 다졌고, 친구는 새 회사에서 급여가 높다며 새 직장의 일 얘기를 많이 해주었어요. 그 친구와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친구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겨 동거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행히 동거남도 좋은 직장의 앨리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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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친구가 더 이상 나를 만나지 않을거란걸 깨달았을때 써놓은 노랗게 바랜 A4용지 3장을 보며 적어갑니다.

2003년 1월 어느날,

동거남의 어머니가 사기를 당하고 급전이 필요한데 동거남은 모르는 일이니 비밀로 해달라며 제 카드로 카드대출을 받아달라고 했어요.

저는 카드대출을 안해봐서 잘 모른다고 하니, 친구가 직접 가입을 해주고 카드번호, 아이디와 비번으로 인터넷을 통해 아주 간단하게 천만원을 대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통장으로 들어온 돈을 친구에게 빌려주었지요.

카드대출이라 매달 카드대금이 50만원 이상씩 날아왔습니다. 저도 씀씀이가 있었기에 제 것까지 합하면 카드값 꽤 나왔었어요.

그렇게 처음 몇개월은 날자를 어기더라도 매달 돈이 입금이 되었어요.

2003년 12월부터 어기던 날자가 1주가 되고 2주가 되고 점점 지연이 되었고, 친구의 핑계가 하루하루 늘어갑니다.

12월

  • 가정에 문제가 있어 금전적으로 힘드니 기다려달라
  • 아버지가 여동생 명의로 학자금 대출을 해갔는데 그 빚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 엄마가 주택 담보 대출 받을거니 월말까지 기다리라고 함.
  • 큰 금액을 대출 받는 일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걱정말라고 함.
  • 월말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연락해보니 엄마가 대출사기를 당했다고 함.

2004년 1월

  • 아버지가 돈을 안갖다줘서 엄마가 많이 힘들다고 함.
  • 삼촌과 고모에게 부탁해놨으니 걱정말아라, 이번주안에 돈이 나올거라고 함.
  • 소식없음. 그리고 2월10일까지 갚겠다고 함.

2월

  • 돈이 없다고 함.
  • 교보생명에 들어놓은 보험만기되는 천만원이 있다 걱정 말라고 함.
  • 교보생명에 직접 확인할테니 주민번호 달라고 하니, 화를 냈다가 사실은 엄마 보험이라며 기다려달라고 함.
  • 보험을 미리 깨려고 했는데 백만원 손해니 23일 만기까지 기다려 달라고 함.
  • 전화했더니 운다. 집으로 빚독촉 전화가 여러은행에서 온다고 한다. 친구는 카드 돌려막기조차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가 된지 이미 오래였던 것이다.
  • 교보생명 보험은 여동생이 약관대출을 이미 받아서 못 받았다고 함.
  • 아버지가 개인택시를 하는데 캐피탈 자동차 담보대출을 받아주기로 약속했다고 기다리라고 함.
  • 아버지 전화번호 받음.
  • 3월 10일까지 해주기로 약속

3월

  • 결혼비용 대신 아버지가 돈을 해주기로 했다고 하기에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지방 출장을 가셨다고 함.
  • 동거인에게 모든걸 털어놓았고, 카드 4개를 받아놨다, 대출도 알아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함.
  • 그 카드로 먼저 갚고 아버지가 주는 돈으로 카드 막으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함.
  • 마침 일하던 건물에 번호사 사무실이 있어 친구를 불러 금전대차계약공인증서 받음.
  • 그리고, 친구는 동거남과도 헤어졌고, 본인은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식당에서 먹고 잔다고 하였습니다.
  • 둘째형부에게 부탁을 하여 친구의 아버지를 만나 31일까지 갚기로 약속.

굳이 이런 핑계들을 해야만 했을까.

기다렸으나, 아버지, 친구 모두 연락이 안됨. 나중에는 없는 번호로 ~

이렇게 친구를 잃었습니다.

사실, 연락도 안되자 그 친구 집에 둘째형부와 찾아갔었습니다. 헤어졌다는 동거남이 그 친구의 집에 살고 있었고,
동거남이 전혀 우리의 금전관계에 대해 모르더군요.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처음부터 모든게 거짓말이었어요. 동거남이 연락을 하자 제가 집에 있는지 모르는 친구가 지금 집에 오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둘째 형부에게 집으로그냥 돌아 가자고 하고 그 집을 나왔습니다. 그냥 그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어요. 모든 거짓말이 탄로났기에 형부를 믿고 그녀를 몰아세워 돈을 갚으라고 소리를 지를 기회였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냥 친구 얼굴을 볼 수가 없었을까~ 그 상황이 싫어서였을까~ 동거남 앞에서 망신 주는게 싫어서였을까~ 지금은 왜 내가 피했을까 참 바보 같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둘도 없던 친구가 돈 때문에 저에게 몇개월 동안 거짓말을 한 걸 알았음에도,

친구와 마주보고 싸울 용기는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그 날, 남자친구가 자초지정을 듣고 저를 위로해 주고 눈물을 흘려주었어요. 그 동안 맘 고생 많았겠다고

그 뒤로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몇몇 소식을 접하였고,

저는 그녀를 찾으려 하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꿈마다 나타나 힘들게 하였고, 매일 친구 생각에 힘들었어요.

저의 추억마다 주인공이었던 그 친구가 사실 그립습니다.

길에서 만나면 어떻하지? 결혼은 했을까? 지금 뭐하며 살까?

만나면 부둥켜 안고도 싶고, 머리끄댕이라도 잡을까도 생각도 해보고 별의별 생각때문에 꿈에 나타났나 봅니다.

그렇게 저는 8년의 추억을 그녀와 함께 묻었습니다.

하지만,

스팀잇에서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도 저런 추억이 있었는데 하면 그 속에 그 친구가 있습니다.

지난번 추억을 팔아요의 이야기도 그 친구와의 추억입니다. 20대때 온갖 종류의 다이어트는 모두 그 친구와 해봤어요.

저는 제 인생 중의 가장 즐거웠던 20대의 8년은 그 친구와의 추억으로 가득합니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추억들이 얼었던 땅을 뚫고 하나둘씩 되살아나고~

괴로운 이야기이지만, 스팀잇에 남겨봅니다.

그리고, 그 때 저를 위로해준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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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편 올립니다.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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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댓글이 많은걸 보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어흐. 너무 마음 아파요. 속이 답답해집니다. ㅠㅠ그래도 지금 남편분이 너무멋지십니다. 든든히 옆을 지켜주셨군요... 끝은 좋지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은 @edwardcha888님께 바래버린 추억으로 남았네요. 으헝 ㅠㅠ

으헝 ㅜㅜ
옛 서류를 들춰보고 제가 쓴 3페이지의 종이를 보니 진짜 감정이 복받쳤어요~
바래버린 추억도 마음에 드네요~~ 돈과 친구와 바꾼게 흠이지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ㅠㅠ 슬프고도 마음아픈 추억이네요..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통수를 맞으면 그 실망감과 함께 배신감이 더욱 많이 듭니다. 부디 아픈 상황 이겨나가기 바랍니다.

십년도 더 된 이야기라 아픈 상황 이겨냈어요^^
오랜만에 꺼내어본 서류들을 보니 씁쓸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꺼내어 놓으니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니 신기한 일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돈 잃고 친구잃고 안타갑네요 ㅠㅠㅠ

절대로 돈도 친구도 잃어서는 안된다고 봐요~~ 상처와 후회만이 남을 뿐~
무엇이든 지켜야죠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너무 속상하셨겠어요... 돈보다 친구를 잃은 슬픔이 더 컸을 것 같네요~ 그래도 옆을 지켜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얼마나 속상하면. 자다가도 꿈에서 깨어나 울기도 했을까~~ 지금은 뭐 그냥 좋은 추억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렇게 적으며 또 얼마나 기억이 나셨을까...
무덤덤 하게 적기에는 아픔이 가시지 않죠.
작지만 유사한 경험이 있기에
공감하고 먼지 보팅이나마 눌러 놓습니다. ㅠ

맞아요. 적으며 다시 떠올리는 기억때문에 조금 아팟어요 ^^
그래도, 그 모든게 제 추억이기에 다시 떠올려 작은것 하나 마져도 다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네요~
나이가 들어서인가요 ㅋㅋ
감사합니다~~
저도 먼지 보팅 눌르러 갈지도 모릅니다 ^^

친한 친구에게 그런일을 당하셨으니.. .맘이 많이 안좋으셨겠어요.
저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다 했을땐
그냥 줄수 있을정도의 금액만,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줘요.
마음은 그렇지만 실제로 그럴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ㅠ
앞으로는 웃을 수 있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주라는데, 그런 돈은 큰 돈이 될 수가 없으니~~
서로서로 힘들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 하겠죠~~
앞으로는 웃을 수 있는 일만 생기겠죠 ^^
감사힙니다.

돈보다 사람이 마음아프죠
저도 그런겸험이 있다는 ㅠ

우리모두 비슷하고, 아픈 기억이 하나씩은 있네요~
서로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네요~
모두 이겨내야죠~ 아자아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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