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리뷰 1

in #kr5 years ago (edited)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리뷰 1
시몬드 보부아르의 "타자에서 실존으로"

이번 한해동안 자신과 약속(?)의 일환으로 한 주에 한 권 이상의 책을 페북, 블로그, 스팀잇에 꾸준히 리뷰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목적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 위해서!! 가 아니구요.

칼럼을 쓰고 독자분들과 소통하는게 되게 행복한데 솔직히 제가 모르는게 너무 많더라구요. 더 넓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책 리뷰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혼자 읽고 정리하는 것과 아카이브, 그리고 '이만큼 꾸준히 읽고 리뷰했었네'하는 스스로의 소소한 보상감. 이 세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쓰기로 했어요.

솔직히 칼럼쓰면서 좋아요랑 공유횟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책 리뷰 만큼은 그런거 안보고 써보려고 해요. 사람들마다 관심분야가 다르고, (주로 사회학, 철학등 인문학책들을 읽고 쓸텐데) sns라는게 길고 복잡한 글 읽으려고 들어오는 곳은 아니니까요.

아무튼 오늘부터 며칠 동안 정리해볼 책은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8명의 현대 인문학자들의 대표적인 이론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여성학) 비전공자들이 이론을 접하기 좋은 책이에요.

오늘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실존주의적 페미니즘을 정리합니다.

1 . 섹스와 젠더

시몬 드 보부아르는 우리가 다 제목은 들어본 <제2의 성>의 저자입니다. <제2의 성>은 sex와 gender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책으로 자주 인용 되는데요. 그게 무슨 차이냐면요. 섹스는 '생물학적 성' 이라면 젠더는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섹스는 '성별', 젠더는 '성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령 "영희는 97년생 여자다"는 정보에서 여자는 sex의 뜻인거죠. 근데 영희가 장난끼도 심하고 털털하고 말대꾸를 잘해서 어른들이 말해요. "여자가 조신하지 않게 왜 저러냐" 이 말에서 여자는 gender(사회가 부여한 성별)인거죠.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생물학적 성별)이 곧 조신하도록 태어나는 것(사회가 부여한 성별)은 아니에요. 그래서 보부아르는 말합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2 . 절대적 타자와 적대성

보부아르가 사용하는 '타자', '절대 타자',
'초월'등의 단어는 신학에서 쓰이는 단어랑은 전혀 다른 뜻이에요.

보부아르는 여성은 사회에 의해 '절대적 타자'가 되었고, 이제 여성은 절대적 타자가 아니라 실존주의적 인간이 되어야한다고 말해요. 무슨 말인지 하나씩 들어봅시다.

'타자'란 '동일시 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개념이에요. 나와 함께 '우리'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이런 관계는 항상 있어 왔어요. 가령 백인 인종주의자들에게는 흑인,황인이 타자예요. 나치에겐 유대인들이 타자예요. 부르주아에게는 프롤레타리아가 타자죠.

'우리'와 '타자'와의 관계는 항상 적대적이에요. 타자가 우리한테 위험하고 적대적이어야 우리는 그들을 타자로 규정할 수 있고, 반대로 우리는 그들을 타자로 내세우는 '주체'가 되어요. 반대로 타자 집단 역시 우리를 타자로 규정하죠. 이런점에서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는 상대성을 가질 뿐만아니라,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주체라는 점에서 '상호성'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타자의 관계지만, 서로가 주체성을 가지는 상호성을 띄고 있지 않아요. 남성은 여성과의 구분없이도 주체로 규정될 수 있지만, 여성은 남성에 의해 타자로 구분될 뿐,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 이유를 보부아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남성man이라는 단어는 인간이라는 단어와 동일어를 이루고 있으며 남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표하지만, 여성은 인간을 대표하는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 대하여 여성이라는 점에서 결함으로 규정된다고요. 가령 신문기사에서 사고를 내거나 당한 사람을 표시할때 남자일 경우에는 성별표시 없이 그냥 직업이나 어떤 사람이라고만 나오지만(주체적 대표성을 띔), 여성일 경우에는 여성의 성별을 굳이 기록하죠. 여성이 인간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불완전하다는 인식이 있는거죠.

상대적 타자들은 주체와 맞선다는 점에서 자신을 주체화하고 상대를 타자화 합니다. 프롤레타리아는 자본가와 맞서고, 흑인은 백인과 맞서서 저항해요. 하지만 여성은 역사적으로 남성에 종속되어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보부아르는 여성은 '절대적 타자'였다고 얘기합니다.

3 . 만들어진 여성

하지만 여성이 원래 '절대적 타자'로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사회가 고정한 역할에 불과해요. 보부아르는 여성의 역할을 여성의 불변적 속성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디스합니다. 그중에는 프로이트와 엥겔스가 있어요.

프로이트는 리비도 발달이론에 따라 여성이 불완전하다고 합니다. 어린아이는 구순기, 항문기를 지나 남근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성적 정체성을 갖지만, 여성은 남근이 없어서 남자아이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고 말했죠. 하지만 보부아르는 여성의 열등감은 남근의 부재에 따른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남근에 권위를 부여하는 사회문화에 의한 것이라고 해요. 즉 페니스의 부재가 열등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남성위주 사회에 대한 예비지식의 결과인 거죠.

엥겔스는 여성이 종속적으로 되는 것은 청동기 이후 경제적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토지와 노예의 소유자가 된 남성이 노동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여성을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사적 소유를 철폐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평등하게 생산노동에 참여하게 돼 종속적 지위에서 해방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 종속은 문명 발전과 딱히 필연적인 것이 아니에요.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사실 자신이 얻은 재산과 자기를 동일시 하려는 태도의 결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의식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청동기 발견이 여성의 종속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죠.

여성의 종속성은 발달과정이나, 경제적 역사등의 필연적 발생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산물이라고 봅니다.

남자아이는 독립적으로 행동받아야 우월하다고 찬사받는 것에 비해 수동성을 교육 받는 유년기, 관습과 전통등으로 수동성을 강화하는 사춘기, 결혼을 통해서야 사회적 지위가 확보되는 젊은 처녀, 권리가 없이 의무만 강요되는 결혼의 단계를 걸치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요약하자면 이렇겠네요. "여성성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4 . 실존주의적 극복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의 종속적 역할은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야해요. 자연적으로 결정된 필연적 현상으로 본다면 여성해방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받아들여 실존주의적 여성주의를 이야기합니다.

실존주의는 사르트르가 했던 "실존은 본질보다 우선한다"라는 말로 요약되는데요.

여성해방이란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여성의 본질을 넘어서 여성 역시 자유로운 실존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여성이 실존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 보부아르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한다고 해요. 이를 위해서는 여성성으로 부여된 '모성', '가정적 여성'을 필수적 의무가 아니라 선택적 사항으로 보아야한다고 해요.

임신, 육아, 출산, 육아는 여성을 몸이라는 영역에 가두어 여성이 현실의 삶(실존)으로 살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점에서 여성의 '자유로운 모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한다고 해요. 낙태와 피임이 합법화 돼야한다는 말이죠.

이것은 임신과 출산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부아르가 강조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선택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죠.

그리고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양육되고 교육받아야 합니다. 남자아이에게는 독립성과 우월감을 강조하고, 여자아이에게는 수동성과 열등감을 가르친다면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5 . 결론

보부아르는 섹스와 젠더를 구분해 젠더를 해체하려 시도했지만, 섹스(지정성별)를 해체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점에서 섹스를 해체하려했던 주디스 버틀러랑 차이점이 있네요.

하지만 보부아르가 섹스(지정성별)를 긍정했다고 해서 이성애 중심적이었던건 아니에요. 동성애도 인정했거든요. 그녀는 성별이란 생식의 목적이란 차원에서 등장한 구별방식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단성생식, 무성생식이 가능한 사회 역시 가능하지 않겠냐고 묻기도 했어요.

보부아르의 여성해방의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과의 관계는 여성과 남성이 종속적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 권리와 의무의 관계(객체)가 아닌, 주체와 주체로의 관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해요.

여성이 사회로부터 고정받은 역할에서 실존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때, 비로소 주체와 주체의 관계가 가능하다. 이런 얘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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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나와있을까 찾아봤더니 없군요 ㅠㅠ 나중에 책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리스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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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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