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몬스터 콜'을 보고서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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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몬스터 콜’을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보셨으면 하는 영화인데요. 글을 쓰다보니 영화 스포가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스포가 불편하신 분들은 예고편으로만 한 번 보시고, 스포가 괜찮다는 분들을 그냥 글을 쭉 읽어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보셨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예고편 영상]

영화 ‘몬스터 콜’

[스포 1/3 수준]

영화는 주인공의 악몽으로 시작한다. 묵직한 분위기에 주인공의 두려운 마음이 짧지만 강하게 전달되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앞으로 이 묵직함에 대해서 다뤄나가겠다고 알린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아있다. 영화 색감도 전체적으로 밝지 않다. 주인공의 집, 주인공의 방, 옷, 마을, 집 밖으로 보이는 들판, 언덕, 그리고 큰 나무 모두 어두운 톤이다. 그러나 불쾌한 기분을 주진 않는다.

악몽을 자주 꾸는 주인공은 어느날, 자신의 방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멀리서 쿵. 쿵. 하며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펜들이 떨어지고, 집이 흔들린다. 창문 밖 멀리서 보이는 것은. 나무다. 나무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땅속에 박힌 뿌리를 뽑아내며 달리를 보이고, 팔, 몸통,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나무가 주인공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나무 몬스터와 마주하고, 나무 몬스터는 주인공에세 앞으로 너에게 세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고,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해주어야한다 고 말한다.

몬스터의 등장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판타지 영화처럼 화려하고 신비하게 등장하기도 하지만, 다소 묵직하면서, 두려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함께 불러 일으킨다. 이 몬스터의 등장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영화에서 '몬스터'는 핵심적인 상징으로써 차용되는데 그 상징하는 바를 그대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스포 2/3 수준]

영화에서 '몬스터'는 일종에, 삶의 고통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그 고통을 수용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키를 상징한다. 그런 존재가 내게 있어서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지만, 신비스럽게도 이 고통을 잠식시킬 해결책을 가진 일말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등장은 무섭지만, 그 이면의 기대감을 전달한다.

주인공의 핵심적인 두려움에는 아픈 엄마가 자리 잡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안함이 늘 마음속에 맴돈다. 엄마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나무 몬스터가 엄마를 낫게 해줄 것을 기대한다. 나무 몬스터가 들려준 세가지 이야기들 속에서 몬스터는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던 존재였기에 기대감이 있었고, 엄마의 병을 낫게하는 여러가지 약처방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의사가 제안했던 약이 ‘주목나무’, 즉 몬스터로 변신하는 그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약이었다.



주의 [스포 3/3 수준 결말포함]

그러나, 약은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나무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나무를 때리며 왜 거짓말 했냐고 엄마 낫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냐 고 한다. 그러나 나무 몬스터는 엄마가 아니라, 너를 낫게 해주러 온거였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말한다. 네 번째 너의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라고. 주인공의 네 번째 이야기는 영화 초반에 나왔던 주인공의 악몽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거세게 반항한다.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그걸 어떻게 이야기 하냐고한다.

주인공의 악몽은 꿈속에서, 주인공이 절벽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에 엄마의 손을 잡고 계속 악착같이 버티다가 엄마의 손을 놓을까봐 두려워하는 꿈이다. 나무 몬스터는 이 악몽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라는 것이다. 이 악몽속에서 네 진실을,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계속 버틴다. 어떻게 그말을 하나, 그 말을 하게 되면 죽게 될 것 같고, 큰일이 날 것 같고, 너무나 두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무 몬스터는 그래도 진실을 이야기 해보라며 강하게 주인공을 밀어 붙이고, 끝끝내 주인공은 이야기를 한다.
이제 끝내고 싶다고 즉,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엄마 앞에서 조마조마하고,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고 싶다고, 엄마가 이제 가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주인공의 진실이었고, 악몽이었으며,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그리고 악몽의 이야기는 결국 자신의 절벽에서 엄마의 손을 놓는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삶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엄마가 계속 오랫동안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지만, 현실은 주인공의 기대를 무자비하게 꺾어버리고, 학교에서는 아픈 엄마를 놀리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동시에 그런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이 복잡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주인공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며 진실을 고백하고 나서, 주인공은 절벽아래로 떨어진다. 어둡고 깊은 절벽아래로 천천히 떨어지지만, 이내 곧 몬스터의 손으로 주인공은 절벽에서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굉장히 좋았다. 이 한 씬이 영화의 핵심을 간파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고통이 이 장면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고통은 피하고 싶다. 마주할 때 이 깊고 어두운 절벽아래로 낙하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한다. 고통을 직면할 때면, 마치 내가 없어져 버릴 것 같고 큰 일을 생길 것 같다. 실제 그 고통을 꺼내는 순간 까지도 절벽으로 낙하하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내 삶에서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쳐다볼 때, 고통은 더 이상의 고통이 아니다. 고통을 온전히 수용하면서, 내 삶의 일부가 되고, 아픔을 넘어 내 삶을 다시 찾고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주제를 가지고 신파적이지 않고, 세련된 방식으로 묵직하게 전달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몬스터 콜을 두고 “힐링 시네마랑 이런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힐링은 단순히 감동을 받고, 안 좋았던 기분이 좋아지고 하는 차원의 힐링이 아니다.
고통을 무시한 힐링 아닌, 고통을 마주 하고 내 삶의 일부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차원이 힐링이다.
그리고 난 힐링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2017년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약 1시간 뒤에 바로 작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다소 뒤죽박죽이고, 매끄럽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영화라서 보고난 뒤의 소감을 바로 담고 싶었네요.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몬스터 콜 영화는 심리학적으로도 하나하나 뜯어보기에 의미있는 영화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은데, 심리학적으로도 포스팅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혹시 몬스터 콜 재밌게 보신 분 있다면, 댓글로라도 소감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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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제목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추천하시는 영화니 꼭 보고 싶네요. :)

스포 부분은 건너뛰어서 본문 전체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추천하시는 영화라니 적어뒀다가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 이 본문을 다시 보겠습니다 ^-^

오홍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입니다 ㅎㅎ
중간의 스포부분은 건너 뛰었습니다 보고 난뒤에 읽어보게 될듯 하네요
심리학적으로 뜯어 본다고 하시니 조만간 2차 후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집 앞에 영화관이 있는데, 거기서는 상영하질 않네요...

정말... 저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더군요.
괜찮은 영화인데, 아쉽습니다.
다른 것으로도 꼭 보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몬스터콜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던데! 드미님의 추천 글을 읽으니 더더욱 보고싶어집니다 ㅎㅎ 이번 주말에 아이캔스피크하고 몬스터콜 이 두 영화를 꼭 보겠어요!

하마터면 스포 당할뻔 ㅎㅎ 제 스타일의 영화가 될거 같네요

이런 영환 봐줘야....궁금함을 억누르며 뒷부분은 아니보았습니다.ㅎ

앗!! 타타님 ㅋㅋ 감사합니다.
기회 되시면, 꼭 저 영화 보시길 추천드려요 ㅎㅎ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ㅎㅎ

저도 스포가 두려워 밑으 쭉 내렸습니다 ㅋㅋㅋㅋㅋ 주말에 보러가야겠어요 :)

저 스포 완전 좋아하는데 ㅋㅋ 이렇게 친절히 다 올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드미님의 글에서 부터 감동이 전해져 오네요. 2년전 저도 생각나고요... 아름다운 힐링영화일것 같네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앗!!! ㅋㅋ 스포를 좋아하시는 군요! ㅋㅋㅋ
스포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ㅎㅎ
해피님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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