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시인 타고르의 후회 - Rabindranath Tagore's regret

in #kr7 years ago (edited)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인도의 시인이었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어느 날 아침 몹시 화가 났습니다. 집안일을 하는 하인이 그날따라 연락도 없이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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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이 세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타고르는 하인을 해고해야 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지도, 그에게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 걸까 걱정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시인이라서,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던 탓에 집안일이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화부터 치밀어 그랬던걸까요?
'가족도, 친구도 아니고 일개 하인주제에, 나한테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주제에, 내가 자르면 그만이지, 내가 갑 이고 니가 을 이란걸 똑똑히 보여주지!' 라는 생각에 그랬던걸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느끼셨을 것 같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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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의 머릿속엔 온통,

하인이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가 걱정된다

라는 이타적인 자아 가 아니라

그러므로 그를 해고해버리겠다

라는 이기적인 자아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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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 되어서야, 화가 나 있는 타고르 앞에 나타난 하인. 그런데 하인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듯, 아무 말도 없이, 죄송하다는 기본적인 인사조차 없이 빗자루를 들고 조용히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어이없게 지켜보던 타고르는 결국 냅다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당장 그만두고 이 집에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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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하인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비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더 약이 오른 타고르는 빗자루를 뺏어서 집어 던지며 다시 한번 소리쳤습니다.

"내 말 안들리나! 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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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하인은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집어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 저녁 딸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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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타고르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섬세한 감성과 이기적인 자아의 소유자로서,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품고 있기로 한건 타고르 본인의 자유였겠지만,
한번쯤은, 냉기가 흐르는 말투로라도, 단지 더 당당히 화를 내기 위해 한번 짚고 가는 계산적인 이유로라도,
"평소답지 않게 많이 늦었군. 무슨 일이 있었는가?"
라고 물어봐주었다면 어땠을까요.

타고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섣불리 화를 터뜨린 것을 몹시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타고르는 이 일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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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건, 속으로만 생각하건,
그 상대가 가까운 사람이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든,
사정을 알기전에 섣불리 남을 판단하거나, 탓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번쯤은 자신이 당한 경험으로 힘겹게 배웠을 테지요.
그런데도,
막상 "입장바꿔 생각해봐주기" 를 실행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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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화를 읽으면서,

내 생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기적인 자아는 가끔 음소거 해두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읽는
이타적인 자아의 볼륨을 크게 키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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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와~ 간만에 따뜻해지고 먹먹해지는 좋은 글이였습니다. 업봇 꾸~욱! @daystar님 감사합니다~^^

그러셨다니 기분좋으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댓글업봇 꾹! :)

좋은 글이네요 ㅎㅎ 업봇하고 갑니다

감사해요~ 저도업봇! :)

와 가슴에 팍팍 와닿내여 내용이

그리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지사지라는 것이 옳은 태도라는 건 알지만 참 일상에서 그러한 감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순간적인 화와 분노가 온몸을 감싸게 내버려두곤 하죠.
저 개인적으론 멘탈이 약해질 수록 더 그렇게 되버린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그렇죠, 알면서도 적용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감상평 감사해요:)

요즘같은 시대상황에 어울린다고도 보여집니다. 내입장만 생각하고 나를 기준으로 생각했던 모습들이 떠오르네요. 상대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으면서 말이죠. 또는 그 사람이 어떤생각을 할지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한번쯤 상대의 기분도 생각해야겠죠

네, 말처럼 쉽지않은 일이지만 말이죠^^;

주관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어찌보면 인간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상대에 대한 배려로 입장을 헤아린다면
좀더 성숙한 사회가 되지 않을지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음.. 인간의 속성 자체에 좋고 나쁨이 있지요.
그 속성으로 자신이나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것이 유감스러운 일이고요^^;;
읽어주시고 평론주셔서 감사해요 :)

이런
평론까지는 아니었는데...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드립니다.

정말 좋은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리 쉽게 내릴 수 없음은 타고르의 예를 보아도 그렇지만 항상 모두가 조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는 자신만의 알량한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는 일이 너무나 잦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스팀잇에서는 그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나눠주심에

그렇죠, 더욱 조심해야 할 공간인 것 같습니다.
잘 읽어주시고 좋은평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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