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가 박제되는 곳, 우리는 아량이 필요하다.

in #kr6 years ago (edited)

우리는 모두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한다. 실체보다 가면을 쓴 이 공간에서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이고 싶고 쿨한 사람이고 싶고 실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다 자칫 실수를 하면, 현실의 내 앞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님에도 개망신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신의 실수를 지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스팀잇이라는 곳에서는 버튼을 누른 순간 그 모든 역사는 이미 지울 수 없는 박제가 되어 영원이 남게 된다.

나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그럴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옛날 아마 내가 스팀잇을 잠시 떠났을 때는 그런 게 너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잊힐 권리가 이슈가 되는 시대에 흑역사 영구박제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게 블록체인이다. 우리의 주관적 감정과는 관계없이 모든 것을 기록한다. “찾으면 다 나와.”라는 말처럼, 찾아보면 다 나온다. 그런 걸 생각하면 실수를 하게 될 까봐 글 하나도 잔뜩 움츠러들어서 글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요즘도 매일 글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실수를 하는 게 나만이 아니며, 또한 그런 실수를 일일이 뒤져볼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TV에 매일 나오는 인물들의 흑역사를 잘 안다. 그렇다고 그들이 인생 조졌냐면,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간다. (물론 여전히 욕을 먹지만.)

어찌 보면 뻔뻔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한번 무언가를 기억하면 영원히 그걸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 다행이다. 그건 착각이다. 명백한 자의식 과잉이다. 사람들은 남들에 대해 별 관심 없다. 욕하는 것도 한 순간이다. 그저 그 사람의 하루 24시간 86,400 초 중에서 한 5초 정도 욕하고 말끔히 잊을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몇 자의 닉네임, 혹은 거기에 대한 프로필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우리의 존재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먼지들이다.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한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몇 초 정도만 욕을 하고 잊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우리가 실수를 하는 것처럼, 오늘도 점잖고 안 그럴 것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하고, 글을 지우고, 다시 지운 글을 되살려서 반박을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식은 단계가 필요하며, 우리는 매번 잘못된 인식을 수정해가며 완벽에 다가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음은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 가진 서글픔이다.)

자신의 실수에 부끄러워할지언정 그걸로 너무 고통 받지 말자. 마찬가지로 타인의 흑역사에 대해 잠시 비웃음이 나올지언정 그것을 영원히 기억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실수하는 존재이며, 또한 언제든 서로를 용서하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곳은 그렇게 하라고 있는 장소가 아닌가. 모든 것이 기록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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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kfn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름냥이 하이~~

그러고보니 여름이 주인 키키님이요새 활동이 뜸하신듯..

Cheer Up! 댓글이 많은걸 보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스팀잇을 시작하고 며칠 뒤에 악몽을 꿨어요. 친구 하나가 저의 사생활, 가족이야기, 여러가지 사진들을 낱낱이 스팀잇에 올려놓고 나중에 삭제가 안된다고 얘기하는 꿈을. 그 뒤로는 제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팔로워분들이 제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자 저의 진심도, 저의 민낯도 자꾸만 꺼내게 되더라구요. 설령 흑역사를 만들어냈다한들, 리스팀만 반복되지 않으면 감당할 조금의 배짱은 생긴 것 같은 기분? 참고로 오늘 자신의 지난 흑역사를 스스로 공개한 용자가 있어서 링크합니다ㅎㅎㅎ
https://steemit.com/kr-darkhistory/@cagecorn/4vb387-kr

명곡인데 어째서 흑역사죠?
;;

스프링님ㅋㅋㅋㅋㅋㅋ 멋있으세요! 케이지님을 향한 사랑이 한가득 담긴 댓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2 ㅋ

축하합니다2 ㅋ

ㅎㅎ

ㅎㅎㅎㅎㅎ

궁금궁금..

너무 공감하네요
가끔 스팀잇에서 내가 쓴글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적이 있었어요 ^^
그래서 저도가끔 가면을 쓰고 있는 기분이예요 ^^
좋은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워낙 생성되는 정보가 많아서 잊히고 싶지 않아도 잊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ㅎ

아 그렇군요 ^ ^ 스팀잇을 하면서 좋은분들많이 만나뵈서 좋은거 같아요
즐거운 밤 되세요 ~~~

가즈앗!!! 다크를 국회로 만세!!! ㅋ

안갑니드앗!!!

가즈앗!!! 공주 내려갑니다~!! ㅋ

세종시겠지요. ㅎㅎ

세종으로 가즈앗!!

세종 밋업?

국회가 내려온다는 뜻인듯...;;;

와 저 두분다 세종가신다는걸로 이해함

너무 움츠러들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적으니까요
@홍보해

홍보 감사합니다 ^^
설령 타인에 관심이 있더라도 그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ㅎㅎ

누구든 실수하며 살아가는 거죠 뭐^^~
욕도 하지 말고 배려하는 '아량'을 가져 볼까요 ~~
평안한 밤 되셔요 ~~~

근데 저는 다혈질이라 잠시 욕을 하기도 합니다. ㅎㅎ
좋은 주말 되시길~

움츠러 들 필요 없다에 풋처핸접!
@홍보해

세상은 좀 뻔뻔한 사람들이 좀 더 성공하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민폐를 끼치면 안되니 배려도 필요하지만요.

안그래도 박제되는 것이 무서워서 가입해두고 한동안 글 안썻다가
오늘 자기소개 했는데 이런글을 딱 올려주시니 너무 공감 되네요 ^^

수천개 글을 써서 흑역사도 몇개 박제 당했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처럼 "별일없이" 살고 있습니다.
찾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참 리스팀 좀 해갈께용^^

넵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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