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으로 먹고 산다는 것

in #kr6 years ago (edited)

아까 올린 글은 꿈을 좇는다는 것에 대한 글을 쓰려다 보니 워낙 복잡한 사회 현상과 인생철학이 꼬이면서 글이 좀 산만해진 느낌이다. 괜히 돌려 말하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볼까 한다.

창작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꽤나 고달픈 일이다. 이유는 되게 간단하다. 다른 직업은 빠르면 몇 개월, 혹은 몇 년 공부하면 다 돈벌이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창작은 오랜 수업을 필요로 한다.

간혹 젊은 천재가 나와서 떼돈을 긁어모으는 사례도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착각이다. 그런 사람은 그야말로 로또 당첨 수준으로 희박한 사례다. 이 분야는 정말 오랜 공부가 필요하며, 심지어 교과서도 없고 누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라서 일일이 곡괭이를 들고 암석을 하나하나 깨면서 길을 찾아야만 하는 고달픈 일이다. 더 절망적인 사실도 있다. 그렇게 한참 깨고 나아가봐야 목표점에 도달한다는 보증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들을 한다. 맞다. 배고픈 직업이다. 집에 돈이 좀 있으면 모를까, 돈도 없는 사람이 그런 길을 가려면 배고픔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가 서른, 마흔이 다 되도록 사람 구실 못한다고 구박을 받고 매번 얼마 안 되는 공과금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며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길 때마다 돈 몇 만 원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우울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여줄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런 좌절감 속에서, 내가 이 짓을 왜하고 있나 하는 소리를 백 만 번 쯤 해 가면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 백 권 정도의 분량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만 장 정도의 습작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십만 번 정도를 부르면 누구라도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운이 좋으면 몇 년 만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분포 상 복권 당첨에 해당될 정도로 희박하고, 대부분은 10년, 늦으면 20년까지도 걸린다는 말이다.

이건 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허들이다. 당장 돈이 없는데 그런 생활을 10년 20년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할 거다. 대부분은 여기서 나가떨어진다. 그런 미래를 감당하느니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천형(天刑)이라 했던가. 포기하는 사람보다는 포기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구질구질하게 꿈을 붙잡고 늘어지며 나이를 먹어간다. 그 결과 보통 10년 정도 하면, 아무리 늦어도 20년 정도면 대개는 꿈을 이룬다.

가장 문제는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들이다. 꿈은 있는데, 노력은 안 한다. 그러면서 결단도 못 내린다. 먹고는 살아야겠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기는 싫다. 그런데 노력은 안 한다. 이런 완벽한 3박자를 갖춘 사람이 바로 인생 낙오자가 된다.

모두 충족시킬 필요는 없다. 마지막만 빼면 된다. 꿈을 가지고 노력을 하면 결국 이룰 수 있다. 너무나 명백하고 단순한 사실이다. 이건 다 입증이 되어 있다. 다만 그 분량이 길다. 위에서 말했듯, 습작 백권, 만장, 십만곡을 채우고도 꿈을 이루지 못할 확률은 시작하자마자 성공할 확률 정도로 희박하다.

때문에 시작부터 대박치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운의 소유자는, 오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정도의 운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은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대개는 다 꿈을 이루게 된다. 다만 그 10년 동안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을 포기한 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감옥 같은 생활을 감수할 열정과 인내심이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보통 꿈을 좇는 사람들의 문제가 뭐냐면, 그 꿈을 이루는 시간을 단기간으로 잡는다는 거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에 나와서 30살이 되기 전에, 마치 젊은 나이에 대박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줄 안다는 것이다.

현실은 좀 더 단순하다. 창작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보통 30세 이상이다.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들은 40세 이상이다. 50세, 심지어 60세도 흔하다. 그 나이가 되도록 주위의 시선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공부한 양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한다면 공무원 시험도 합격하고 고시도 합격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런 모든 안정과 편안함을 포기하고 꿈을 위해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성급해하지 말자. 너무 부담 갖지도 말자. 진짜 좋아하는 것이고 꿈이 있다면 당장 힘들어서 쉰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또 걷게 된다. 그리고 걷는 것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도달하게 된다. 그게 30살 40살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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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는 비교적 운이 좋게 저의 진로를 일찍 정할 수 있었고 그 길을 후회없이 쭉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전 이 사실이 제 가장 큰 재능이자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정할 수 있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는 정말 천운에 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살짝 주제넘는 것 같지만 습작 백권 이후에 꿈을 이루지 못할 확률은 시작하자마자 성공할 확률로 희박하다는 말씀에 힘을 실어드리고 싶어 제 보물 사진 한 장 놓고 가겠습니다.

물론 제가 꿈은 성공했지만 '그 중에서도' 성공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요 ㅋㅋㅋ

데뷔하면 다시 시작이죠.
ㅎㅎ
대박작가 되어야죠.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열심히 하는분들 모두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길 바랍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읽은 다크핑거님의 글마다 진한 희망이 물씬 느껴지는군요. 가장 문제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 내심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셔서 안도했네요.

ㅎㅎ 희망인가요? 30세 40세라는 말에 절망하실 분들이 더 많을 줄 알았습니다.

아..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

"보통 꿈을 좇는 사람들의 문제가 뭐냐면, 그 꿈을 이루는 시간을 단기간으로 잡는다는 거다. " 평소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 다이어트같이 단순한 목표도 한달안에 감량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죠.

온라인 게임도 만렙 달려면 몇달은 걸리는데 말이죠.

오늘도 하나 배우고가네요ㅎㅎ
꿈과 노력만 있음 언젠가 도달한다! 그걸 입증해서 10년후든 언제든 스팀잇에 글 남겨보고싶네요ㅋㅋ

네. 응원하겠습니다 ^^

저도 ㅋㅋ 스티밋으로 어떻게좀 벌어볼려고 하루에도 몇시간 컴터에 앉아있는데 하.. 뭘써야될까? 고민만하다가 결국 티비보고있는저를 발견하고합니다.

창작의 고통에 부담감에 ㅋㅋ 어려움이 더해지니 막어려워지는데
가끔은 내려놓을때도.. 가끔은 진지할때도 있어야하는것같고 그냥 술먹고 쓰는게 젤좋을것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최악의 방법을...;;;

보~자.. 어익후 아직 문학과 명상편에 글이 페이지 반쪽도 채우지 못했네요.. 슬금허허 즐겁게 가려합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멈추지만 않으면 됩니다 ^^

공감합니다! 저도 40대에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 직장 때려친 1인이라..이제 습작 백권만 채우면 되네요..아직 좀 모자라네요..^^;;; 배고프지만 스팀잇이 있어서 훨씬 버티기 수월해졌습니다~!^^

과감하시네요. ㅎㅎ
응원하겠습니다.
스팀잇이 믿음직한 의지가 되길~

아니 이건 제 이야긴가요ㅜㅜ 진짜 눈물없인 읽을 수 없는 글이군요. 저도 글로 돈 번지는 1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성공을 못했어요. 돌이켜보니 성공하기 직전에 멈춘 적이 많았더라고요. 반응이 확 오던 연재 소설을 쓰다가 질렸다는 이유로 연재 중단해버렸다거나, 좋은 출판사에서 온 컨택을 슬럼프 핑계로 거절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번엔 정말로 멈추지 않고 계속 가봐야겠어요. 오늘도 깨달음을 주시는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스팀잇과 소설 쓰기를 병행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정말로요.

저도 마감을 어기지 않기로 다짐하곤 했어요, 정말로요. ㅎㅎㅎㅎㅎ

으앗ㅋㅋㅋㅋㅋ저는 진짜로 한 다짐이에요! 무조건 지킬 거라고요! 그렇다고 작가님께서 또 마감을 어기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저어엉말로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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