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던 청각을 되찾다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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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쯤이었다.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멍멍한 것이 꼭 귀에 물이 찬 것 같았고, 아무리 귀를 후벼파도 아프기만 할 뿐 나아지지 않았다. 너무 후벼파서 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전화기를 귀에 대면, 한쪽으론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른 쪽 귀로는 꽤 잘 들렸다. 상대방은 분명 평소 목소리로 말하는데, 안 들리는 쪽에선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렸다. 거의 한쪽 귀로만 살아가는 중이었다. 짝귀가 된 것이다.


두려움을 느꼈다. 이대로 영영 청각을 잃는 것은 아닌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가 찾아왔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애써 무시했다.


점점 악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아지지도 않았다. 병원을 가야했지만, 몸에 무언가가 들어간다는 거부감, 그리고 혹시나 이상한 소리를 들을까 하여 (청력을 잃으셨습니다. 한쪽 귀로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두둥!) 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이비인후과에 갔다. 증상을 설명했다. 의사는 내 귀에 얇은 펜 모양으로 생긴 무언가를 꼽더니 내 귓속을 들여다 봤다. 쯧쯧 하며 혀를 찼다. 그러고는 잠깐만 참으라고 했다.


작은 진공청소기 같은 것이 내 귓속에 들어가 안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심각하게 아프면서 동시에 아찔하게 시원했다. 쾌감과 고통이 8대 2 정도로, 아팠지만 쾌감이 월등했다. 귀가 뚫리며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수준이었다. 3분 동안의 처치 시간과 그 후까지 날아갈듯 한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귓밥이 쌓였다고 했다. 내가 그동안 면봉으로 귓밥을 파낸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눌러서 쌓아왔다고 했다. 그것이 꽉 막혀버려 혼자선 뚫을 수 없게 된 것이라 했다. 허탈할 정도로 간단한 처치였지만, 뚫린 후의 효과가 탁월했다. 거의 새로 귀를 하나 장착한 느낌이었다.


실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이명현상도 사라졌고, 예전의 속삭임이 마이크 확성기 소리로 들렸다. 청력을 잃은 줄만 알았는데, 내 청력은 정상이었고 아주 건강한 것이었다. 샤워를 하는 물줄기 소리에 귀가 따갑기까지 했다.

그 후로 행복했다. 그렇게 나는 청력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괜한 고민으로 시간을 끌었네요, 혼자 귓밥 파지 마세요. 불편하면 얼른 병원에 가세요. 여기서 끝!” 하며 마쳤으면 좋겠는데... 어째서인지 이상한 일이 생겼다.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한밤중 아무도 없는 원룸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섭고 기이했다. 얼핏 들으면 귀뚜라미의 부스럭거림 같았으나, 소곤소곤 말소리에 가깝게 들렸다. 집중해서 들으려면 사라져버려 해독하기 어려웠다.


끈기를 갖고 계속해서 들었다. 며칠간 고민했더니 비로소 소리의 정체가 파악됐다. "이더리움 팔아" 라는 소리였다. 나는 그것이 계시라고 믿었다. 코인의 신이 내게 준 힌트라고 믿었다. 그렇게 나는 갖고 있던 이더리움을 팔았다. 구입가와 별 차이도 없는 어중간한 가격에 전량 매도했다. 그 후 2백만원 넘게 치솟는 걸 보면서 없던 복통이 생겼다. 배가 아파 죽을 뻔 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따지려다가 참았다.


그 후로는 별일 없이 잠잠했다. 한동안 조용하다가, 최근에 와서 "네오 팔아" 라는 환청이 들리고 있다. 무시하기로 했다. 결과가 궁금하다. 잃었던 청력을 되찾고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아무튼 귓밥이 청소될 때의 시원함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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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면 안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뻥 뚫으셨군요.ㅎㅎ

뚫어뻥 갖다대고 귀를 뻥벙 뚫은 느낌 입니다ㅋㅋㅋ 그래서 부작용 있었나봐요ㅋ

별일 아니여서 다행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런 반전이 있었군요.....ㅠ
그래도 청각을 찾으신게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청력과 복통을 맞바꾼 사연이었습니다. ㅋㅋㅋ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방문과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조금 비슷한 경험이 있어 열심히 읽다가 글 마무리 부분에 웃고 갑니다ㅋㅋㅋ

이비인후과를 다녀오고 황금귀가 되어버렸습니다. ㅋㅋㅋ 이상한 소리가 막 들리네요ㅋ

어머! 저도 요즘 이명에 청력이 약해졌는데, 병원에 가봐야할까봐요. 다행히 치료가 되셔서 얼마나 좋으세요. 근데 이더리움 팔아는 누가? ㅠㅠ

병원에서 단순 귀지 제거만 해도 엄청나게 귀가 맑아지더군요. 놀랄 정도였어요ㅎㅎ 제가 들은건.. 그냥 저 혼자 중얼거린 소릴 들었던것 같네요ㅠ ㅋㅋㅋㅋ

귓밥이 쌓여있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네요ㅋㅋ
네오 팔아 소리 무시하신 건 신의 한수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그 때의 쾌감을 잊지 못해 일부러 귓밥 모으는 중입니다..ㅋㅋㅋ
감사드립니다. 좋은 결과 나왔음 좋겠네요ㅋㅋ

아아 콜빅님!! 면봉으로 귀 파는게 그렇게 안좋대요. 아무튼 엄청난 흡입력의 청소기로 새 귀를 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ㅎㅎㅎ

그나저나 그 이비이후과가 어딘지.. 의심스럽군요! 이상한 소리까지 들리게 세팅을 해 놓고 말이에요. (스팀 팔아.. 이런 소리는 안들리나요 혹시? ㅋㅋ)

흠.. .ㅎㅎ 저도 또하나의 생각지 못한 반전이네요. .ㅎㅎㅎ
혹시나 제 글 보시면.. 또 청각이 나가실지도...?

청각은 멀쩡합니다. 단지 귀지가 많았을 뿐이었죠..ㅎㅎㅎ;;
음성도 좋고 노래 잘하시던데요? ㅋㅋ

아닙니다... 혹여나 고막에 문제가 생기지 않앗을런지... ㅎㅎ 걱정입니다 ㅋㅋ

오우... 다행입니다.. 큰일이 있었는줄 알았네요 ㅎㅎ

이더리움은... 안타깝네요 ㅠㅠ

저도 걱정 했었는데.. 때론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도 있더라구요~
이더리움은.. 그냥 본전 건진걸로 만족히야겠습니다ㅠ ㅎ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

네오를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ㅎㅎㅎㅎㅎㅎ^^;

흠.. 고민되게 만드시네요ㅋㅋㅋ 일단 갖고 있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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