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2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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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 2

손님을 보내 놓고 나니 탁자 위에 휴대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무래도 두 사람 중에 한 사람 휴대폰을 놓고 간 것이다. 아직 얼마 못 갔을 테니 얼른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니 바로 연결이 된다. 아니 전화기를 놓고 가신 거 같습니다. 얼마나 가셨는지 다시 오셔야겠어요 많이 피곤하실 텐데 하니 예 알았습니다 피곤하긴요 이래서 한번 더 뵙고 올라가면 좋죠 하며 웃는다 전화기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니 생각보다 한참 후에나 온다 그사이 멀리도 갔었나 보다.

앞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더라...
리어카를 끌고 야채행상을 시작한 이야기를 하다 전화를 받고 일단 펜을 내려놓은 것 같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리어카 행상도 제법 수입이 짭짤했다. 20만이면 괜찮은 월급이던 시절에 그래도 나가면 하루 일만원 벌이는 됐다. 월 30만 원 수입은 됐으니 여름철과 가을 김장철까지는 제법 할만 했다. 그러나 김장철이 끝나고 나니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싣고 나갈 물건도 마땅치 않고 해가 짧아지니 풍납동 도매시장도 여름이나 가을 같지 않고 썰렁했으며 장사꾼들에 소일은 화투로 시작 화투로 끝내기가 일쑤였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잠실에서 고물상을 하는 막내 처남이 보자고 하길래 갔더니 고물 장사를 하란다. 물건만 모아 놓으면 본인이 알아서 팔아주고 할 테니 살고 있는 집 앞 공터에서 시작을 해보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그러 마 하고는 그날부터 짐자전거를 타고 동네 슈퍼와 과일가게를 다니며 빈 빡스를 개당 10원씩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고물상이 나의 청춘을 바치고 인생을 바꾼 직업이 되었다.

고물상을 2년 정도 해보니 10년을 해온 처남보다 내가 훨씬 적극적인 고물 쟁이가 되어있고 영세한 고물상에서 그럴듯한 사업으로 키워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자 등록증도 내가 나고 자란 동네 이름을 따서 방일 상사란 이름으로 내어놓고 화물차도 구입을 해서 제지회사에 폐지 납품은 물론 전화번호부 책 엘로우 페이지에 제법 큰돈을 들여 광고를 시작했다. 그렇게 고물상을 하다 보니 오늘 다녀간 그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날 전화를 받고 찾아간 곳은 한국 데이터 통신이라는 회사로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여의도 어디쯤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용산에 삼익주택 사옥을 구입해서 리모델링할 때쯤으로 기억이 되고 그는 총무과 대리라는 직급이었다. 첫 대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군 생활을 통해서 고등교육을 못 받은 열등감은 털고 나온 터라지만 보통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 생활의 장점은 금방 소멸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이 나 역시 그런 기로에 있었을법하다. 그러나 그를 만나면서 나의 자존감은 높여졌고 극복하고 버린 열등감은 다시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나는 그가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를 나와 삼성이란 회사에서 근무하다 한국 데이터 통신이라는 회사의 설립과 동시에 스카우트된 엘리트로서 회사의 창립 멤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조금치에 거만함이나 상대방을 업신여기나 깔보는 모습은 없었다. 쓰레기나 쳐가는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취급하는 사람과는 반대로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별 볼일 없는 폐지의 거래지만 거래의 투명성은 언제나 담보되어 있었다.

이름 그대로 데이터 통신회사이니 폐기하는 전산용지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고 그 당시 폐지로는 최고가이며 화장지를 만드는 중소 회사에서는 폐전산용지 물량 수급에 목을 매는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전산용지가 상당히 많은 양이 나오는 데이콤과의 거래는 나의 입장에서는 자부심을 키워주는 거래처였다. 그 덕분에 한 달에 한 번꼴은 회사를 방문 수거를 했으며 후일 회사 이름이 데이콤으로 바뀐 뒤에도 오랜 기간 거래를 했으며 그가 승진을 해서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후 담당자가 바뀌어 더 이상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 역시 재활용 업계를 떠나 고향으로 20여 년 전에 내려온 후로는 더 이상의 인연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쯤은 집에 무사히 도착을 했을 것 같은데 반가운 손님 3부에서 오늘 회포를 푼 이야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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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 주시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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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가는 정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고맙습니다.

3부가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분을 만났을때 skt1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무슨 연재소설
아니면 일일 드라마처럼 느껴져요.
좋은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예전 시절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입니다. 글을 편안한 느낌으로 쓰셔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3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님의 댓글에서 따듯한 응원을 느낌니다. 그분을 기다리며 자깐 쓴다는것이 길어졌네요. 워낙 내게 영향을 많이 준분이라 만났다 헤어졌다로는 이야기 하기에는 ... 오늘중으로 3편을 써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다음 3화가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중으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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