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2

in #kr6 years ago (edited)

범블비 @bumblebee2018 입니다.

첫 인사글을 제 나름 열심히 고민해서 쓰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격려를 받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혹 이글을 처음 보시게 되는 분이라면 제 블로그 @bumblebee2018 에서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1 을 같이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유시민 작가님께 첫번째 답장을 받은 후 jtbc에서 정재승 교수님과 암호화폐에 대한 토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안 볼수가 있나요? 이번에는 다시 보기가 아니라 본방사수 했습니다.
토론을 보면서 저는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바보 온달이 도가 터져서 온달 장군이 되었다면 바보 범블비는 도가 터져서 범블비 장군이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헉, 암호화폐가 이런거 였어?
설마 이거 나만 모르고 있었던거야?

그래서 그 경험을 그대로 살려 유시민 작가님께 메일을 씁니다.

그 날 보낸 메일을 일부 편집하여 올립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번에 메일 드렸던 범블비입니다.

JTBC에서 정재승 교수님과의 토론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토론이었습니다.

감히 제가 평가할 위치는 아니지만 역시 선배님의 토론의 기술에 감탄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상대방 패널 두분은 토론과 이론에 모두 능한 분들이고
이쪽의 한호현 교수님께서는 이론만 능하고 토론이 능하지 않은분인 듯하고 선배님은 이론이 상대보다 약할수 밖에 없는 분야라서, 고전할만한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띤 토론을 이끄시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정보력에서 열세인 토론에서 선배님께서서 상당 부분 공세를 이어가실수 있었던 것은 프레임의 승리가 아닌가, 그렇게 보였습니다.

"비트코인이 가장 유명하니 일단 비트코인만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아! 이게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 오늘의 승부수구나.... 저는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암호화폐, 더 크게는 블록체인 기술에 있어 비트코인은 초기 기술일 뿐인데 꼭 그 것에 집중해서 토론할 이유는 없다고 봤거든요.
하지만 비트코인 외에 범위를 넓히기 시작하면 상대방의 압도적인 정보력에 끌려갈수 밖에 없는 토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찌 되었건 토론을 지켜본 제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더 나아가 블록체인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나니 그 미래가 더 밝아보입니다.

저는 암호화폐들이 모두 기본적으로는 화폐로 기능해야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닳았습니다.

코빗 대표 김진화 씨가 "비트코인이 일반적인 화폐로서 기능을 전혀 못한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냐?" 라고 반문했을 때 저는 스님의 죽비를 맞은듯 깨닳았습니다.
맞네. 그게 무슨 문제냐. 문제가 아니구나.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거래 분야에만 쓰이고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단 한 종만 존재한다면 그건 큰 문제가 맞고 암호화폐는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이 가격만 있는 거품이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블록체인은 금융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분야에 필요한 기술입니다.

금융에 필요한 블록체인을 담은 암호화폐는 리플 외 다수가 있습니다.
리플도 거래에 특화 되었다기 보다는 송금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기술이나 정보를 담는 암호화폐의 대표는 현재 이더리움입니다.

물론 둘다 아직 불완전한 단계이긴 합니다. 하지만 소프트 포크와 하드 포크를 통해 얼마든지 발전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느냐?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화로 살수 없는 암호화폐도, 달러로 살수 없는 암호화폐도, 위안화로 살수 없는 암호화폐도 비트코인으로는 살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역할은 그 정도 역할로서도 충분합니다. 현재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못 사먹는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아무 문제도 안됩니다.
물론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서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 도태되든지 아니면 하드포크든 소프트포크든 업그레이드를 통해 또다른 역할을 찾아 살아 남든지 하겠지요.

더 나아가 비트코인 외 그 어떤 암호화폐로도 커피를 못 사먹어도 그 또한 아무 문제가 안됩니다.
그런 것까지 가능해지면 암호화폐 시장이 더 커지겠지만 안되도 상관 없습니다.
제가 그걸 몰랐습니다. 그걸 깨닿는 순간 죽비로 머리를 맞은듯 했습니다. 바보가 도 터졌다고 해야 할까요?

얼마전 뉴스를 보니 해운업계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한다고 했습니다.
해운 비용중 장부 작성 및 관리 비용이 전체 비용의 20%나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그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장의 이익이고 더 나아가 장부조작도 불가능해지니 그 또한 이익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블록체인 도입으로 물류비용이 줄어들면 수출입이 증가 하여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 하더군요.

은행권도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각 은행의 중앙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는 형태보다는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쪽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현재는 은행마다 중앙 서버 관리, 특히 해킹을 막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을게 뻔하니까요.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막강한 해킹저항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닫힌 블록체인은 한계가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사업에는 쓰일수가 없으니까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열린 형태의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믿을수 있는 노드는 어떻게 확보할까요?
자발적 참여? 돈도 안되는 데 전기료와 통신료 써가며 자발적으로 참여한 노드들이 선의를 가진 노드라고 확신할수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 노드는 믿을수 없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발행으로 끌어 모은 노드들은 돈이 될것을 기대하고 모인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이기에 믿을수도 있고 그 수도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그리고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난무하는 해킹 때문에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술이 아닌 필수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물론 그런 미래의 전망이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 가격을 정상이다/아니다라고 판단할 기준은 못된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선배님의 우려도 타당하지만, 암호화폐가 아무런 내재적 가치가 없는 완전한 버블이라는데는 찬성할수가 없습니다.

모호하지 않은, 누가 봐도 내재적 가치를 지닌 암호화폐는 머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등장할 것(이미 개발된 것 중에 몇몇이 그런 암호화폐로 성장 하든, 아예 새로이 등장하든)이며 그것의 가격은 지금의 암호화폐 가치에서 옮겨갈 것(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주고 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의 현재 가치가 버블이더라도 상당한 내재적 가치를 지녔기에 그 끝이 0일수 없다고 봅니다.

튤립의 버블이 꺼졌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돈 주고 튤립을 사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암호화폐의 내재 가치는 튤립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범블비 올림

위 메일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유시님 작가님께는 그 놀라운 토론 기술에 반하였고, 김진화 대표에 대해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과 통찰에 대하여 반하였습니다.

메일에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토론에서 김진화 대표가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려 하자 유작가님은 문송합니다라는 말로 받아쳐 버립니다.
토론에서 내가 토론의 대상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사실은 공격 받을 약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유롭게 방어하는 모습 또한 토론의 기술이라면 기술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토론의 대상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토론에 임하면 그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해 토론하는데 암호화폐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하려 하니 문송하다니요.
제가 보기엔 어이가 없었지만, 그 또한 토론이라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실전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달아 또 하나의 메일을 또 씁니다.

저번 JTBC 토론을 보고 배우기도 많이 배웠지만 의문도 많이 생겼습니다.

암호화폐가 현실에서 화폐로서 기능을 하느냐 아니냐에만 치중하면 토론의 수준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번 토론을 보고나니 암호화폐가 상품을 사고 팔때의 화폐로서 기능하느냐 못하느냐는 아주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별풍선으로 커피를 못 사먹는다는 이유로 별풍선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듯이요.

그리고 제 생각에 가상화폐, 가상증표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암호토큰이 더 어울릴듯합니다.

1. 퍼블릭 블록체인이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일까?

2. 암호화폐 없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현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

3. 만약 암호화폐를 필수로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면 그게 과연 지금의 암호화폐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녔다고 볼수 있을까?

이런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의 미래를 밝게 보는 제 입장에서도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버블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1. 암호화폐의 미래의 내재적 가치를 넘어선 가격이 현재 매겨져 있을 경우

암호화폐로 구현된 퍼블릭 블록체인은 반드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나 중앙 집중된 서버로 구현이 불가능하거나 구현 가능하더라도 구현할때 비용이 암호화폐 시가총액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래야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암호화폐가 그만한 가치를 지닙니다.

2. 퍼블릭 블록체인을 넘어서는 기술이 암호화폐 시가총액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될 경우

이런 경우, 퍼블릭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니 정말 암호화폐의 가치가 0으로 수렴할수도 있겠습니다.

3.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더라도 그 시기가 너무 멀어서 그 시간을 기다라다가 중간에 폭락할 경우

이럴 경우 기술 자체는 발전하더라도 초기 투자자는 거의 모두 망하겠지요.

범블비 올림

위의 두 메일을 보낸 시기에는 제가 아직 스팀잇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사업이 현존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기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스팀잇을 알게 되면서 위의 메일과도 약간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어쨋거나 jtbc 토론을 본 전후로 암호화폐에 대한 제 생각의 흐름과 변화를 읽으실수 있으실겁니다.
또한 언제든지, 논리만 충분하다면, 유시민 작가님의 의견에 설득될 준비도 되어 있음을 메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

위 두 메일에 대한 답장은 특별히 받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메일 수신 확인이 된것을 보았고 그 이후로 유작가님이 방송에 나와서 하시는 이야기는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서 마실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보다 진일보하기를 내심 바랬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바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하신 주장들입니다. 유시민 작가님께서 암호화폐에 대해 기존의 인식에서 변화된것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좀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해 주시기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방송을 들은 느낌이라면, 저번 제 글에 어떤 분이 달아주신 댓글이 딱 제 마음과 같았습니다.
유작가님은 '가치가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의견이 확실하심에도 불구하고 제가 설득당할만한 만한 근거가 늘 부족하다.

열심히 메일을 보내고 뭔가 달라진 논리로 저를 설득해 주시기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오해 하실수 있어서 부연하자면 저도 일부 각론에 있어서는 유시민 작가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
거래소 해킹 문제가 심각하고 투기 세력의 시세 조작도 심각하며, 선량한 ICO를 가장하여 사기를 치려는 시도들이 있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러나 총론에 있어서는 도저히 찬성할수 없습니다.

유시민 작가님은 방송에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죠.

암호화폐는 아무런 내재적 가치가 없는 투기판이자 사기다.
따라서 모든 거래소를 폐쇄하고 ICO를 금지해야 한다.

그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암호화폐와 퍼블릭 블록체인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키워야할 충분한 내재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가치는 미래에 더욱 커질것이다.
따라서 거래소는 폐쇄 대신 적절한 규제를 통해 관리해야 하고 ICO는 다시 허용되어야 한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이 글은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느낀 실망을 담은 메일을 유시민 작가님께 보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1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2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3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 암호화폐에 관하여 메일을 주고 받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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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토론 입니다.

솔직히 저도 유시민씨 좋아는 하는데.... 이번건 과했다고 봅니다.
자기 영역이 아닌 곳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데..

"문송합니다" 안 들어가겠다는 것이고..

비트코인에 대한 부족한 이해.. 를 바탕으로 한 논지.. 한수 접지 않겠다는 뜻이고..

토론의 기술은 좋을지 몰라도 자세는 좋지 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비트코인이니 파생되는 다른 코인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지만.. 그럴 수록 더 듣기 위한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bumblebee2018님이 계속 메일 보내시면 좀 이해가 넓어지실 수 있을것 같네요..

저도 가능성 자체는 훨씬 넓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보팅해도 워낙 미미 하네요. ^^;

감사합니다.

저는 과열된 투자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둔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분입니다.

유시민은 그냥 노친네임,, 토론할때 유시민이 이겼지만, 상대방이 워낙 모르는사람들이라,, 뇌과학자하고, 문과출신인데 거래소운영하는 사람, 유시민은 공부많이한 티는 나더만, 책읽고 온수준, 나한텐 발리는 수준이지만

토론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죠. 이기는 전쟁 싸움이 아니라 무엇이 사실인지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이 되어야 하는데 그냥 답은 정해져 있고 단지 싸워 이기는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것이죠.

예, 토론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펼친 의견에는 논리의 비약이 들어가 있었죠 ㅋㅋㅋㅋ 그래도 모르는 일반인이 들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하는 스킬이 들어가 있어서 ㅋㅋㅋㅋㅋ 튤립버블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그 당시 튤립버블을 일으켰던 희귀종들은 시세가 폭락했을때 싸게 잘 매입해서 여전히 거래되었다고 하죠 ㅋㅋㅋ 네덜란드는 여전히 튤립 대국이고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코인 거래량을 보고 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줬으면 하는데 지금까지의 전개로 봐서는 너무 힘든 기대인 것 같네요.

예,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언젠가 투기 광풍이 가라 앉으면 제대로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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