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Green

in #kr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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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일주일 내내 습하고 흐렸다. 그런 주를 지나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 참으로 반갑다.

이사를 하고 겨울을 보내고 아주 짧은 봄이 지나 여름을 맞이하며 매번 감탄을 만들어내는 이곳의 자연. 특히 그중에서 내가 매번 밖에 나갈 때마다 놀라는 것은 머리로 알고 보기는 했으나 이렇게 다양한지 깨닫지 못했던 녹색의 신비로움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일 년 내내 거의 온도가 비슷해서 그런 건지 나무에서 늘 낙엽을 본다. 낙엽이 없는 나무는 늘 비슷한 녹색을 보여준다.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비슷한 나뭇잎 색을 보다가 이곳에 오고 나서야 ‘아! 맞아. 계절마다 나무들이 저렇게 다양하게 변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녹색의 다양함. 가만히 보고만 있는데도 하나도 질리지 않는 음영이 뚜렷한 나무들.

컬러 책에서나 봤을 듯한 다양한 녹색들. 저 중에 어떤 색은 종이나 어딘가에 따로 하나로 있으면 별로인 색일 텐데 저렇게 또 다른 녹색들과 모여있으니 더 빛이 나고 아름답다. 옛날에 아르바이트할 때 녹색이 인쇄되었을 때 원하는 대로 나오기가 어려운 색 중의 하나라서 정말 신중하게 잘 골라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랬나 그 당시 나에게 녹색은 쓰기에 가장 조심스러운 색 중 하나였다. 뭐 지금은 인쇄 기술이 더 좋아졌을 테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지.

시원하게 쭉쭉 솟아 흔들거리는 나무들을 넋 놓고 보고 있으면 나의 어린 시절 내 삶에서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렸던 시점에 가 있다. 그리고 그때 그렸던 풍경화가 떠올려진다. 그 그림을 끝으로 나는 다시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냥 조금씩이라도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후회는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에는 미련조차 두지 않으려 자르는 버릇이 있었나 보다. 그런데도 아직도 내가 마지막으로 그렸던 그림이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진심이었나 보다. 아니면 그냥 그 그림이 마지막이라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뭐 그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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