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capital)'의 어원을 조사한 결과...

표절 문제로 어제 포스팅했던 책 『화폐혁명』(홍익희, 홍기대 지음)을 더 읽어가다 보니 '진짜 그래?' 하는 의문이 드는 서술이 있어서 조사에 들어갔다.

• "자본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pital'은 소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caput'에서 유래되었다. 옛날에는 소가 부의 상징으로 중요한 가치저장 수단이자 교환매개 수단이었다." (93쪽)

어원을 알고 싶을 때 내가 주로 참고하는 사이트(Online Etymology Dictionary)로 직행했다. capital 항목으로 가서, 두 번째 의미를 참조했다. 그곳의 서술을 의미를 살려 아래와 같이 번역했다.

1610년대에 "사람이 가진 부"를 뜻함. 중세 라틴어 capitale("비축물, 소유물")에서 왔는데, 이 낱말은 라틴어 형용사 capitalis("주요한, 주된, 첫째")의 중성형의 명사적 용법이다. [참고: 13세기 초 영어 형용사 capital은 원(原)인도유럽어 어근 kaput("머리")에서 유래한 caput(2격은 capitis)("머리")]에서 유래한 라틴어 capitalis("머리에 속하는", 그렇기 때문에 "주요한, 주된, 첫째")에서 유래한 옛 프랑스어 capital에서 왔다.] 1640년대 이래로 "특정 사업을 운용하는 데 쓰인 부"를 가리켰으며, 그 후로 정치경제학에서 넓은 의미로 "차후의 생산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산업 생산의 부분"(1793)을 가리켰다.

Frank A. Fetter는 "Reformulation of the Concepts of Capital and Income in Economics and Accounting," 1937, in Capital, Interest, & Rent, 1977에서 이렇게 적었다.

"[capital이란 용어는] pars[=부분]라는 단어를 한정하는 형용사 capitalis(caput '머리'에서 유래)로서 중세 라틴어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화폐 대출에서의 원금(principal sum)을 지칭했다. 대출의 주요부(principal part)는 "usury[고리]"―추후 'interest[이자]'로 불림―와 대립되는데, 빌린 원금을 돌려줄 때 거기에 덧붙여 빌려준 사람에게 주는 보수이다. 이 용법은 고전 라틴어에는 등장하지 않는데, 13세기에는 흔한 용법이 되었고, 아마 유럽 최초의 인가된 도시들에서 1100년 정도의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 같다."

경제학자이며 경제사가인 페터의 설명까지 덧붙었으니, 신뢰할 만하다. 내친 김에 '자본'의 어원을 검색해 보니, 별별 상상이 나래를 친다.

우리 스티미언은 제대로 알고 지껄이도록 하자.

근데 저 책은 계속 읽어야 돼?? 형들은 읽지 마.

ps. 참고로 경제학에서 화폐와 자본은 서로 다르며, 부자와 자본가가 서로 다르다는 것도 명심하기 바란다. 훗날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화폐가 자본이며, 일차적으로 '지불수단'을 뜻하는 화폐와는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이 가치는 경과하는 가치, 경과하는 돈, 그런 것으로서의 자본이 된다. (……) 이 가치는 경과하는,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실체로서 여기에 갑자기 나타나며, 이 실체에 대해 상품과 화폐 양자는 한낱 순수한 형식에 불과하다. (……) 이 가치는 원래 가치로서의 자신과 잉여가치로서의 자신을 구별한다. 마치 아버지 신과 아들 신이 구별되되, 이 양자가 나이가 같고 사실상 하나의 위격(位格)을 형성하듯 말이다. 왜냐하면 10파운드의 잉여가치를 통해서만 미리 지급한 100파운드는 자본이 되기 때문이다." (맑스, 『자본』, 1권 2부 4장) cf. 들뢰즈&과타리, 『안티 오이디푸스 : 자본주의와 분열증』, 한글본 386~387쪽.